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다
여행에 지쳐 우리는 말을 잃었고 우리도 잃었다. 강가에 걸터앉아 멀뚱히 걷고 있는 어제, 그저께, 그그저께, 끄끄저께, 끄끄끄저께로 뚜렷해지는 남자는 훤칠하고, 능력있는 그런 남자였으니까 강가 앞에 앉아 바람 맞는 남자는 남자였고 남자였었고 또 남자였었다. 생각해보니 남자는 낭자였고, 희미한 낭자였고, 빛바랜 낭자였다. 낭자는 남자고 남자는 낭자인지라, 우리는 강가에 앉아 멀뚱멀뚱 침묵할 수 있고, 그속에서 물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그속에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 속에서 서로의 투명하고도 연한 피부를 이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