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똑똑하다. 아이큐가 전 세계 최상위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수재들이 좁은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다. 수많은 사건들, 격랑의 세월들을 함께 보내왔다. 그래서 이제 누가 한 마디라도 하면, 받아들이거나 감상의 마음이 생기기보다 판단과 정죄의 말이 먼저 나간다. 마치 말 한마디, 행동하나 신선하고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던 신혼의 아득한 추억을 뒤로하여 삼사십 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처럼, 남편이 무엇이라 하면 아내의 입에서는 긍정적 반응 대신 '그건 아니지'란 말이 나오고, 아내가 무어라 하면 남편은 한숨과 실소를 하며 '그게 왜 그런 거야'라고 반문을 하는 그런 오래된 부부처럼 말이다.
똑똑한데 결과는 불행하다.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일 마음에 조금의 여지도 없으니 불화와 다툼이 가득하다. 유일한 안위는 '그러니까 나라가 발전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
적지 않은 사람들과 대화 중에 느끼는 것은 그들이 선생이요 재판관이요 전지적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 올 리가 없다. 때론 겉으로는 듣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냉랭한 것이다.
내가 새 계명을 여러분에게 줍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것같이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십시오. 요한복음 13:34
어떤 일도 이기적인 야심으로 하지 말고, 헛된 영광을 위해 하지 말며, 오직 생각을 낮추어 서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십시오. 빌립보서 2:3
물은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른다. 그러니 항상 높은데 있는 똑똑한 이들은 목마를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판단하나 정작 그 사람은 메마르고 차갑고 심지어 공허하기까지 하다. 아 똑똑함의 불행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