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원리, 생리학 IV- 호흡 생리와 만성기침
감기 걸린 후, 심지어 특별한 선행 원인도 없었는데도 어느 날인가부터 기침이 나더니 수개월 지나도 그치지 않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며칠간만 증세가 지속된 것을 경험해 보신 분들일지라도 기침이 얼마나 성가시고, 기침할 때마다 흉곽의 통증이 기분 나쁜 잔상을 남기며 괴롭게 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본인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안타깝게 여기고, 코로나 19 유행 이후 기침소리에 불편한 느낌을 갖게 되기도 하였다. 또 드물긴 하지만 심한 기침으로 늑골 골절이 유발되기도 하니 기침을 작은 일이라 치부하기만 할 수는 없다.
기침이 장기화되면, '기침은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기침 자체가 질병인가? 아니면 어떤 위험한 질병이 웅크리고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하여 병원을 찾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기침을 하는가? 호흡기의 생리학적 특성 속에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우리가 평생 들이마시는 먼지의 양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별로 없다. 평균 대기 중 부유먼지 농도를 적용해 계산해 보면, 80년 생애 동안 호흡을 통해 들이마시는 먼지의 누적량은 약 20kg 안팎에 이른다. 물론 먼지가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과 청정지역에 사는 사람은 그 차이가 무척 클 터이지만 일반적으로 계산해 보면 이 정도 된다는 것이다. 쌀 한 포대 정도되는 먼지를 평생 들이마시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동차 에어필터를 교환하듯 호흡기 필터를 갈아 끼운 적이 없는데도, 대부분은 큰 문제없이 평생을 살아간다.
숨 쉴 때마다 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외부의 이물질, 먼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전은 크게 효소와 분비 면역글로불린 A (s-IgA)과 함께 하는 점액섬모청소기전(mucociliary clearance), 폐포 내 대식세포 그리고 기침반사가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코를 통해 들어온 공기는 일차적으로 코 안에 있는 코털과 코에서 목안으로 'ㄱ'자로 꺾인 '비강-인후부'의 해부학적 구조에 의해 점막과 충돌하면서 부딪쳐 물리적으로 먼저 제거된다. 10µm 이상의 먼지들에 대해서는 이 양은 무시 못할 양으로 대략 90% 정도의 먼지들이 이로 인해 제거된다. 비강을 통과한 입자들 중 상당 부분은 기관과 기관지 점막에 부착되며, 점액과 섬모 운동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두 방향으로 이동해 제거된다. 이마저 통과한 2.5 μm 이하 크기 먼지는 폐포 즉 허파꽈리라 불리는 말단까지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는 대식세포에 의해 먹혀서 제거된다.
기침은 앞서 기술한 점액섬모청소기전과 더불어 우리 몸에 해로운 이물질, 세균, 분비물을 밖으로 내뱉어 폐를 보호하는 매우 중요한 방어 기전이다. 물론 우리가 의식적으로도 기침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는 기침은 일종의 자동 반사 시스템으로, 크게 세 단계로 구성되는데 첫 번째로 기도로 이물질이나 자극적인 가스가 들어오면, 기도에 분포된 구심성 미주신경이 이를 감지한다. 앞선 글에서 통증의 감각신경에서 본 것과 유사하게, Aδ(에이-델타) 섬유는 기계적인 자극이나 갑작스러운 산도(pH)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여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C 섬유는 화학적 자극이나 염증에 반응하며, 기침이 예민해지는 현상에 깊이 관여한다. 이렇게 감지된 신호는 뇌줄기(뇌간)에 있는 기침 중추로 전달되어 통합·조절한 뒤 하행 운동 신호를 보낸다. 호흡 근육들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공기를 밖으로 세게 밀어낸다. 호흡기계가 오염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인 셈이다.
통증에 대한 이전 글에서 과감작되어 과민하게 된 경우 적은 자극에도 더 큰 통증을 호소하거나 통증을 유발하지 않을 자극에도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하였는데 만성 기침 환자들은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미세한 자극(찬 공기, 말하기, 음식 냄새 등)에도 기침을 심하게 할 수도 있고, 이를 기침 과민성 증후군(cough hypersensitivity syndrome:CHS)이라고 한다. 기침반사 경로 자체가 정상적인 방어 기능을 넘어 과도하게 민감해진 상태인 셈인데 통증에서 살펴본 것과 유사하게 말초 신경과 중추 신경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만성 기침
감기가 걸려 한동안 기침 나는 것을 이상히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침이 장기간 지속되면 혹 어떤 병이 내 안에 진행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기 시작할 텐데 의학적으로는 성인 기준으로 기침이 8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 기침이라고 한다. 전 세계 인구의 2%~18%가 이런 증세를 갖고 있을 정도이니 드문 증세는 아니다.
흔한 원인 중 하나는 과거 '후비루 증후군'으로 불렸던 상기도 감염등의 이유로 코의 분비물이 목뒤로 넘어가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하는 상기도 기침 증후군(UACS)이다. 그 외에 쌕쌕거리거나 숨이찬 전형적인 천식의 증세는 없이 기침으로만 나타나는 '기침 변이형 천식',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여 식도 하부의 수용체를 자극해 미주신경 반사를 일으키거나, 미세하게 기도로 흡인되어 직접 수용체를 자극하여 기침을 유발하는 위식도 역류 질환 (GERD), 대표적으로 ACE 억제제 같은 부작용으로 기침을 유발하는 약물이 원인이 잘 알려진 만성 기침의 원인들이고 여러 원인이 복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기침을 유발하는 병태 생리적 원인이 지속적으로 있는 경우, 즉 천식이나, 위 식도 역류가 있는 경우 그 원인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고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경우 타 약제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나 이런 구체적 이유가 없이 신경 생리의 과민 상태에 의한 경우로 판단된다면 기침 자체를 억제하는 약물 요법이나 호흡-발성-기침 회로를 다시 교육하는 기침억제 훈련이 필요할 수 있다. 이 훈련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기침을 유발하던 자동 회로를 끊고 호흡–발성–억제 회로를 다시 학습시키는 것으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을 이용한 재활학습 치료이다.
참고문헌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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