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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Oct 14. 2022

길 한복판 사마귀

 가을 날씨가 완연한 오늘, 점심시간 사옥 주위로 난 야트막한 산비탈 둘레길을 걸어 올라가며 산책을 하였다. 점심 식후 걷기에 딱 좋은 코스라 직원들이 삼삼오오 즐겨 걷는 길이다.


 그런데 오늘은 직원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걷다 보니  한가운데 사마귀 한 마리가 미동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발견한 내가 비켜서 길을 지나야 했다. 그런데 또 다른 곤충들도 눈에 띄었는데 주로 메뚜기들이었다. 그다지 볼품이 있지 않은 송장 메뚜기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메뚜기들은 내가 가까이 가기가 무섭게 이리 뛰고 저리 날고 하면서 나를 피하느라 분주하였다.


 좀 더 걷다 보니 사마귀 몇 마리들이 길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는데 더러는 앞 발을 움켜쥔 로 무언가 공격하려는 듯 한 자세로 내가 바로 옆을 지나쳐도 다들 미동도 안 하였는데 메뚜기들과는 큰 대조를 이루었다. 그런데 몇 발자국  떼지 않아 발에 밟혀 죽은 사마귀가 눈에 띄었고 얼마 지나니 몇 마리가 더 밟혀 죽은 것이 보였다. 그러나 밟혀 죽은 메뚜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왜 사마귀는 여러 마리가 발에 밟혀 죽는데 메뚜기는 그렇지 않을까? 아니, 메뚜기는 발에 밟혀 죽지 않는데 왜 사마귀는 밟혀 죽을까? 그것이 궁금해졌다.


 사마귀는 자신이 곤충의 왕이라 생각한 것일까? 자신의 싸움 실력에 대해 자신이 넘쳐 어떤 것에도 겁이 나지 않음으로 무언가 피할 필요를 느끼지도 않은 것일까? 당당함이 지나쳐 죽음을 초래하게 된 것일까? 메뚜기는 자신이 약한 줄 알므로 눈치 있게 피하건만 사마귀는 두려움이 없어 닥칠 위험에 전혀 무감각했던 것일까?


 잠언 21:4 눈이 높은 것과 마음이 자만한 것 곧 악인의 등불은 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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