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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5.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 7일차, 오전

망향의 동산을 지나 카페율피

 그 펜션에서 나올 때도 주인은 출타 중이다. 고추 따러 밭에 갔나? 그냥 문에 열쇠를 꽂아 놓고 문자로 ‘잘 쉬고 갑니다. 감사합니다.’를 보냈다. 비가 그쳐서 다행이다. 좁은 산길은 올라오는 길이 더 안전했다. 조금 오다가 길을 잘 못 들었는데 혼자 지팡이 들고 들에 나가던 할머니가 바른 길을 알려줬다. 

 가을이 아직 무르익지는 않았다. 하지만 노랗게 익은 벼가 일렁이는 논이 층층을 이루는 산골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길옆에 있는 밭에서 고추를 따는 아저씨를 보고 차를 세웠다. 어제부터 고추든 호박이든 밭에서 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심리는 참 이상하다. 시장에 가면 물건도 많고 쉽게 살 수 있는데......,

 “아저씨 고추 조금만 파세요.”

 “팔기는 뭘 팔아, 그냥 와서 따가셔.”

 “어머나 고마워유.”

 밭에서 고추를 사면 이렇게 공짜로 얻거나 덤으로 많이 받거나 뭐 이런 욕심스런 심리의 발동인 것 같다. 어찌됐던 예쁘지 않은 내 마음을 들여다 보며 고추 따기를 해보게 됐다. 

 비닐봉지를 들고 밭으로 들어가서 실하게 다닥다닥 달린 고추를 땄다. 이게 시골을 여행하는  맛이다.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따다보니 너무 많다. 나는 드릴게 없어 말동무만 하다가 또 말로 감사인사만 하고 고추밭에서 나왔다. 

 다시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구불거리는 길을 달리며 한편으로 ‘水려한 합천’ 물을 바라봤다. 얼마 후, 길옆에 조성해 놓은 ‘망향의 동산’에 들렸다. 합천호에 수몰된 지역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추억으로 보는 봉산면’을 바라보니 60~70년대 농촌 풍경이 정겹다. 


망향의 동산에 세워져 있는 '추억으로 보는 봉산면'


망향의 동산에서 바라본 합천호



 좀 더 와서 오도산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이정표를 지나쳐 곧 ‘카페율피’에 도착했다. 배도 고팠고 밤이 들어간 율피돈가스가 맛있다는 안내책자 글도 봤기 때문이다. 1층은, 엊그제 사먹은 율피 떡을 만드는 곳이고 카페는 2층이다. 시골에 있는 카페지만 분위기는 도회적이고 메뉴도 돈가스, 파스타, 리조또, 떢뽂기 등인데 모두 합천특산물 밤을 이용한다.  낯선 곳에 와서 맛집에 들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좀 아니 많이 행복하다.


카페율피 입구


카페율피 안 식탁 


율피돈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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