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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Jun 16. 2020

국내여행 - 통영 살이 셋 째 날

연화도 그리고 선상 낚시


 창호지 창문에 아침빛이 번지기도 전인데 손녀 망고(손녀가 사랑하는 애완견 이름으로)가, 내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양희은의 노래 ‘가을 아침’ 노랫말처럼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 보’더니 슬며시 나갔다. 

 잠시 후 돌아왔기에 왜 나갔다 왔느냐고 물어봤다. 우도에 아침이 어떻게 오는가 보고 싶었고 또 이 섬에서 이른 아침에 듣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양희은의 ‘가을 아침’이고 아이유가 부른 노래로 들었다는 것이다. 새벽 공기 속에 새소리가 노래처럼 아름다워서 핸드폰에 녹음을 해 왔다고 들려줬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을 우도에서 채집했으며 아빠 엄마에게 들려주겠단다. 어여뿐 소녀감성에 무뎌져 버린  내 마음이 치유되는 듯했다. 

 어젯밤에는 섬의 밤하늘을 보고 싶다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잠옷 바람으로 나가기에 나도 따라 나갔다. 하늘에 별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별들을 바라보며 기도도하고 노래도 흥얼거렸다. 때마침 밤 마실 나온 고양이들과 놀아주기도 하고 잠든 골목을 산책했다.


                                  밤 고양이와 놀기  

 

 그런데 얼마 후, 나이트클럽에서 돌아가는 조명등이 바로 옆집 대문 위에 달려 반짝거렸다. 더 깜짝 놀란 것은 안에서 열창하는 노랫소리가 터져 나왔다. 들어보니 혼자서 신나게 노래하고 춤까지 추는 듯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섬에서 홀로 사는 아저씨가 혼파(홀로 하는 파티)를 하며 흥이 폭발한 모양이다. 우리는 웃음을 참아가며 재미있게 듣다가, 노래가 끝나지 않았지만 밤이 깊어져 집으로 들어왔다. 혼파는 자정을 넘기고, 결국 다른 사람이 가서 ‘잠 좀 잡시다’ 하고 그 흥을 저지했다는 소식을 아침에 들었다. 

 셋 째 날인 오늘 오전에는 자유시간이라서 망고와 걸어서 연화도에 갔다. 산과 바다와 바람과 나무와 꽃들을 만나며 산책하듯 걸어서 갔다. 말 그대로 힐링이 따로 없었다. 연화도는 통영 팔경 중 하나인 용머리바위와 천영송, 보덕암이 있고 500여 년 전 사명대사가 수행했던 토굴과 연화사가 있다. 연꽃모양의 섬, 연화도에 도착하니 섬 분위기가 고즈넉했다. 

                             우도를 청소하는 할매들 


 우리의 걷기 수준으로는 연화사까지가 제격이었다. 조용한 동네를 지나다 벽화에 사로잡혀 의자에 앉아 쉬었다. 마침 우리를 반겨주러 나온 강아지와 인사도 했다. 작은 초등학교를 담 밖에서 구경하며 이런 곳에 살면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화사는 큰 사찰이다. 마당에 9층 석탑이 있고 대웅전과 요사채 등이 있다. 경내를 구경하다가 두 사람의 불자와 스님이 염불을 하며 기도 중인 법당으로 살며시 들어가 절만하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새끼손가락만한 꼴뚜기와 돌미역을 사가지고 왔다. 보도교가 있으니 섬과 섬을 건너다니는 것이 수월했다. 서둘러 새미뜰에 와 점심으로 라면에 돌미역과 꼴뚜기를 넣고 끓였더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연화사 가는 길에 "너 이름이 뭐니?"


 쉴 틈도 없이 오후 선상낚시를 하러 바다로 나갔다. '통영이랑' 코디님이 미리 낚시 배를 주선해 놓았다. 우리를 위해 세 척의 배와 선장님들이 기다렸다. 망고와 나는 김샘 내외와 한 조가 돼서 우도 제일의 낚시 짱님 배에 올랐다. 배 이름을 기억 못하고 선장님 성함을 여쭤보지 않아 모르지만 우도에서 낚시 포인트를 제일 잘 아는 어부임에는 틀림없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낚싯대를 하나씩 들고 대어를 낚으리라는 포부에 부풀어 바다로 나갔다. 선장님이 낚시 사용법과 미끼 새우를 바늘에 끼우는 방법, 낚아채는 기술 등을 가르쳐 줬다. 섬에서 그리 멀리 나가지는 않았지만 바다가 깊은데 고기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여 가슴이 뛰었다. 처음에는 마음처럼 고기들이 낚이지 않았다.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이 있고 거기에 달린 새우만 따 먹고 도망가는 바람에 새우 끼우기 바빴다. 선장님은 괜히 미안한 듯 지금이 물때가 아니라고 했다. 물때는 조수가 들고 나는 때 즉 시간 의미가 아닌가? 물때가 고기잡이와 밀접한 관계라서 선장님은 고기들이 미끼를 물때가 아니라고 했다. ‘아 고기들이 배가 고프지 않아 미끼를 물 때가 아니군요.’하고 농담 하며 웃었다. 

                            우도에서는 낚시보다 사진이 더 중요해요.


  얼마 후 선장님 낚싯줄에 고기가 걸려 올라오고 우리 낚시에도 고기들이 낚였다. 한 번에 두세 마리씩 붙어오기도 했다.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뱃멀미도 잊은 채 낚시삼매경에 빠졌다. 그러다 우리가 좀 시들해 하면 선장님이 다시 배를 몰아 자리를 옮겨줬다. 결국 우도를 한 바퀴 돌면서 낚시를 했다. 오늘 선상 낚시에서 내 성과가 제일 부족했다. 망고는 계속 일어서서, 아주 열심히 고기를 제법 낚아 올렸다. 신통방통하게도 뭐 손맛을 알았다나. 누구도 대어를 잡지는 못했지만 3시간 동안 여러 종류의 고기를 많이 잡았다.

 다들 안전하게 낚시를 마치고 돌아왔다. 수고스럽게도 우도휴양림센터에서 우리가 잡아온 고기를 손질해 회와 매운탕을 만들어줬다. 손수 잡은 낚시 고기고 싱싱해서 더 맛이 있었다. 엊그제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친숙해졌다.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통영 살이 재미에 흠뻑 빠졌다. 그러나 밤에 자려고 누웠을 때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일렁일렁 했다. 2020. 5. 27.


                         우도 돌미역


                               연화도에 있는 초등학교 "폐교라고 부르지 마세요"



#통영한달살이 #통영살이 #통영여행 #통영우도 #통영연화도 #통영이랑


*여기 실린 제 글과 사진을 함부로 도용하는 것을 금합니다. 이석례 (필명 : 실비아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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