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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몰래합천살이 – 2일차, 홍류동

뱀을 만나서

by 실비아 선생

사시사철 밤낮으로 살아있는 소리길

나도 살아있어 맨발로 걸었다.


단풍이 붉은 것인지 계곡물이 붉은 것인지

(홍紅)붉음이 (류流)흐른다는데

‘한로寒露’인 오늘은 이른가보다


소리가 이끄는 대로 무심히 걷다

빗살무늬흉터를 안고 서있는 나무를 만나

그래 상처 없는 몸이 어디 있을까?

어릴 적 뒷산에 올라, 긁어 씹던

송진 냄새가 입안에 고인다.


주먹만 한 다람쥐가 개서어나무가지 사이로 팔랑팔랑

물푸레나무 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반주에 맞춰

맨발에 닿는 산길흙 촉감, 콧노래가 절로 난다.


으악! 살아있다. 뱀이다!

뱀은 천천히 지 갈 길을 가건만

내 두 다리는 후들후들

가슴은 콩닥콩닥


후다닥 돌부리에 채이고 나뭇가지에 걸리고

가락 좋게 내리던 빗방울 소리가 순간

뱀들이 몰려오는 분주함으로 탈바꿈

혼자 오두방정

나무들이 바위들이 물소리까지 쯧쯧쯧 혀를 찬다.


소리길.jpg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소리길



공기 맑은 산길.jpg

몸과 마음을 씻어주는 소리길


쉼터.jpg

물들기 시작하는 홍류동 계곡 쉼터


맨발걷기.jpg

맨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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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상처


으악 뱀이다.jpg

으악 뱀이다!!!!




물드는 가야산.jpg 단풍드는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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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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