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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Jan 19. 2022

천사섬 자은도

자은도(慈恩島) 무한의 다리 한운리(閑雲里) 해변

2022년 1월 17일 날씨 흐림

천사섬은 섬이 1004개나 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의 섬이다. 사실 섬이 아니라 천사대교의 개통으로 섬이 육지화되었다. 섬이 육지로 되면서 60분 걸리던 곳이 더 이상 뱃길로 다니지 않고 자동차로 다니면서 그 일에 종사하던 사람들도 다른 일을 찾아봐야 했으리라. 시대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사람은 그 자리에 있으면 그대로 얼음이 되어 굳어 화석이 된다.


익숙함으로부터 탈피를 하고 낯섦에 적응기를 거쳐서 점점 적응이 되어가야 한다. 세계사적으로 흑사병 이후의 역사가 완전 탈바꿈되었듯이 코로나19 이후의 삶은 우리가 아직 느낄 수 없는 만큼 패러다임의 기반이 바뀌었다. 흑사병 이후 유럽 인구가 3분의 1이 줄어들고, 그로 인하여 노동력이 감소되고 노동력 감소로 인하여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노동의 가치가 올라가고 개인자산이 허용되면서 부가 추적되고 부의 축적이 르네상스를 만들어내게 된다. 여기 섬도 곳곳이 그러한 변화가 보인다.


 남도여행은 언제나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자칫 늦어지면 귀가가 늦어지거나 모처럼 갔는데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 남도라 동백이 피었는데 제주의 그 동백과는 다르다. 제주의 동백은 따뜻한 바람과 햇살을 듬뿍 받았다면 제주보다 윗동네인 신안의 동백은 차가운 바닷바람의 온몸으로 받아 쓰러지지 않게 대나무를 덧대어 세워져 있다.

 



천사대교를 건너기 전에 천사섬의 주요 관광지역의 표지판이 갈색으로 보인다. 분계해수욕장, 백길해수욕장, 퍼플교, 김환기 화백 등이다. 김환기라는 작가를 의외로 사람들은 많이 알고 있지 않지만 이건희 컬랙션 중에서도 국내에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작가이다. 천사대교를 건너기 전에 풍경 좋은 곳이라는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 차를 세우면 풍경은 안 보인다. 이미 나무들이 성장해서 바다의 풍경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 위 언덕으로 가보니 아래와 같은 풍경들이 보인다.


천사대교는 7.22킬로미터로 2019년 4월에 10년 동안에 걸쳐서 5814억 원의 비용을 들여 완공되었다. 개통 당시에는 코로나가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여기를 구경 갔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한산하고 인적이 드물다. 그때 열었던 식당들이 없어지도 먹거리 찾기도 싶지 않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은 이 구간은 시속 60킬로로 정속 주행을 해야 한다.

다리를 건너면 신안군 암태도 기동삼거리가 나온다. 기동삼거리의 벽화는 천사섬의 명물인 동백파마벽화이다. 신안군에서 명소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해서 벽화를 그리기로 했다. 할머니의 인물화를 그리고 담벼락 뒤에 동백이 있었는데 나중에 할아버지도 자신의 그림을 그려 넣어 달라는 요청에 의해서 제주도로부터 똑같은 동백을 주문하여 심어서 그려 넣었다는 일화가 있다. 이 동네에 이 인물 벽화가 유명해져서 옆동네에서도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신안군 지도가 고향인 김지안 작가와 동료들이 그렸다. 처음에 군에서 할머니 얼굴이 그렸을 때 너무 커서 걱정을 했다고 한다. 갈 때마다 이 삼거리에서는 줄을 서야 한다. 삼거리다 보니 자동차가 많이 왔다 가고 뒤에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을 수가 있다.

자은도에 넘어가면 전화국 벽화에 또 다른 할머니들의 벽화도 있다.

신안군 자은면 송산리 612에 있는 350년 된 팽나무이다. 일반적인 팽나무라면 자연스럽게 자라서 가지도 부러지고 썩은 곳도 있을 터인데 여기 나무는 뭔가 관리가 잘 되어온 나무처럼 보인다. 자세히 보니 가지치기뿐만 아니라 꾸준히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서 보면 정갈하게 해 보인다. 팽나무는 열매가 동그랗게 생겼는데 그것을 작은 대나무 대롱에 넣어 밀어 넣고 대나무 꼬챙이로 밀어 넣으면 '팽'하며 날아간다. 가을에는 열매가 노랗게 변하면서 결국 빨갛게 변한다. 노란색일 때 새콤달콤한 맛이 나고 씨가 있다. 바닷가에는 해풍이나 소금물을 잘 견뎌서 포구에 많이 심어서 포구나무로도 불린다. 유독 여기 신안의 섬에서 포구나무가 잘 관리되어 자란 느낌이 든다.  

자운도의 맨 오른쪽 끝에 있는 한운리 해수욕장이다. 한운(閑雲)이라는 이름이 한적한 구름이 몰려있는 곳처럼 인적 없는 이곳에 산책하기에 아주 좋겠다. 여기에 와서 산책을 하면 저절로 힐링과 더불어 썰물일 때 가운데 있는 섬까지 걸어갈 수 있다. 이 솔밭을 따라서 그램핑 시설이 잘 되어 있고 돌멩이들도 맨들 맨들해서 여름에 여기 와서 며칠을 지낼 수 있기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은도에 있는 무한의 다리이다. 앞에 있는 해수욕장이 둔장해수욕장이다. 둔장해수욕장에서 길게 늘어진 이 다리 앞에 있는 섬이 구리도, 그 왼쪽에 있는 섬이 할미도이다. 이쪽은 언제나 바람이 세다. 겨울에는 장갑, 바람막이 재킷, 모자를 장 챙겨서 걸어야 한다. 할미도까지 걸어가면 할미도에 매점이 있다. 간단하게 커피와 음료수를 판매하고 있고 벤치가 있다.


마을 어귀에서 둔장해수욕장 가는 길의 골목길은 일방 통로이다. 이번에 갔을 때는 동백나무를 여기저기 심고 있었다. 이 동네는 파밭이 엄청나게 많다. 겨울에는 파를 캐서 내다 팔기 위해 있는 밭에 파냄새가 퍼져 나온다. 이 마을의 지붕은 온통 파랑으로 칠해져 있고 돌담길은 예전에 섬이었을 때 시멘트나 벽돌이 없어서 돌멩이로 담을 쌓아 올린 듯하다.

구리도라고 한글과 영어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표지판 앞에 벤치가 있고 그 옆 바위로 나갈 수 있게 만들어 뒀다.

할미도에 도착하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런 파도가 밀려오는 섬에 음악까지 있고 벤치에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는 무한의 행복 시간이다.


무한의 다리를 걷고 다시 나오는 길의 골목에 있는 이 돌담길은 밭을 일구다가 밭과 길에서 나온 돌멩이를 가지고 돌담을 만든 듯하다. 파란색 지붕이 없었는데 천사섬이 전체적으로 지붕을 컬러로 그려가고 있었다.

고장리에는 고인돌유적지가 있다. 시간이 나면 고인돌 유적지도 한번 둘러보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백년이 넘는 해송이 많은 분계해수욕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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