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Big Sur) CA
캘리포니아 1번 해안도로 중
빅서(Big Sur)
이 석 례
흰 천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무슬림 신부(新婦)처럼,
세계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지녔다는
해안도로, 안개에 잠겼다.
우리도 오리무중에 빠졌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천천히 달리는 앞에
느릿느릿 가로지르는 발걸음 무리
사는 일도 저와 같으리라
가까스로 추스르고 보니
고독과 침묵의 수도원에 도착한 듯
접혀져 있는 무명의 파라솔은
나란히 서서 기도하는 수사들
계곡을 흐르는 물에
다리를 담그고 피정에 든 의자들
봉쇄와 해제 그 사이 어디쯤.
캘리포니아 1번 해안도로가 해무에 잠겼어요.
저 무리들 누구죠?
촉촉히 젖는 초원
선인장 열매가 탐스러워요.
걷힐 듯 해요.
손님이 없는 카페
노란꽃은 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