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것과 버릴 것
결혼을 하고 유일하게 구입한 살림살이는 헤어 드라이기였다. 곧 네팔로 떠날 예정이어서 별다른 물건이 필요 없었다. 다행히 잠시 살던 작은 오피스텔엔 웬만한 것들은 다 있었고 단출하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출발이 쉬웠고, 생각도 심플해졌다.
네팔에서 산다.
물건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에 약한 나는 리스트를 적는 대신 그리기 시작했다. 네팔에서 사는 일상을 상상하며 필요한 물건들을 그려나갔다. 이렇게 그려보는 방법은 전체 리스트를 더 기억하기 좋은 것은 물론 아주 중요한 것을 빼먹는 위험을 줄일 수 있었다.
나와 아내
23Kg 수화물 2개 + 기내로 들고 들어갈 수 있는 작은 백팩 2개 + 노트북 가방 2개.
이게 끝이었다. 한국에서 살던 넘치던 삶을 추려내고 추려내야 했다.
가져가야 할 품목이 한 없이 길어지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고민했다. 먼저 하지 않을 것을 정해야 가져가지 않을 것들이 정해졌다. 그러기에 꼭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야 할지 이제는 확실히 정해야 할 순간이라 느껴졌다. 삶은 팩킹과 언팩킹의 연속 아닐까. 기저귀 가방에서 시작해 책 가방, 서류 가방, 여행용 배낭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에서 구입한 2만 원짜리 파란 이민 가방은 그렇게 조금씩 채워져 갔다.
돌이켜 보면 필요 없었던 것들(검전기, 달 잔, 한국 돈, 라면스프 - 왜 가져가려 했었는지 그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 ), 거기서도 구할 수 있는 것들(샴푸, 린스, 칫솔, 모기약), 가자마자 고장 나거나 망가진 것들(USB 독서등, 케이블 몇 개)은 왜 그리 가져가려 했나 싶기도 하다.
가방이 빵빵해지다 못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보면서 내 마음속에도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여권
여권사본 X 2
3X4 증명사진
4X5 여권사진
운전면허 / 국제 운전 면허
신용카드 / 보안카드
공인인증서
학위증명서
인터넷 전화
예비 배터리 팩
노트북 X 2
복구 CD
외장하드 4개
킨들
각종 케이블
무선공유기
카메라
모바일 폰
시계
선글라스
안경
컨택트 렌즈
위생용품
USB 독서등
헤드랜턴
미니 랜턴
다용도 칼
응급 First Aid Kit
미니 드라이버 세트
검전기
노트
필기구
잉크 / 만년필
면도기
화장품(플라스틱 용기에 덜어서)
선크림
모기약
왁스
모기채(정말 모기 많음)
샴푸 / 린스
칫솔
치간칫솔
립스틱
손톱깎이
미용가위
반짇고리
고르고 또 골라 추려낸 책 1박스
라면스프들
고추장
된장
국물 내기용 멸치
다시마 / 미역
기타
비상약
헤어드라이기
달 잔
현금
스타킹
수면양말 1족
스포츠 타월
속옷
수건
모자
등산용 모자
비니
스카프
성경
각각 정장 1벌
티셔츠 5 / 반팔 3 / 긴팔 2
셔츠 2
방한장갑
등산용 긴팔 2
기능성 속옷
축구화
구두 1
슬리퍼 1
운동화 1
등산화 1
윈드재킷
긴바지 3
등산바지
폴라폴리스
트래킹화
등산양말
배낭 55 L + 40 L
레인커버
삼각대
네팔 이야기 처음부터 보기
https://brunch.co.kr/@lsme0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