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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Feb 18. 2024

겨울 여행 III

이순신, 거북선, 돌산

 나머지 일정은 여수 인근을 돌아다니기로 하였다. 여수에 왔는데 다른 곳만 찾아다니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셋째 날 돌아다닌 곳은 이순신공 인근, 장도, 돌산도였고, 넷째 날은 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에 다녀오는 일정이 되었다.


 여수를 다니며 외관상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온 단어는 이순신, 거북선, 돌산이었고 가장 많이 보인 풍경은 섬과 다리들이었다. 안경점에도, 공원 이름에도, 음식점에도 이 세 단어가 제일 눈에 많이 띄었고 어딜 봐도 섬과 다리들이 있었다. 이틀 내내 비가 올 듯 말 듯 흩뿌리는 비 또는 구름진 하늘들이어서 밝은 인상을 갖기는 힘들었지만 강하진 않지만 무언가 푸근한 분위기에 우린 마음이 평온하게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나를 흥분시킨 것은 아주 작은데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일행이 나갈 준비가 되기 전까지 바로 인근에 있는 거북선 공원을 산책하다 처음 보는 새 후투티를 만난 것이었다. 후투티는 여름 철새로 드물게 관찰되는 새로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았었는데 바로 눈앞에 이 새가 잔디밭을 긴 부리로 파헤치며 이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벌레 유충이나 그 귀여운 땅강아지를 주식으로 한다니 좀 그렇긴 했지만 희귀한 손님을 만나  기쁜 마음이 한동안 가라앉질 않았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운동삼아 걷고 있었는데 이 새에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 또한 신기했다. 여수에서는 까치처럼 흔한 새일까?


긴 부리와 독특한 머리 깃, 그리고 알록달록한 날개, 신기하게 생긴 후투티가 바로 눈앞에서 먹이활동 중이었다.



날다가 내리면 잠시 머리 깃을 바짝 세우는데 그 모습을 본 아내는 인디언 추장 같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영낙없이 전투에 나가는 인디언 추장 모습이다.

 후투티와의 황홀한 시간을 뒤로하고 여수  걷기를 시작하였다. 걷다 보니 던킨 도너츠가 일찍 열려 있어 커피도 한잔 할 겸, 길도 물을 겸 들어갔는데 막 개장하려는 참이었나 보다. 아침에 갔다 놓은 도넛 상자들을 아직 다 풀지도 못한 상태였다. 주문하려는데 집에 있는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나 보다. '집에 잘 있고 식사 잘하고 엄마는 손님 셔서 인제 전화 끊쟈.' 이런 말을 하는 직원 분은 워킹맘이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로 인해 마음이 짠해진다. 초콜릿이 듬뿍 든 도넛과 커피를 받아 들고 어딜 가면 좋으냐 물었더니 자신이 여수 토박인데도 별로 돌아다니지 않아 모르겠다고 한다. 서울 사람 남산 가본 사람 별로 없다더니 가까운 곳은 명소가 아닌 것이다  감사하단 말을 남기고 나와서 걸어 보는데 멀리 육지와 연결된  가까운 섬 하나가 보였다. 모바일 지도를 찾아  확인해보니 장도라는 섬이었다.

장도 언덕에서 내려 바라본 풍경. 섬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보인다.


 섬 둘레를 따라 난 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니 예술인을 위한 스튜디오를 여러 채 지어 놓았고 사전 예약에 따라 사용할 수 있게 해 놓은 건물들이 보였다.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돕는 여수시의 정책지원이 바람직해 보였고 나도 여건이 된다면 이곳에 보름쯤 머물며 집필을 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섬을 둘러보고 나갈 때 연결된 다리 아래 바닷물이 들어올 때 보다 수위가 현저히 깊어졌다. 밀물 때가 된 모양이었다. 점심은 딸아이가 알아본 맛집에서 하였는데 예약도 받지 않는데 조금 늦으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곳이었다. 봉골레 칼국수, 들기름 메밀면, 새우감자전을 시켜 먹었는데 퓨전한식집이었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지 오픈시간이 되자 젊은 이들로 좌석이 꽉 찼다.


 점심식사 후는 돌산도에 들러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가족 여행에도 시간에 맞추어 대학원 업무를 해야 하는 딸아이의 작업을 기다리며 우리 부부는 휴식을 취하였다. 구름 낀 바다와 섬들을 둘러보고 저녁은 매운탕 맛집을 찾아 숙소 근처에서 하고 여수의 밤거리를 걸으니 숙면을 취할 운동량을 다 채웠다.


 다음날 여수의 마지막 여행은 나로도 우주센터에 다녀오기로 하고 섬을 연결하는 여러 개의 다리로 연결된 바닷가 드라이브 코스를 누리기로 한 것이었는데 건넌 다리는 세다가 그만두었는데  8~9개는 건넌 것 다.


8-9개의 다리를 건너 나로도에 도착하였다.

 오는 길까지 합하면 다리만 20여 개 가까이 건넌 셈이었는데 오가는 곳곳에 전망 포인트나 카페에서 바라보이는 바다 풍경은 고요하고 평온감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길 가에서 발견한 아름다운 섬

 겨울 가족여행은 이렇게 남해 바닷가 여러 섬들과 추억과 함께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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