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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Sep 25. 2021

<예순다섯 할매 홀로, 배낭 메고 페루 구석구석>

Prologue

                

 ‘페루여행 에세이’ 책을 출판하기 위해 서문을 쓰다가 답답해서, 책 구경이나 하려고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은 언제와도 괜히 기분이 좋다. 책을 통해 온갖 세상을 다 볼 수 있는 것 같고 그런 책들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뜬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 여행서적들이 꽂혀있던 자리를 팬시용품이 차지하고 있음을 알았다.

 점원에게 여행 관련 책들이 어디 있는가 물어보니 모두 빼버려서 없다는 것이다. 순간 믿기지 않았다. 팬더믹시대라 여행이 막혔다지만 그렇다고 여행관련 책까지 서점에서 사라지다니 울적해지면서 자괴감이 들었다. 가끔 ‘책방부고(訃告)’를 들을 때도 마음이 심란하기는 했다. 씁쓸한 마음으로 쫒기 듯 서점을 나왔다. 진한 커피 한잔을 들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까?’

 그래도 글은 쓰고 책은 출판하자고 마음을 먹었지만 또 며칠을 고민하다가 Prologue를 썼다. 



 ‘혼자 배낭을 메고 자유롭게, 다른 나라들을 돌아다녀보고 싶다!’ 

 이는, 내 오랜 꿈이었다. 40년 넘게 주부로 살면서 2남 1녀를 키우고 아내, 며느리, 엄마 거기다 벌써 할머니까지 됐다. 누구를 쫓아다니거나 아니면 깃발을 따라다니는 해외여행보다는 마음껏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내 마음대로 여행’을 하고 싶었다. 결국 죽기 전에 ‘나 홀로, 해외여행’이 이루어졌다.

 코이카 봉사단원이 되어 2019년 11월까지 페루에서 홀로 삼년 동안 살았다. 페루에서 내 활동지는 북부지역에 있는, 태평양연안도시 트루히요 시다. 그곳에서 월세집을 얻어 살면서 트루히요국립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그리고 공휴일, 방학 등을 이용해 혼자 배낭 메고 페루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에콰도르와의 국경지대 툼베스에서부터 안데스정글과 아마존 강, 중부 산악지대, 마추픽추, 나스카라인, 티티카카 호수 그리고 페루의 여러 시골마을 등등 많은 곳을 여행했다. 

 나는 영어도 현지어도 잘 못한다. 그냥 맨땅에 머리 박 듯 부딪히며 살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몸짓, 표정, 한국어를 동원하고 미리미리 여행지에 대한 공부를 했다. 안데스 산속을, 10여 시간 또는 22시간 동안 장거리버스를 타고 달리기도 하고 두 번씩이나 아마존 강에 빠져 죽을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산증에 시달리기도 하고 또 쿠스코 무지개산에 갔을 때는 말에서 떨어져 몇 시간 택시를 타고 병원 응급실에 갔다. 

 그래도 페루에 있는 동안 여행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극기 훈련 하듯, 무작정 버티고 야생체험도 해보고 밀림 속을 걷기도 했다. 그러면서 페루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역사 깊은 남미 유적을 탐방하고 안데스산맥이 연출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었다.

 축제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현지인들과 어울려 춤도 추고 별의별 음식들도 먹어보고 온갖 교통수단으로 페루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끔은 안전에 문제가 있었고 권총강도나 소매치기에 몸을 사려야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여행을 했기 때문에 페루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고 마음으로만 품고 있던 꿈을 이루며 한을 풀었다.

 누군가가 ‘나이 때문에, 언어 때문에’ 등의 이유로 해외 살이 혹은 해외 배낭여행에 겁을 먹고 있다면, 내 경험이 힘을 줄 수 있기를, 젊은이는 물론 칠십대 혹은 팔십대인 누구라도 혼자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면 도전하기 바란다. 그리고 나처럼 여행 중, 직접 사진을 찍고 매일매일 여행기를 쓴다면 ‘여행 에세이’도 탄생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보배 같은 추억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 

 이 서문이 책장을 열어주는 <예순다섯 할매 홀로, 배낭 메고 페루 구석구석>이란 제목의 책이, 아마 다음 달 말쯤 출판될 것 같다. 괜한 짓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페루 전통복장을 한 아이들



*여기 실린 제 글과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이석례 (필명 : 실비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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