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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Jul 21. 2022

여:기 쉼표, 행:복 찾아 진주여행 16

진주 문산성당, 국가등록문화재

진주 문산성당, 국가등록문화재


                                   이 석 례


 사진으로 본 문산성당은 고요한 미소처럼, 여운이 마음 안에 계속 남았다. 그 곳에 가려고 오늘은 차를 운전했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 가다가 순간적으로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스쳤다. 바로 성당을 지나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차도가 성당 뒤쪽으로 나있다. 그런데 들어가야 할 마을 입구를 놓치고 달리다, 성당을 지나 간 것을 알았다. 이렇게 순간의 잘못 된 선택이 먼 길을 돌아가게 할 때가 있다. 일상도, 인간관계도, 일도, 돈도, 건강도 그렇다.  

 나는 페루에서 3년 살 때, 성당에 마음의 빚을 많이 졌다. 외롭고 힘들 때, 신자도 아니면서 뻔뻔하게 성당에 들어가 예수님!, 성모 마리아님!을 찾으며 하소연하고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리고 한국에 가면 성당에 꼭 다니리라 약속했건만.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금 잘못 된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산성당은 마을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입구부터 본당까지 가운데 길이 있고 양쪽으로 잔디밭에 나무, 꽃, 바닥돌들이 단정하게 정리된 정원이 아름다웠다.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는 말처럼 대학생들로 보이는 한 무리 남녀들이 영상을 찍느라 분주했다. 잠시 기다렸다가 그들이 가고 난 후 성당에 나만 남았다. 사진으로 본 모습보다 더 우아하고 정갈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느껴졌다. 

 본당 앞 예수님 조각상 아래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이 문구가 위로가 되어 가슴에 안겼다. 정말 모든 것을 예수님에게 맡기고 불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까? 신은 어떤 존재이고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이 많아졌다.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성당 안내판 글을 소리 내어  읽었다. 

 ‘문산성당은 서부 경남 지역 최초의 가톨릭 천주교회이다. 처음에는 마산 본당에 속한 공소였다가 1905년 본당으로 승격, 1913년 문산 본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중략. 성당 안에는 두 동의 본당이 문화재로 등록되었다. 하나는 한옥, 또 하나는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그리고 이 성당터에 대한 안내 글을 읽고 이 땅의 내력도 알았다. 조선시대 소촌역으로 역참이 있었던 곳이다. 역사 깊고 신심이 충만한 정원을 거쳐 본당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이 의자들과 예수님이 계신 실내에 스태인드 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성스럽고 아름답게 들어왔다. 나는 또 무릎을 꿇기보다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다. 나는 멍청한지도 모르겠다. 언제까지, 예수님은 무한한 용서와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실 것이라고 믿는지. 천천히 성당 내부를 둘러보다 고해성사하는 방 앞에 멈춰 섰다. 나도 이 방 안에서 신부님께 고해성사하는 날이 올까? 아직은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지도.....,

 성당 정원을 이리 저리 천천히 걸었다. 오랜 수령이 느껴지는 목련나무, 느티나무 등을 바라보다 저절로 감탄이 쏟아졌다. 비바람, 햇볕, 눈보라 그 역경을 견뎌낸, 앞으로도.



문산성당 : 진주시 문산읍 소문길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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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정원에 있어요.


바위 사이 철쭉이 피면 더 아름다울 것 같아요.


수녀원




이 방 앞에서 가슴이 떨렸습니다. 



성모 마리아님 머리 위에 돌 지붕이 있고 거기에 1932.8.15 적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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