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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Aug 24. 2021

코카잎차를 마시다 문득

                        코카잎차를 마시다 문득


                                                          이 석 례



 끓는 물에 씻은 코카나뭇잎 대여섯 장을 넣었다. 잎들이 싱싱해지고 물이 연둣빛으로 변했다. 컵에 따라 마시니 미세한 떫은맛이 혀에 감돈다. 혼자 이 차를 마시면 더 좋다. 나만 아는 여러 가지 풍경과 감정과 이야기가 찻물에서 배어나기 때문이다. 페루에서 돌아올 때 그곳 차茶를 다양하게 가지고 와서 즐기고 있다. 그 중 코카잎차는 특별하다.

 페루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안데스 밀림지대에 있는 팅고 마리아에서 코카나무를 처음 봤다. 잎을 따기에 적당한 나무 크기로 잎의 생김은 녹차나뭇잎과 비슷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팅고 마리아 사람들은 불법인 코카나뭇잎을 채취해 그 수입으로 살았다. 쫓기고 숨고 교도소를 가더라도 먹기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코카 잎이 코카인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다. 

 코카차를 처음 접했을 때 뭔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잉카문명에서 코카나무를 신성한 식물로 숭배 했던 페루뿐만 아니라 남미에서는 ‘마테차’란 이름으로 제일 사랑 받는 코카차다. 코카잎은 고산증을 완화시켜 주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고산지대 여행 할 때 늘 접하게 된다. 페루 사람들은 잎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차로 마시거나 어떤 노인들은 코카잎을 얼굴에 붙이기도 했다. 어떤 효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순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에 가면 말린 코카잎을 부대에 가득 가득 담아 놓고 판다.    

 그런데 나는 오늘 코카잎차를 마시면서 문득 엉뚱하게도 거짓말쟁이가 된 찜찜한 느낌과 벌을 받을 것 같은 약간의 죄의식에 사로잡혔다. 코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차를 마시다 든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이어졌다. 이 ‘문득’이 불쑥 내민 지난 일들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씨앗은 페루에서 만들어졌다.  

페루 중부 지역 우아누코 시에 있는 교회



 페루 중부에 있는 산악지대 우안까요에서 팅고 마리아를 갈 때 너무 험한 길이라 불안과 걱정에 사로잡혔었다. 그 때 나도 모르게 성당 안으로 들어가 정말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피 흘리는 여수님 사진을 붙잡고 이번 여행을 안전하게 지켜 주시면 꼭 예수님을 믿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행하면서 다리가 아프고 피곤할 때면 성당 안에 들어가 쉬고 가끔 신자처럼 예배도 보고 기도도 했다. 기도와 예배 방법도 모르지만 눈치껏 주위사람들을 따라 했다. 그것도 매번 앞쪽에 있는 좌석을 차지하고......, 그건 기도라기보다 잠시 쉬면서 성당 안과 신부님과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호기심의 발동이다. 한 번은 리마 대성당에서 예배 중 옆에 있는 청년이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얼마나 간절하기에, 또 하나님을 정말 믿고 의지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성당 안 한쪽에서 작은 창을 통해 신부님께 고해성사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하고 싶었다. 

 그 후 가끔 그렇게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면 마음 속 모든 번뇌와 불안 등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예수님 사진에 매달리며 약속 했던 마음도 사라지고 성당에서 얻었던 고마움도 다 잊어버렸다. 나는 교만하고 변덕스럽고 배은망덕한 인간인 것 같다.    

 오늘 이렇게 코카차 한 잔을 마시며 코카나무를 본 밀림 속이 떠오르고 그리고 ‘아무런 의심이나 의문을 품지 않고 맹목적인 믿음 속에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고민, 불안, 걱정 등을 신에게 맡기고 싶다. 어쩜 이런 생각은 이기적인 것인 지도 모른다. 감사함으로 신을 찾기보다는 어려움을 제거하고 복을 달라고 신에게 매달려왔다. ‘신앙, 종교’ 이런 거대담론이 아닌 내 마음속 평화를 얻기 위해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가야 할 텐데......, 오늘 코카차잎을 마시며 ‘문득’ 이 부사 하나 때문에.....,


팅고 마리아 밀림에서 그네 타기



위 내용을 페루 제자인 샬롯Stefanny Castro이 번역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 지역에서 '고대의 나무'로 여겨지는 아주 오래된 나무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잘 알려진 소원의 나무입니다. 나를 믿으면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줍니다.  당신의 유언에 따라 당신은 헌금을 남길 수 있습니다. 소원을 들어주고 숲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당은 그 돈으로 나무와 언덕에 줄 선물을 구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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