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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08. 2021

남몰래합천살이 - 1일  

'백년가게' 고바우식당

  코로나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연기 됐다가 재개된 남몰래합천살이!

 떠나지 않으면 볼 수 없고 느끼고 맛볼 수도 없다. 설렘 속에, 몇 개월 전에 합천군관광협의회로부터 우편물로 받은 합천 관련 책자와 지도 등을 펼쳤다. 그리고 차에 가득 주유를 한 후 출발했다. 빗방울이 차창에 흘러 내렸다가 옅은 안개가 다가오더니 선산휴게소에 도착해서는 햇볕이 강해 선글라스를 써야했다. 오늘 날씨만큼이나 이번 일정에 다양한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일렁일렁 줄지은 산이 서서히 단풍으로 갈아 입을 준비를 하는 듯했다. ‘합천의 얼굴은 해인사’라고 하니 합천과 인사를 하기 위해 해인사를 향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 국도를 지나 지방도를 타고 어느 정도 왔을 때부터 물소리가 반겨줬다. 가야산 계곡을 흐르는 물이 소리를 만들고 소리가 길을 안내한다. 차창을 다 내리고 바람과 공기와 물소리에 흠뻑 젖어드니 장거리 운전으로 쌓인 피로가 날아갔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도 ‘나 한사람’ 잘 방은 있겠지 하는 배짱으로 ‘해인관광호텔’에 도착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라면 이 계절에 어림도 없는 배짱이었겠지만 다행히 입실을 할 수 있었고 내 생떼에 호텔 지배인님의 배려로 할인 가격이란 덤을 얻었다. 방은 넓고, 깨끗하게 정리가 잘 돼 있고 특히 물이 명품이다. 호텔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물은 지하에서 뽑아 올린 '청계벽수'란다. 밤에 샤워를 해보니 물의 느낌이 아주 좋았다. '벽계청수'는 과연 명품물이 맞다.

 호텔 옆에는 ‘돼지골 탐방로 입구’와 ‘안내소’가 있다. 또 바로 밑에는 ‘달의 정원’이란 아담한 한옥스테이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나는 배가 많이 고팠고 ‘남몰래합천살이도 식후경’이라......, 몇 걸음 더 내려오니 여러 개의 식당 중에 ‘고바우 식당’이 허기를 더했다. 향토음식, 송이요리전문점이다. 합천에 왔다면 꼭 먹어봐야 할 산채정식이지만 문 앞에서 망설여졌다. 정식은 최소 2인 이상이 주문해야 하지 않을까? 서성이는 내 모습을 보고 마침 밖에 나와 있던 할머니 사장님이 ‘혼자라도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며 괜찮다고 얼른 들어가라고 했다. 


 아주 깔끔한 식당에 나란히 놓인 식탁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식당은, 말 그대로 한우물을 파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할머니 사장님은 스물한 살에 이곳으로 시집을 와서 지금 칠순이 훨씬 넘어서까지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둘째 딸에게 전수 중이다. 손수 수를 놓은 예쁜 식탁보가 유리 밑에 깔려 있는 상 위에 차려지는 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나 혼자이기 때문에 간단하게 있는 반찬만 달라고 했는데 그 반찬이 무려 17가지다. 

 사찰음식을 기반으로 요리하기 때문에 김치 외에는 마늘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 가지 산채나물 그리고 표고버섯볶음과 표고버섯기둥조림이 특이하고 아주 맛있다. 사위가 틈틈이 농사일을 해 얻은 쌀이라는데 밥도 기름이 좌르르 흘렀다.



 이 식당은 요란한 ‘인터넷 맛집’보다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알려져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식당에 붙여지는 이름은 ‘백년가게’뿐만 아니라 ‘모범가게’, ‘착한상점’ 그리고 ‘블루리본식당’이다. ‘블루리본식당’이란 대한민국의 미슐렝가이드 같은 맛집안내서 <블루리본서베이>에 선정된 맛집이다. 블루리본은 서베이란 뜻 그대로 독자들의 평가로 이루어진다.  

 정말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남은 음식은, 가지고 간 그릇에 다 담았다. 집에서 출발 할 때 밥과 반찬을 담을 빈 그릇을 가지고 갔다. 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2년 넘게, 페루에서 3년 살면서 정말 먹고 싶고 그리웠던 한식이다. 음식을 만드는 노고와 정성! 음식을 함부로 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그런 내 모습을 보신 할머니 사장님이 새 밥과 찐 고구마도 싸주셨다. 훈훈한 인정과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향토음식 사랑에 마음까지 따뜻했다.  




해인사로 들어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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