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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Sep 28. 2023

빠른가 느린가?

왕복 2차선 지방 도로를 시속 80km로 달리는 운전자 P 씨가 있다고 하자.  가다 보니 시속 60km로 달리고 있는 S양이 있는 곳에 도달하자 답답한 듯 이리저리  운전대를 비틀다가 기회가 되자 추월해 앞서 나갔다. 창밖에 보이는 들판과 녹색 수풀들을 흘깃 보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가 차 한대가 자신을 추월해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쏜살같이 말이다. 시속 100km로 달린 K 씨였다.


 P 씨는 빨리 달리고 있었을까 니면 느리게 달리고 있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한 회의에 S양과 K 씨가 초대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K 씨는 P 씨는 굼벵이같이 느리다고 성토하였으나 S양은 무슨 소리냐며 그는 KTX보다 빠르게 지방도로를 달렸다고 비난하였다. 이들의 논쟁은 끝날 줄 몰랐다.


 우스꽝스럽게 보이겠지만 우리 주위에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회의가 서울에 있을 때 전철역까지 걸어가 출근하곤 하는데 종종 아내와 함께 걷는다. 간단한 식후 아침 운동을 함께 하는 셈인데 주변 아파트 단지를 돌아 돌아 걷게 된다. 어느 날 아침 함께 걷는데 아파트 주변 화단에 드문드문 보였던 아기단풍나무들이 보이지 않았다. 단풍나무 씨앗이 떨어져 발아된 지 1~2년쯤 돼 보이는 작은 단풍나무들이었다. "일하는 분들이 다 뽑아버렸나 보네."라고 말했더니 아내는 "무슨 소리예요, 일일이 언제 뽑고 있겠어요. 잔디 깎을 때 다 깎여나간 거지."라고 나의 말에 반하는 대답을 하였다.


  나는 즉답을 피하고 잠시 걸으며 아내가 왜 그렇게 이야기할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파트 단지를 걸을 때 일하시는 분들이 쪼그려 앉아 잡풀을 뽑는 것을 보곤 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 것이었는데, 아내는 그런 장면을 자주보지 않았는지 아파트 단지 내 전동 기구를 사용하여 잔디 깎는 모습을 보곤 하여 그렇게 말하였던 것이다. 우리 부부 모두 현장을 본 사람은 없으니 추측의 말인데 추측하는 근거는 자신이 보고 체험한 관점에 따른 것이었다. 보고 체험 것이 상이하니 의견이 상이하고 같은 현상을 보아도 해석이 달랐다. 여기서 더 각자의 주장을 주장하면 이 작은 일로도 부부간에 큰 다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거기까지만 하였다.


 우린 이상(異常)하단 말을 흔히 하게 된다. 문자적으로 생긴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인데 무엇과 다르다는 것인가? 내게 익숙한 모양이나 모습 행동양식과 다를 때 이상하다고 말할 것이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타인은 이상하다.  길을 가며 혼자 키득키득 웃어가며 말하는 사람이 이상해 보인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인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상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온 세상은 다 이상한 사람들 투성이다. 나와 다른 사람을 멀리하다 보면 우주가운데 나 홀로 남게 된다.


 태어나서 자라며 보고들은 것, 배우고 체득한 것, 듣고 경험한 것이 다  다르고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관념으로 각자에게 작용한다. 그 관념이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나의 아내와 35년 넘게 살아왔고 인생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며 함께 해 왔지만 아직도 달라도 너무 다른 관점들이 있다.


서로 다른 관점을 주장하면 다투게 되고 심지어 분열되게 된다. 무엇이 우릴 하나로 만들고 보존되게 할 수 있을까?


디모데후서 3:16 모든 성경은 하나님께서 숨을 내쉬신 것이며, 가르치고 가책받게 하고 바로잡고 의(義)로 교육하는 데에 유익합니다. 


시편 119:105  주님의 말씀은 제 발의 등불이요 / 제 길의 빛입니다.


 우리 부부가 터득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올 때에야 우리의 다름이 문제 되지 않고, 하나의 분위기가 깨지지 않으며 깊은 속에서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여, 길은 성경에, 살아계신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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