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역에 내려 귀가하는데 날렵하게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저공비행하며 다가구 주택 콘크리트 처마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더니 벽에 스파이더맨처럼 달라붙었다.
제비였다.
제비가 도시에 돌아오다니.
두물머리나 서울 근교에선 근래 수년간 물가를 나는 제비들을 보며 그래도 우리나라를 아주 떠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반갑곤 하였는데, 비록 외곽이지만 그래도 '서울'에서 제비를 본 것이다.
동대문구 용두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당시 제비는 지천에 돌아다녔고, 착한 흥부에겐 축복의 박씨를 심술궂은 놀부에겐 응징의 박씨를 물어다 준 제비여서 인과응보의 아이콘으로 친근히 여겨지기만 하였던 새였다. 그러나 점차 도시의 교통이 번잡해지면서 서울에선 그 자취를 볼 수 없었다.
먹이 활동 시 저공으로 빠르게 나는 제비의 습성상 로드킬 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도시의 수많은 차량의 물결 속을 어떻게 비집고 다닐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저러다 어미가 죽으면 새끼들은 누가 돌보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하기도 하였는데, 처음 집을 짓고 어린 새끼를 키우기 시작한 지 상당기간이 지난 지금도 어미는 건재하다.
콘크리트 사각의 각진 처마 제비집의 위치는 높지도 않아 사람의 손이 닿을 듯 한데도 사람들을 신뢰한 듯 그곳에 집을 지었다. 숲 속에 뱀에게 알이나 어린 새끼를 잃는 것보다는 그래도 오랜 세월을 거쳐 신뢰를 다져온 사람과의 동거가 더 마음에 놓이는가 보다. 쥐나 고양이가 접근할 위치는 못되니 그래도 제비들에게는 안전한 장소이리라. 이 험한 세상에 각양각색의 위험 속에 자신의 새끼들을 안전하게 키우려는 제비의 지혜롭고 따뜻한 어미의 마음이 전달되어 왔다.
오, 만군의 여호와님! 저의 왕, 저희 하나님!
주님의 두 단에서 참새도 집을 찾았고
제비도 새끼 칠 둥지를 찾았습니다.
주님의 집에 거주하는 이들은 복이 있으니
그들이 늘 주님을 찬양할 것입니다. 셀라
주님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을 향한 대로가 있는 이는 복이 있습니다.
시편 84:3-5
집안은 다 자란 네 마리의 새끼제비들로 꽉 찬지라 어미가 들어갈 자리가 보이지 않았고, 그런 집에 접근하기 위해 벽에 흙을 던져 벽에 붙어 마른 듯한 모양의 흙덩어리를 중간 기착 장소로 마련해 두었다. 외부에서 활동을 하던 어미는 집에 있는, 거의 육안으로 보기에 어미만 해진 새끼들에게 가기 전 이 자가 제작 횃대에 스파이더맨처럼 붙었다가 먹이를 먹이러 들어가곤 하였다.
새끼 제비들의 입가엔 선명 백색 줄이 있어 '여기가 입이에요, 얼른 먹이 주세요. 하나도 놓치지 마시고요.'라고 하는 듯하였다. 이젠 어미만 해진 새끼들은 곧 둥지를 떠나 각자의 성체로서 생활을 시작하리라. 세상은 사람 살기에 점차 각박해져 성인이 되어도 집을 떠나지 않고 부모들과 함께 사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제비들에게도 그런 현상이 있을까? 비좁아 보이는 제비집을 보며 은근히 궁금해졌지만 아직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새끼 제비들이 곧 날아오를 날을 기대하며 집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