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계해수욕장 해사랑길
자운도의 무한다리를 걷고 분계리로 넘어온다. 분계리로 넘어오기 전에 마을의 경계선의 언덕을 넘어서 이 동네다 분계리(分界里)가 나온다. 차량을 주차시키고 오른편으로 내려가면 애기동백이 길손들을 맞이한다.
신안군은 14개 읍·면(임자면, 지도읍, 증도면, 자은면, 압해읍, 암태면, 팔금면, 비금면, 안좌면, 도초면, 하의면, 장산면, 신의면, 흑산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재미있는 것은 국내 시·군·구 기초단체 중 유일하게 1004개 섬(유인도 72개, 무인도 932개)으로 형성됐으며, 12개 면 단위 모두가 섬이다. 그중에서도 해변과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분계해수욕장은 아름드리 해송 100그루가 있어 장관을 이룬다.
천사 섬은 명품섬답게 심혈을 기울인 듯 한 느낌이 여기저기 든다. 조선시대에 심었다는 소나무들 사이에 있는 건물의 벽에 부엉이를 두 마리 그려두었다. 자은도는 서쪽 해안을 따라서 9개의 해수욕장이 펼쳐져 있다. 이 해수욕장을 따라서 한국전쟁 후 마을 민가와 농경지 그리고 염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심었다고 한다. 여기 섬사람들이 만든 이런 방풍림을 '우실'이라고 한다. 자세히 보면 이 바다의 모래는 먼지처럼 고운 모래이다. 바람이 모래를 날라서 언덕을 만들고 그 언덕에 소나무들이 심겨서 자란다. 걷고 있는 길이 고운 모래흙이 되었고 동네의 밭도 그 고운 모래가 비옥한 땅이 되었다.
분계해수욕장을 대표하는 소나무 중에서도 그 소나무 이름이 여인송이다. 소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거꾸로 보면 여인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인데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을 갖다 붙인 듯하다. 소나무들이 오랜 세월 동안에 해풍과 파도에 휩쓸려 뿌리가 1미터까지 드러난 채로 굿굿하게 커가고 있다. 뿌리 몇 가닥으로 수많은 성상을 보냈다니 소나무에게 존경심까지 느껴진다.
옛날 분계 마을에 고기잡이를 하며 행복하게 살던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말다툼을 벌이다 고기잡이를 떠고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어요. 부인은 소나무에 올라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만을 기다렸죠. 그러다 소나무에서 거꾸로 떨어져 동사하게 되었고 훗날 돌아온 남편이 아내의 시신을 그 소나무 아래에 묻어주었는데 나무가 거꾸로 선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닮은 소나무로 변하여 `여인송`이라고 불린답니다.
앞에 있는 섬이 들물 때는 경계가 되고 날물 때는 연결이 되어 경계를 나눈다 하여 분계라는 지명이 생겼다. 이 분계해수욕장은 해맞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밀물일 때보다는 썰물일 때 이 해수욕장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왼쪽 주차장 앞은 사유지라 개발이 덜 된 듯하다. 또한 소나무도 여인송이 있는 곳보다는 심어진 지가 오래되지 않은 비교적 가녀린 모습을 보여준다. 뿌리가 바닷바람과 파도에 훱씁려 모래흙에 의지한 채로 견뎌내고 있다. 소나무들도 살아가려고 하는 삶의 강한 의지를 약한 모래톱에 맡기고 있었다. 이 와중에 살아남지 못하는 나무들은 베어나가거나 부러져 있었다.
썰물이 들어오고 파도치는 바다가 고요해진다. 햇빛이 보였다가 숨었다가를 반복한다.
이 모래들이 너무 고와서 물을 머금은 후에는 흑보다 단단해진다. 그 위로 물거품들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밀려오는 파도에 물거품이 되고 다시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세상의 일이 얼마나 헛된 일들인지 얼마나 찰나의 일인지 이 물거품을 바라보면 주마등처럼 지나갈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쩌면 찰나의 세월이다. 억겁이나 영겁의 세상에서도 눈떴다가 눈감다가 하는 새 우리는 다시 이 세상의 바람과 먼지가 되어 날아가야 한다. 물거품이 살아 움직이듯 순간에 모였다가 다시 사라졌다가 반복을 하듯 삶도 그러하다. 다음은 전망대를 거쳐서 세계적인 추상미술가 김환기생가로 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