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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선생 Oct 17. 2021

남몰래합천살아보기 8일차,

오도산 산책과 멍때리기

 해발 1,134m 오도산은 가야산맥 중 한 산이다. 원래 이름은 ‘하늘의 촛불’이라고 한다. 그 이름에 걸맞게 일출과 일몰의 광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도선국사가 이 산에서 깨달음을 얻어 ‘오도산’이란 이름이 됐다.  

 나는 2박을, 오도산 자연휴양림 오도9호실에 묵었다. 가까이 계곡물이 흐르기 때문에 밤새 물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 아침에 창을 열자 상쾌한 공기에 산내음과 새소리까지 합류해 나를 감싸줬다. 너무도 신선해 이런 공기를 매일 마신다면 건강에 아주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호흡을 연거푸 해댔다. 마음 같아서는 등산을 하고 싶지만 혼자라서, 그리고 산을 오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도산 숲


다산나무


 10시가 다돼서 느지막하게 헐렁헐렁 산책을 나갔다. 먼저 위로 올라가 봤다. 길은, 차도가 나 있을 만큼 완만하게 올라간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옆으로 데코가 잘 놓여있어서 여름에 가족과 캠핑을 오면 아주 좋을 것 같았다. 간혹 데코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소나무, 단풍나무, 상수리나무 등 여러 종이 울창하지만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다. 

 그런데 산자락 길옆에 의아한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자줏빛, 커다란 컨테이너인 줄 알았다. 가까이 가보니 온통 진하게 녹이 슨 철건물이다. 문에 ‘웰니스웰컴센터 힐링하우스’ 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더 의아해졌다.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의 합성어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 상태다. 그런데 왜? 철을? 내 의문은, 이 센터 옆면에 새겨진 건축가의 건축이념을 새긴 글을 보고 풀렸다. 

 ‘가장 인공적인 재료인 철을 주 재료로 사용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건축은 점점 자연에 가까워진다. 녹이 슨 철물에 얼룩이 지고 그 얼룩이 다시 씻겨 나가는 동안 건축은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오도산의 변화를 지켜본다.’ 

 이 글을 읽고 또 읽어보느라 그 자리에서 한참을 서있었다. 오도산과 나무와 숲과 계곡의 물과 새들과 풀과 꽃과 적대적이라 생각한 철이, 철로 지어진 직사각형 건물이 깊은 울림으로 내 가슴에 들어왔다. ‘녹이 슬고 얼룩이 지고 씻겨나가고 그리고 겸손해진다는’ 내 마음 가득 녹이 덕지덕지 슬었지만 얼룩이 겹겹이 졌지만 그 것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나도 이제는 겸손하고 더 겸손해져야 할 것 같은데. 

웰니스센터 건물


울창한 오도산 숲- 누워서 사는 나무 


약수터 가는 길


 조금 더 올라가서 약수터 가는 안내판이 있고 그 길로 걸었다. 사람이 없으니 물소리 새소리 바람이 나무를 스치는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다. 낙엽이 떨어져 비와 이슬에 젖은 흙길, 이끼 낀 돌바닥이 미끄러웠다. ‘그만 갈까?’하는 마음이 생길 때쯤 바위틈에서 떨어지는 약수가 나타났다. 제법 물줄기가 굵었다. 물로 마른입을 축인 후 심호흡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내려왔다. 

 산에 와서 체험할 수 있는 알맞은 숲치유센터 건물이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저절로 끌렸다. 치유사 님에게 설명을 듣고 내일 체험하기로 예약을 했다. 

오도산 치유의 숲 센터 건물


 그쯤에서 발길을 아래로 돌렸다. 배가 고파 천천히 오도9호실로 돌아왔다. 내 가방에 있는 이런저런 식재료로 반찬을 해서 어젯밤 잔뜩 지어 놓은 밥을 먹었다. 인터넷이 안 되니 일은 할 수 없고 텔레비전을 보자니, 그것은 산속에 들어와 대낮에 할 짓이 아니다.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휴양림 입구까지 가서 내일 할 숲치유체험비 1인 당 10,000원을 내고 표를 샀다. 그리고 올라오면서 자세히 숲을 살펴봤다. 어제는 차를 운전해 오느라 그냥 지나쳤던 나무, 풀 , 바위 등이 눈에 들어왔다. 


 또 내 수준에 딱 맞는 산책길로 접어들었다. 길이 잘 나있고 바닥에 멍석을 깔아놓아 걷기도 안전하고 편했다. 그 길을 두 번 돌고 계곡물가로 내려왔다. 흐르는 물가에 놓여있는 넓은 바위 위에 앉았다. 오늘은 날도 화창하고, 비온 뒤라 공기가 아주 좋다. 양말을 벗고 오도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말 그대로 ‘멍때리기’를 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념무상에 들고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일어나면 일어나는 대로 물소리, 새소리가 들리면 들리는 대로 낙엽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한참 후, 아주 작은 눈꼽만한 고기새끼가 내 발등 위에 올라와 움직이더니 미세하게 물었다. 

오도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오도산 계곡 돌다리


오도산 약수물 소리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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