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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Sep 10. 2022

동네 강아지

 주말이면 아내와 하루 한두 번은 동네를 걷는다.

요샌 한낮에 더위를 피해 아침과 해가 떨어질 무렵 걷곤 하는데 걷다 보면 개들과 함께 산책 나온 이웃들과 마주치곤 한다.


 언젠가 자신이 데리고 나온 개를 지나가는 사람이 관심하고 만지고 하는 것을 싫어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우리 부부도 웬만하면 별로 아는 체를 안 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된 견주들이 있는데 사실 견주라기보다는 개를 더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벨지안 쉽독인 '오디', 스피츠인 '기농'이, 무슨 종인지 기억 안나는 '빵뚜'...  사람을 아는 체하긴 쉽지 않지만 개가 반가워하여 인사를 나누다 보면 견주와도 인사하게 되는데 그래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건강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신적으로도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길 테니 말이다.


 어는  원주 회사 근처를 아침 일찍 걷고 있는데 앞서 가던 개가 주인의 행보와 달리 주춤주춤 힐끗힐끗 뒤에 가는 나를 보더니 이내 주저앉아버렸다, 주인은 갈 길을 재촉하려 하나 이 개는 가다가 다시 서곤 하였다. 내가 그 개를 보고 웃자 이내 내게 달려들어 반갑게 인사한다. 쓰담쓰담해주면서 "인사하고 싶었구나, 그래 운동 나왔어? 운동 잘하고 가." 해주었더니 그 개는 마음이 시원해진 모양이다. 웰시코기 종이 었는데 이름을 미처 묻지는 못하였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개들의 능력, 성격, 동에 대한 인류의 연구와 이해는 더 넓혀져가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개에 대한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유튜브에는 천재견 이야기들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이번 여름 딸아이가 사는 브리즈번에 휴가차 다녀왔는데 푸들과 킹 찰스 카발리에의 혼혈종이고 사람으로 치면 청소년기에 있는 개인데, 옅은 브라운 색을 띠고 있어 모카라고 이름 지었다.

 이번엔 내가 개를 데리고 나가는 위치에 있게 되었다. 그동안 산책 나온 동네 개들과 인사를 나누는 위치였는데 말이다. 모든 개들이 그렇겠지만 산책하자면 좋아하는 내색이 분명한데 때로는 앞에 와서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본다. 그래서 일어나 따라가면 자기가 하고 싶은 행동을 할 곳으로 인도한다. 말은 못 하지만 '난 이것하고 싶어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데 그중 모카가 좋아하는 것이 산책이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온갖 것이 다 궁금하고 이것저것 입으로 가져간다. 아기들이 물건을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목줄을 하고  집 근처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온 동네 개들이 짖어대며 아는 채를 해댄다. 알아들을 수 없으니 반갑다는 것인지 접근하지 말라는 것이지 알 수 없으나  딸아이의 말에 의하면 모카와 친한 개들이 있다고 한다. 어떤 개는 위협적으로 큰 덩치를 가진 개인데 근처를 지날 때 쩌렁쩌렁거릴 정도로 짖으나 이내 모카를 보면 꼬리를 살랑거리며 낑낑대는데 집 밖에 자유로운 모카는 슬쩍 인사만 하고 휙 지나쳐 버린다. 아쉽다는 듯이 낑낑 대는 그 큰 개를 뒤로 한채, 내가 미안할 정도로 지나가 버린다.


 목줄을 풀어 줄 수 있는 공원에 도착하여 풀어주면 얼마나 신나게 달리는지 아무리 불러도 올 생각을 안 한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곳이라 다행인데 멀리서 사람이 보이면 딸네는 모카를 얼른 돌아오게 하여 붙들어 준다.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모카와의 산책에 신경 쓸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도 산책하다 조우하는 입장보다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것이 좀 더 낫게 여겨지는데, 이 말을 듣는 듯 듣지 않고 따르는 듯 따르지 않는 녀석들이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제 귀국해서 카톡으로만 모카를 보고 있는데 앞에 와서 빤히 쳐다보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전하려 하는 녀석의 모습이 선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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