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선생 Feb 18. 2020

 B.A에서 만난 마테차

4.사랑보다 더 좋은 마테차

 구암파Guampa와 봄비야Bombilla 그리고 마테차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산텔모 시장에는 온갖 것이 다 있었다. 골동품에서부터 현대적인 물건은 물론 예술품들도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끈 것이 바로 항아리모양의 그릇이다. 주먹만 한 것에서부터 요강만한 것까지 다양했다. 목재, 금속,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었고 겉의 무늬와 장식도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그 크고 작은 항아리와 빨대를 무엇에 사용하는지를 몰라 나름대로 상상을 했다. 무엇을 넣어 빨아 마시는 것 같은데......, 담배? 술? 커피? 차? 등등

 그러나 그것은 바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사랑한다는 마테차 용기다. 마테차를 우려내는 잔이라고 할 수 있는 구암파와 전용 빨대 봄비야다. 용도를 알고 나니 더 예쁘게 보였다. 아르헨티노들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테차를 즐긴다는 사실도 알았다.

 마테차 전용의 휴대용 가방에 구암파Guampa와 철제로 만들어진 봄비야Bombilla를 넣고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마신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물론 장사하는 사람들도,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 옆에도 보온병과 구암파와 봄비야가 놓여있었다.

 마테차를 마시는 방법도 의아할 만큼 독특하다. 사람 수와 관계없이 구암파 하나에 담긴 마테차를 여러 사람이 함께 봄비야로 빨아 먹는다. 하나의 빨대로. 여기에는 가난한 사람, 부자 또 성별이나 나이와 관계없이, 함께한다는 유대가 담겨 있다지만 도저히 이해가 안 갔다. 그래서 마테차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관계임을 나타낸다. 

 이 마테차 한 구암파만 있어도 다 같이, 또는 혼자 즐길 수 있다. 구암파에 잘게 썬 마테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넣어 차가 우러나면 봄비야로 빨아 마시고 또 다시 뜨거운 물을 넣어 마신다. 그러니 굳이 카페에 갈 필요도 없고 어디서든 차를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책도 보고 운동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경제 불황과 함께 아르헨티나인들의 마테차 사랑은 더 깊어졌다고 한다. IMF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은 55%에 육박했다는 기사가 있다. 이런 경제 불황 속에서 아르헨티노들은 국산 마테차를 많이 이용한다. 마트에서 500g짜리 마테가루 한 봉지 가격은 약 1500원에서 2500원 정도.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 분홍색 집


 하루는 공원에서 사진을 찍어 주는 사람이 나에게 자기가 먹던 마테차를 먹으라고 권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화를 내야 할지 좀 난감했다. 그냥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말을 하면서 손사래를 쳤다. 앞뒤가 안 맞는 인사지만 도저히 그 봄비야에 입을 댈 수가 없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구아수 폭포에 갈 때 밤에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거의 16시간 정도 걸리는 장거리 버스다. 출발해 2시간쯤 간 후 버스가 정차하고 운전기사 교체가 있었다. 창밖으로 보니 버스를 운전 할 기사를 부인 인 듯한 여자가 자가용에 태워 왔다. 그 남자가 버스 운전석에 오르면서 꼭 껴안고 있는 것이 바로 보온병과 마테차 전용가방이다. 눈으로만 작별 인사를 할뿐 끌어안고 있는 가방 때문에 부인과는 beso베소인사(서로 껴안고 하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부인보다 마테차를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 모습에 혼자 웃음을 지었다.

 이 차는 상록수인 마테의 마른 잎을 가루로 만들어 뜨거운 물에 우려서 마시는 허브차다. 아르헨티나 여행을 다녀 온 후로 나는 구암파를 사용하진 않지만 마테차 티백을 사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 우러나면 마신다. 조금 떫은 맛도 나지만 아주 좋은 기운을 준다.

 그래서 효능을 알아보니 마테차엔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도 있고 비타민과 식이섬유에 사포닌까지 있다. 철분이 부족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영양을 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매일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차다. 마테차는 아르헨티나 전통차로 건강차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목동들이 이 차를 마시고 활기찬 기운으로 넓은 초원에서 말과 소를 몰았을 것이다. 지금 나는 이 차를 마시며 아르헨티나 여행 추억을 되새김질 한다. 매일 한 잔의 마테가 주는 나만의 휴식과 그때마다 떠오르는 다양한 그리움이 참 좋다.


      산텔모 시장 풍경 - 나 (인형)를 조종하는 남자



*여기 실린 제 글과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 이석례 (필명 : 실비아 선생)

작가의 이전글 페루살이-가난한 자의 크리스마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