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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09. 2021

남몰래합천살이 – 2일차, 홍제암

홍제암 마루에 앉아 잠시 

 여행을 와서 늦잠을 자면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안달이 날 때가 있다. 오늘이 그랬다. 일어나자마자 호텔방의 두꺼운 커튼을 밀치니 흐린 날씨에, 물안개가 얹혀있는 가야산이 온화한 얼굴로 서있다. 차를 운전해 서둘러 해인사로 갔다. 그런데 도착한 곳이 해인사가 아니고 홍제암이란다.

 왜 이곳을 왔지? 좀 어리둥절하다 미소가 지어졌다. 30여 년 전 젊은 새댁 소리를 들을 때 문우들과 홍제암에 와서 하룻밤 자고 새벽 예불에도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일이 생각나면서 오히려 잘 왔다싶고 반가웠다. 

 홍제암은 내 기억 속 모습과 하나도 변한 것 같지 않다. 나만 중년 아줌마를 지나 할매가 돼 ‘남몰래합천살이’로 혼자 이곳을 찾았다. 삶에 지치고 세월의 때를 입어 늙고 초라해져가고 있는 나, 요즘에는 마음까지도 기운이 빠지고 인생패배감에 젖어들때가 많다. 회상에 잠겨, 정갈한 마당을 거닐어봤다.

 이런 저런 일들이 인연 따라 간다지만 홍제암으로 먼저 오다니, 하룻밤이었는데......, 친정에라도 온 듯 편안하다. 합장을 하고 법당에 들어가 절을 하고 범종 옆에 앉았다. 마음도 암자도 주위도 허공도 모두 고요하다. 마냥 모든 게 순하다. 언제나 내 마음이 이랬으면 좋겠다. 


홍제암입니다. 


범종


마루 끝에 앉아서 잠시 쉬다.


사명대사 석장비와 승탑과 비석들 


*해인사에 속해 있는 홍제암은 조선시대 광해군 6년 (1614년)에 사명대사의 초상을 모시기 위해 지었다. 당시 왕은 사명대사의 죽음을 애도하여 '자통홍제존자'라는 시호를 내리고 비를 세우게 하였다. 이 암자가 바로 '홍제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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