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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Jan 10. 2022

올레19 코스

북촌리 함덕해수욕장

2022년 1월 7일 오전 제주도의 마지막 날이다.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눈에 쌓인 백록담이 보인다.

숙소 옥상에서 바라본 중문단지이다. 오른쪽 중간에 식물원이 여미지이다. 숙소라 해봐야 그냥 모델급이다. 저렴하게 5박 6일을 지냈다. 취사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고 심지어 세탁기도 있어서 장기간 있기에 불편함이 없는 곳이며 제주 중문단지 내에 있어서 시장보기 및 외식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는 곳이다. 게다가 주차시설까지 되어 있어서 이용에 편리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옥상에 바베큐시설이 구비되어 있어서 여기에서 고기를 구워 먹어도 되었던 것이다.

오전에 바로 올레 19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4.3 평화공원을 먼저 들리고 19길을 걷기로 했다. 따로 4.3 평화공원 가는 길에 비자림이다. 1112번 도로를 타고 가면 아름다운 길들이 펼쳐진다.

사려니숲길을 가는 입구인데 다음에 오면 사려니숲길만 한번 걸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려니 숲길은 이 비자림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19코스의 마지막 길이자 20코스가 시작하는 곳이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편이 오후 7시가 넘어서이다. 제주를 머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제주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에 덕분에 올레코스 1코스를 더 돌 수가 있었다. 단 공항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공항에서 가까운 코스를 선택했다. 18코스를 생각했다가 18코스가 시내를 통과하는 것이라 조용한 19코스를 거꾸로 걷기로 하고 종점에서 거꾸로 걸었다.


(사)제주올레 참고

김녕서포구의 돌담에 핀 노란 꽃이 흔들리는 소리는 봄을 알리는 아이들의 나팔소리처럼 들였다.

가끔은 걷다 보면 올레 리본이나 표시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 길을 들어갔다가 다시 뒤로 나와야 했다. 돌담 너머로는 마늘밭에 마늘들이 푸릇푸릇 나고 있었다.

돌담에는 저런 구멍들이 송송 나있어 여유로워 보인다. 구멍이 나 있어서도 무너지지 않는 멘탈을 나도 지니고 싶다. 저 돌담에 한참을 서 있으면 그들과 닮아질 수 있으려나...

밭주인이 먹으려고 쪽파를 심어 놓았다. 전체로 심지 않고 일부분만 심었는데 돌밭을 피해서 부드러운 곳에 심을 수 있는 만큼만 심었다.

김녕농로는 지나서 벌러진 동산을 들어간다. 뒤로는 풍력발전소 단지가 있어서 여기저기 웅웅거린다.

벌러진동산은 책을 읽으면서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한 길이고 돌덩이들이 없다. 제주 올레 중에서도 걷는 독서길로 표시되어 있는 듯하다.

동북리의 마을운동장이다. 처음에는 이곳이 뭐하는 곳이었을까? 궁금했었다. 잔디로 덮인 아무도 찾지 않는 곳이다. 다만 화장실이 두 곳이나 있다. 나중에 지도에 찾아보니 마을운동장이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다들 어디에 가고 안 보인다. 인가도 없다.

북촌포구로 내려가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점심을 먹어야 했기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고 해변을 따라서 올레길을 벗어난 곳에 맛집이 있다고 해서 우리는 찾아간다.

회국수가 전문점이다. 회국수는 생소한데 회비빔밥은 먹어봤어도 회국수를 먹어보지 못했다. 재료 소진 시 마감인데 우리는 다행히 영업일에 온 것 같다. 화요일과 수요일의 제주 식당은 거의 문을 닫는다. 꼭 식당을 들어가기 전에 미리 검색이나 전화를 해서 확인이 필요하다. 회국수와 함께 대표적인 성게국수를 드시기를 권한다. 가족이 함께 와서 회국수의 붉고 매콤한 양념에 제주생 막걸리를 드시면 좋겠지만 시원한 성게국수를 드시고 공깃밥을 주문해서 밥에 말아 드시는 것을 권한다. 주문 요점은 회국수, 성게국수, 공깃밥. 너무 맛있게 먹었다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좋아했다.


북촌리 포구이다. 북촌리는 제주에서 해안도로가 없는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가 빠르고 편리함을 뒤로하고 옛것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올레 여행자들을 위해서는 기꺼이 바당(海) 길을 열어 준 인심에 놀랍다. 시대의 큰 변화보다는 예 것을 그대로 품고 있는 어촌마을이다. 그 조용한 이면에는 아주 아픈 역사를 간직한 동네이기도 하다.


