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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20.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13일차,

황매산 억새, 으악새가 웃는 가을

 마침 지금이 억새철이고 그 억새로 유명한 합천 황매산에 가고 싶어 일정을 연장했다. 합천군관광협의회에서 내 부탁을 들어주고 황매산에 가면 황매산수목원까지 다녀오라고 알려주어 고마웠다. 날씨가 추워져, 어제 왕후시장 난전에서 7,000원 주고 산 두툼한 바지를 입었다. 점점 더 합천의 매력에 빠져들고 합천사람이 돼 가고 있다. 펜션에서 11시경 출발해 20여분 후 산 중턱에 있는 황매산군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차가 그리 많지 않았다.

 황매산은 소백산맥에 속하는데 700~900m의 평탄한 산자락이 늘어져 있고 그 위에 300m가 채 안 되는 정상 봉우리가 꽂아 놓은 듯이 놓여있다는 이야기가 맞았다. 등산 코스도 있지만 넓게 포장된 길을 산책 삼아 걸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겹겹이 포개져 있는 산이 멀리까지 보였다. 그리고 가까이는 사방이 억새 천지다.

 한복을 입고 앉아 있는 여자의 치맛자락처럼 완만하게 펼쳐진 산등성이에 흰가루나 흰소금을 뿌린 듯 억새물결이 은빛으로 빛났다. 저절로 콧노래가 흥얼거려졌다.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으악새가 억새고 풀이지 새가 아닌 것을 이제는 잘 안다. 오늘은 으악새가 슬피 울지 않고 늦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웃는다.

 ‘억새 군락지’,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를 반가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고래능선이란 표지를 따라 억새밭을 바라보니 정말 한 마리 고래가 수면에 등만 보이고 누워있는 형태다. 고래등에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이고 있다. 탐방객들이 여리 저기서 카메라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느라 바쁘다. 나도 질세라 셀카 찍기에 빠졌는데 한 아저씨가 고맙게도 한 장 찍어줬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따라 갈까? 잠시, 만용을 부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나 혼자 왔는데 혹시 무리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된다. 데코계단으로 황매산 정상까지 이어진 길을 한참을 바라보다 서운하지만 천천히 뒤돌아섰다. 조금 내려오니 여러 개의 바위가 서 있고 그 앞에 황매산제단이란 표지석이 있다. 아마도 황매산 산신령에게 제를 지내기도 하는가보다. 그 곳 가까이 조금 아래 성곽이 있고 멋있게 지은 누각도 있다. 그 쪽 아래는 산청이다.   

 싸온 점심을 먹는 사람, 애완견도 함께 오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도 있다. 먹을 걸 챙겨오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주차장에 있는 간이식당에서 묵, 국밥, 전, 막걸리 등을 팔기도 하던데, 갑자기 쓸쓸해졌다. 혼자 외롭게 돌아다니고 정상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인생은 아쉬운 것 투성이고 ‘외로우니깐 사람이다’라지만, 억새는 무리지어 흩날리는데, ‘훅’ 하고 나는 센티멘탈에 빠졌다. 으악새가 우는 게 아니고 내 마음이......,


저는 어디쯤 ?

황매산 정상으로 가는 사람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소백산맥 산, 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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