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등(Gas light)’이란 작품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유래되었다. 영화에서는 잉그리드 버그만만이 역할을 담당한 폴라라는 여자가 나오는데 의문의 살해를 당한 이모인 오페라 여가수의 유일한 상속녀였다. 값진 보석을 훔치고자 하여 그 오페라 여가수를 살해했던 그레고리라는 남자는 당시 그 보석을 찾지 못하였고, 이에 미련이 있었던 그는 유일한 상속녀인 폴라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고 사랑을 얻어내 결혼을 하게 된다. 이모의 유품들을 다락방에 모아두도록 유도한 후 매일 밤 샅샅이 뒤지며 보석을 찾던 그는 폴라가 집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그녀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는 자각을 하도록 상황들을 의도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매우 다정하고 배려 많은 태도로 걱정이 되듯 그녀에게 말하지만 이를 통해 그녀가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그를 더욱 의지하도록 만드는데그녀는 그의 의도대로 소극적으로 되어만 간다. 이때 집안의 가스등도 그 소재로 활용되는데 가스등의빛을 줄여 놓고 어둡게 여기는 그녀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며, 이로 인해 이 영화로 부터'가스라이팅'이란 개념이 산출되게 된다.
국립국어원은 가스라이팅을 ‘심리지배’로 번역하였다고 하는데 타인의 심리를 지배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병적인 상태이니 무난한 번역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타인에 대한 심리지배행위와 그 사람이 잘되라고 권면해 주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린 때로 타인을 격려하기 위해 여러 말을 해주기도 하고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다소 강한 권면을 하기도 한다. 부모 입장에서 자녀가 어떤 모습으로 자라기 바라면서 어떤 사상을 집어넣어주기도 한다. 심리지배와 참된 부모의 사랑에서 나오는 권면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여기에 종교가 개입되면 더 상황은 복잡해지기도 한다. 사이비 종교에 사로 잡혀 피해를 입게 되는 과정을 보면,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분하의 반복적인 권면으로 어떤 사고에 사로 잡혀 병적인 상태에 놓인 사례들을 발견하곤 하는데, 정상적인 신앙생활에서 참된 하나님의 뜻에 따른 사랑 안에서의 권면과 이러한 심리지배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
우리가 그분을 전파하여 온갖 지혜로 각 사람에게 권면하고 각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충분히 성장한 사람으로 하나님께 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골로새서 1: 27
정상적인 권면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권하는 사람의 일차 이득이 분명하고 투명하고 공개적이어야 하고 이차이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즉 동기가 순수해야 한다. 권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잘되기 위한 것이고 그 사람이 자유의지를 가진 인격체로서 자신의 복지를 위해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망을 갖게 돕는 것 외에 어떤 의도도 없어야 한다.
둘째로는 권면의 대상의 머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상대에게 자신의 의도를 강요할 자격이 없다. 그것은 그 사람의 머리를 자신이 취하는 것이다. 자신의 의도가 선하다는 생각이 매우 강한 사람은 다른 이에게 지시하듯 강요할 수 있다. 믿는 이에게 있어서 유일한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심지어 하나님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타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 되심을 자신이 찬탈하는 것이다.
많은 주님의 일꾼들이 하나님의 일을 성취하려는 강한 부담으로 인해 이에 대한 분별력이 없어 주제넘은 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일을 그르치고도 어디서 잘못되었는지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가 부모라 할지라도 자녀에게 갈 길에 대해 조언해 주고 제시해 줄 뿐이지 판단과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한다. 대신 머리역할을 해주다 보면 어린이 상태에 머문 어른들이 산출된다.
자신의 의도가 강할수록, 자신이 선하고 옳다고 확신할수록, 타인을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할수록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 안에서의 권면이 아닌 가스라이팅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