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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Jun 17. 2020

국내여행 - 통영 살이 마지막 날

작은 동네 산책 그리고 서낭나무 


 통영 살이 3박 4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날이다. 마치 고향집에 왔다 돌아가는 기분이다. 정든 새미뜰을 정리하고 작은 마을을 구경하러 헐렁헐렁 산책삼아 걸었다. 산 옆으로 난 포장 된 길을 따라가면 선착장이 내려다 보이고 몇 집 안 되는 작은 동네가 산기슭에 자리 잡고 있다.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어 전망이 최고다. 집집마다 여러 가지 꽃이 피어 그림 같고 특히 빨갛게 핀 넝쿨장미가 담장에 드리워져 초록우도의 화룡점정이다. 

 한 집에 들어가 화단에 핀 꽃 구경도 하고 괜히 주인을 불러도 봤지만 일하러 나갔는지 답이 없다. 뜨락 돌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기를 하다 망고 눈치에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풀 속 여기저기 흰 거품이 맺혀 있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는 나비 아니면 어떤 곤충의 알일까? 뭘까? 궁금했다. 그러다 할머니 한 분을 만나 물어봤다. 

 “딸나무가 거품을 내어 논기여”

 “딸나무요? 그게 뭔 나무라카요. 나무가 왜 거품을 뱉는기요?”

 사투리를 흉내 내 물어봤다. 

 딸나무는 딸기나무다. 뱀딸기나무, 산딸기나무 뭐 이런 것 같다. 그런데 왜 거품을 어떻게 뱉는지는 할매 말로는 ‘그냥 그런다 앙카나’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를 했다. 자식 넷을 여기서 낳아 다 키웠는데 영감은 죽고 자식들은 다 뭍으로 나가, 저 파란양철지붕 집에서 혼자 산다고, 나이가 여든 중반이 넘었다고....., 방 한 칸 남으면 내가 살고 싶다 했더니 그럴 방은 없다며 웃었다. 평생을 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일을 하며 살아서 그런지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많았지만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해 보였다. 우리는 이웃사촌처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큰 마을로 돌아와 안 쪽에 있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생달나무와 후박나무를 찾았 다. 수령 500년이라는 후박나무 한 그루와 나이 400년인 생달나무 두 그루가 바로 붙어있다. 보는 순간 ‘우와’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높이가 15~20m라는 나무의 기둥과 줄기가, 상상속의 천년 묵은 용 같다. 덩굴식물들이 기생하고 굵고 가는 여러 개의 나무 가지와 잎이 무성해 숲을 이뤘다.

                           서낭나무에게 소원을 빌어보세요


 품고 있는 에너지가 마을을 지키는 서낭신의 품격으로 부족함이 없다. 어떤 가지는 땅에 닿을 듯해 기둥을 세워 받쳐주고 있다. 우리는 서낭나무의 기를 받아보고자 가지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졌다. 저 쪽으로 지나가는 한 노인이 우리를 감시하듯 계속 주시했다. 혹시나 불경스런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것 같았다. 망고 손을 잡고, 더 기를 받고 싶은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섰다.  

 통영이랑과 함께 한 ‘이중섭과 3박 4일 통영 살이’는 강 코디님의 세심한 배려와 수고 속에 무사히 마쳤다. 우도에서의 추억을 뒤로하고 전주, 대구, 춘천, 수원 등 가족이 기다리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12시 10분에 출발하는 여객선에 올랐다. 배 위에서 연화도 욕지도를 다시 보고 통영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해 모두들 작별인사를 나누는 손에 통영 명물 꿀빵 한 박스씩을 강 코디님이 안겨줬다. 정말 이번 프로그램에 선정 된 것은 행운이었고 멋진 여행으로 오랫동안 기억 될 것 같다. 

                  할매 빨리 올라오세요~~~. 연화도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또 올라 올때 급 경사 계단


                         새미뜰 안방 천정 


 *통영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내버스 타고 여객선터미널에 오면 욕지도, 연화도, 우도 가는 여객선이 있어요. 미리 배 출발 시간을 체크하세요. 욕지도, 연화도에는 숙박시설, 식당, 카페 등이 여러 곳 있고요. 우도에도 팬션 3개, 민박 2군데 정도, 식당과 카페도 있어요. 상수도 시설도 잘 돼 있고 어부 배를 타고 선상 낚시도 할 수 있고 또 해수욕장, 등산 코스도 있답니다. 참 캠핑도 가능해요.


*이번 여행은 '함께 여행하자 통영이랑 <통영이랑 - 놀면뭐하니? 통영살이>

#통영한달살이 #통영살이 #통영여행 #우도여행 #통영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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