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무 May 06. 2022

그대의 삶이 우주야

 나의 주된 업무 분야가 의료계의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보니, 회의도 잦고 회의 주관 부서  직원들과의 교류 또한 빈번하게 이루어진다. J팀장은 평사원 시절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나의 주된 관심분야인 근거기반 의사결정(evidence-based decision-making)에 대한 강의 때에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고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던 친구였다. 일을 잘해 팀장으로 승진했는데 진급할수록 업무의 강도와 책임감은 커져만 갔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날 중요  회의의 사전 브리핑을 하러 와서 이야기하던 중에, 근자에는 뚜렷한 생각 없이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과 무언가 탁월함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삶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J 팀장뿐 아니라 많은 직원들과 이야기해보면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의 80-90%가 삽질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자에 여러 기관을 돌아가며 일할 기회가 있었던 내게는 이러한 직원들의 반응이 어느 기관에 특정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것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생각에는 열심히 삽질하듯 일을 하였으나 그 결과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는 것인데, 그래도 나는 10-20%는 인류를 위해 좋은 일을 했으니 잘한 것이라 격려하곤 하였다.


 그날 J팀장의 활기를 잃은, 그리고 일에 지친 말을 듣다가 '당신이 자신의 생명을 귀중히 여기고 진지하게 사는 것만큼 온 우주에 의미 있는 일은 없다'라고 말해 주었는데 이 말을 하고 있는 중에 내가 그녀에게 말한 이 느낌은 참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이순신 장군과 같고 세종대왕이나 방탄소년단과  같아야만 우주가 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인가? 이름 모를 산에 제자리를 지키며 자라나 온 나무 한 그루, 그 나무에 깃들인 한 쌍의 새, 농부에게 오늘도 달걀을 제공해준 암탉 한 마리 그리고 작은 일을 소중하고 귀중하게 여기며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우주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미국 오스틴에 있는 텍사스 대학의 학위 수여식에서 미 해군 장성 McRaven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있는데, 미 해군의 특수부대인 네이비씰의 훈련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사용하여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대하여 한 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특수부대에 임용되길 바라며 도전하지만 그 과정을 끝까지 마치는 사람이 많지 않으나 그 장군은 이 과정을 견디고 이겨내고 성취하는 비결을 뜻밖에도 아주 평범해 보이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지적해주었다. 바로 취침을 끝내고 나서 자신이 잔 잠자리를 정돈하는 것 말이다. 그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지 않고 정성을 다하고 성취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말이다. 좀 더 큰 일을 실패하고 좌절했어도 자신이 정리한 작은 성취, 작은 진지한 삶의 결과를 볼 때 그는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군의 말이었다.


 첫 번째 노예가 나아와서 ‘주인님, 주인님의 한 므나로 열 므나를 벌었습니다.’라고 하니, 주인이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잘하였다. 착한 노예야, 네가 가장 작은 것에 신실하였으니, 열 도시를 다스리는 권위를 가져라.’ 누가복음 19:16-17


 한 므나는 백일의 품삯이다. 오늘날로 치면 대략 석 달치 월급인 셈인데 이러한 일을 적게 여기지 않고, 진실되고 진지하며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 때 그는 열 도시를 다스리는 사람, 즉,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대개 하나의 도에 시는 8~10개 정도가 되니, 오늘날로 말하면 도지사가 될 위임을 받게 된 이다.


 오늘의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가 겪지 못한 시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것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 여러 번의 도전에도 열리지 않는 취업의 문.  마음에 원하는 큰 일들의 성취가 쉽사리 얻어지지 않을 때 인내하고 있는 꾸준히 힘쓰고 소망을 갖고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일생, 오늘이라는 시간, 내가 해야 할 작은 일들을 귀히 여기고 진지하고 성실히 행할 때 언젠가 매우 값진 기회가 오게 될 것이다. 그대의 삶 자체가 우주의 의미인 만큼, 인생의 의미를 알고 소중한 일생을 하루하루 진하게 살자.

작가의 이전글 첫 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