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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5.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 6일차,

밤에 밤을 밤참으로

 날이 밝으면 바로 짐을 싸가지고 나가려고 했는데 갈 곳이 마땅하지 않다. 오도산 자연휴양림에 가려니 그날은 빈방이 없단다. 지리도 모르면서 섣불리 나가서 고생하느니 그냥 하루 더 있기로 했다. 다행히 여주인이 상냥하게 인사를 하며 자기 남편 흉을 봤다.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오후에 비가 약해졌다. 주인은 또 집을 비웠다. 검은 강아지가 나를 보고 마구 짖어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닭장에서는 닭들이 시도 때도 없이 꼬꼬댁 거렸다.  고추농사를 잘했는지 하우스 안에 빨간 고추를 널어 말리고 있다. 호박도 주렁주렁 달려있고 배추도 포기가 실하다. 이렇게 시골살이를 하면서 펜션 사업까지 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배추, 고추, 호박 등을 마트에서 사면되지만 시골에 있는 자연 상태의 모습에 호감이 더 간다.  

 이제는 우산을 쓰고 산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펜션으로 돌아왔다. 요리 집게와 배낭을 메고 다시 산길로 가서 떨어진 밤을 주어 배낭에 넣었다. 도토리도 많았다. 떨어져 있는 밤을 줍는 것이 안 되는 일 아닌가? 산 주인 재산을 갈취? 도둑질? 뭐 그런 범죄가 있는 것 같은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밤 줍기에 재미가 붙었다. 실하게 달린 고추밭에도 마음이 갔다. 누런 호박이 뜨락에 쌓여 있는 외딴집을 살펴봐도 인기척이 없다. 사람이 보이면 말이라도 걸어보고 호박 한 통을 사거나 얻거나 하면 좋으련만. 

 주먹보다 큰 감이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들도 나를 유혹했다.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자연은 풍요롭고 너그럽게 나그네를 맞아줬다. 사람에게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이 어루만져 주는 듯했다. 

 밤에 밤을 삶아 밤참으로 먹으니 맛있고 참 좋다. 남몰래합천살아보기를 제대로 하는 밤이다.






#남몰래합천살아보기 #합천여행 #국내여행 #합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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