북촌리의 학살사건은 1949년 1월 17일 세계사적으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대규모 민간인 학살사건이었다.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집단 살해가 발생한 곳이다. 북촌리는 4.3의 공포를 겪는 동안에 330호, 1500여 명중 3분의 1이 넘는 330호 500여 명이 아무런 죄 없이 살해되었다. 마을 전체에 희생자가 없는 집이 없다는 이야기다.


발단
1949년 1월 17일 북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 '북촌사건'은 세화 주둔 제2연대 3대대의 중대 일부 병력이 대대본부가 있는 함덕으로 가던 동중에 북촌마을 너븐숭이에서 무장대의 기습을 받아 2명의 군인이 숨진다.
보초를 서던 원로들은 군인 시신을 군부대로 운구해 가라는 명령을 받고 들것에 실어 함덕리 주둔부대로 찾아간다. 흥분한 군인들은 본부에 찾아가 8명의 연로자 가운데 경찰가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살한다.


전개
오전 11시 전후 장교의 인솔 하에 2개 소대는 병력이 북촌마을을 덮친다. 무장 군인들이 마을을 포위하고 집집마다 들이닥쳐 총부리를 겨누며 남녀노소, 병약자 할 것 없이 사람이란 사람은 모두 학교 운동장으로 내몰고 온 마을을 불태운다. 4백여채의 가옥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되고 북촌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인 1천 명의 마을 사람들은 집결시키고 집단사살을 자행한다.


사살 중지를 명령한 대대장은 주밀들에게 다음 날 함덕으로 강제 소개 명령을 내리고 병력을 철수시킨다. 살아남은 주민들 가운데 다음날 산으로 피신한 사람, 함덕으로 간 사람 양쪽으로 갈라졌다. 그런데 대대장의 말대로 함덕으로 갔던 주민들 가운데 100명 가까이가 '빨갱이 가족 색출 작전'에 휘말려 다시 희생되었다.
군경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들까지 예외가 없었다. 그야말로 광기의 온상이었다. 북촌리에는 이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너븐숭이 4.3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 2009년의 일이다. 봉개동에 있는 4.3 기념관은 한해 앞선 2008년에 개관되었다.


이렇게 북촌리는 아픔을 간직한 고요한 어촌마을이다.

북촌 등명대(燈明臺)는 바닷가에 고기 잡으러 갔던 어부들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을 사람들이 1915년에 만들었다. 처음에는 솔칵(소나무 가지)으로 나중에는 석유등으로 밝혔다.


북촌의 환해장성(北村環海長城)은 원래 제주 해안에 설치되어 있는 성들을 일컬어 환해장성이라고 한다. 고려시대부터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해안선을 따라서 쌓았던 성을 말한다. 이 성을 나중에 삼별초가 그 성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범섬 앞에도 환해장성의 터가 남아 있다. 현재 성터로는 남아 있는 곳이 북촌리 여기를 포함하여 온평리, 행원리, 한동리, 동북리, 애월리, 고내리 등 14곳이다. 김상헌이 지은 남사록에는 '탐라의 만리장성'이라고도 한다.  


북촌리에는 또 다른 여러 역사 중에서 일본군이 만든 일본군 카이텐 특공기지 지휘소 갱도진지가 이 바다 왼쪽 아래에 있다. 조천읍 북촌리 서우봉 동쪽 해안지대에 있다.

제주환경일보사진참고





서우봉 언덕길을 넘어가면 그 애환이 서린 함덕 해수욕장이 나온다. 함덕 해수욕장 푸른 물이 북촌리 주민들이 그들의 아픔을 잊지 말라는 푸른 눈물이 아닌가 싶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한두 명만 봐 왔는데 사람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는 듯하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이토록 훌륭한 길을 많이 걷지 않고 제주도가 볼 것이 없다고 말해왔던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다만 제주도는 내가 유유히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나도 아픈 역사들을 간직하고 있다. 산티아고를 순례하기에 앞서서 제주 올레길을 모두 걸어보고 간다면 어떠할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함덕해수욕장을 끝으로 제주의 마지막  올레길 걷기를 종료했다. 렌터카도 반납해야 하고 공항에 가서 항공기 출국 수속을 밟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돌아오는 마지막  까지도 알뜰하게 올레길을 걸어서 그나마 제주가 품고 있는 하나하나를 조금이라도 엿볼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발길없는 북촌리의 붉은 현장을 뒤로 하고 서우봉만 그 아픔을 간직한, 그 너머로 채 푸른바다와 하얀모래밭이 끝이 없이 펼쳐진 함덕해수욕장엔 오늘도 푸름의 평화를 찾아오는 일들도 북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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