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매화마을

청매실농원

by 이수철


2022년은 남쪽 매화마을에서 봄은 시작된다. 해마다 가는 매화마을인데 올해는 시간을 어떻게 잡아 볼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였다. 비가 자주 오기도 했고, 좀처럼 기온이 오르지 아니해서 개화시기를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언제나 그러하듯 매향을 혼자 즐기기에는 너무 아까워 동료 혹은 지인들과 함께 하는데 올해는 아시는 선생님 두 분을 모셨다. 두 분은 이곳이 낯설고 처음이신 분들이었다.

어느 여정이 그러하듯 남쪽 여행은 아침 일찍 나선다. 어정어정거리다 30분 이상 늦게 도착한 주차장은 벌써 만원이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비 내린 섬진강 너머 산 위에 구름이 걸쳐있고 섬진강 모래톱 위에는 깨끗하게 세수한 모래들이 새하얗다.

2022년 3월 19일 토요일 오전 8시 30분이 넘어서야 도착해서 차 한 대를 겨우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서 주차한 후에 우리는 컵라면에 물을 부어 차 안에서 아침 허기를 때운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중간쯤에 올라가서 언덕 위에 매화나무 아래에서 컵라면을 먹을 수 있었을 터이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청매실농원은 5만여 평이되는 산자락에 백매, 청매, 홍매로 둘러 쌓여 있다. 김훈 작가는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루고, 꽃핀 매화가 구름처럼 보인다는 말이 실감 난다. 매실 감상의 시작은 다압면 섬진마을인데 처음 여기 매실농원을 일군 사람이 매실 장인 홍쌍리 씨이다.

청매실농원은 매화나무 집단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1930년경 김오천 선생이 심은 70년생 고목 수백 그루를 포함하여 매화나무 단지가 잘 조성되어 있다. 전통 옹기 3,000여 개와 뒤편에 왕대숲이 분위기를 자아낸다.

위의 이미지는 코로나19가 오기전의 매화축제를 할 때 지도인데 참고로 가져왔다. 청매실농원을 순례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매화 주차장에서 왼쪽 길을 올라가면 매화 문화관이 나온다. 문화관 앞에는 아름드리 큰 매화나무가 심겨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대도 준비되어 있는데 비도 오고 그곳이 대리석으로 미끄러워 촬영을 하지 않았다.

이 나무 뒷편에 홍매화 잎사귀가 비에 떨어져 고여 있는 모습

청매실 전망대 2를 지나 오른편으로 가면 영화 촬영지 세트장이 있었던 기와집이 나온다. 왼편에는 초가집이 있는데 나무들과 담벼락이 실제 집과 같다. 영화 촬영지 기와집 아래에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연못이 하나 있다.


전망대 정자에서 프레임을 잘 잡으면 이러한 사진이 나온다. 우중이었기에 쫓비산 정상에 구름이 걸쳐져 있다. 정자에서 산 쪽으로 한 컷을 찍고 다시 섬진강 쪽으로 보면 아래와 같은 사진이 나온다. 해마다 매화나무가 키가 자라서 시야를 조금씩 가리고 있다. 인력의 부족으로 전정이 제때에 이루어지지 않은 탓도 있으리라.

기와집 바로 아래에 이 연못이 있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 이외는 잘 모르는 곳이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맑은 날은 물속의 반영이 드리우며 이국적인 모습을 자아낸다. 우중이면서 매화꽃들이 이미 지면서 힘이 없어 보인다. 그나마 비를 머금어 생기가 도는 청매가 한 줄기 힘이 되어 준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들이 많이 있어도 하나의 작은 보람이나 가치가 삶을 더 열심히 살도록 만들어 줄 때도 있지 않은가!

삼박재가는 곳으로 영화 촬영지에서 위로 매실밭을 가로질러 가면 색다른 매화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물먹은 작년 강아지 풀들 넘어 매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물먹은 매화가 왠지 싱그럽지 않다. 벌들이 찾아오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이제는 꽃잎을 내려야 하는 날이 와서 그런 것인가, 봄이 가기를 아쉬워하는 꽃잎들이 울고 있다.

여기 매화농원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들이다. 양지 녘에 파릇파릇한 보리나 풀들이 나 있고 그 위로 하이얀 매화들이 빛을 내고 있는 장면들이다. 푸른 풀들이 나는 곳은 양지 녘이고 평소에도 빛이 잘 들어오는 곳이다. 어찌 그들도 빛이 고운 곳을 알고 그들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곳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삼박재로 가기 전 포토존에서 전망대 2를 바라본 장면이다. 비교적 위쪽에 위치해서 늦게 필 줄 알았는데 중간 매화와 같이 피고 지는 듯하다. 이쪽도 양지이면서 바람이 머무는 곳이라 바람의 느낌이 오질 않는다.


바위에 낀 이끼 아래 꽃잎이 진 모습이다. 세로로 된 바위에 걸쳐 있는 꽃잎을 하늘로 갖다 대고 찍었다. 렌즈를 몇 번 닦고 찍었는데 물방울이 렌즈에 안 묻어서 다행이다.


사진을 보는 이들이 내게 묻는다. 카메라를 어떤 것을 사용하냐고? 나는 렌즈 교환식(DSLR)으로 촬영을 오랫동안 했다가 10년 전부터는 모든 사진은 핸드폰으로 촬영한다. 핸드폰으로 촬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장점과 단점이 있으나 비교적 만족하면서 찍고 있다. DSLR은 무엇보다 휴대성과 즉시성이 너무 딸린다. 또한 장면을 다 담으려면 렌즈는 교환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지불해야 한다.

몇 년 전보다는 매화들이 훨씬 웃자랐다. 시야를 막을 만큼이나 자랐다. 전정이 필요한데 이곳에도 일력 난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가격 대비 인건비가 못 따라가니 관리가 안 되는 모양이다.

어린 홍매화들이 이제는 큰 높이 이상으로 자랐다. 조금 붉었는데 많이 붉어졌다. 홍매는 중간 대숲 위에 군락을 이룬다. 올 때마다 느끼지만 이쪽은 상당히 가파르고 미끄럽다. 하여 등산화를 신고 이곳을 와야 한다. 자칫 잘 못하다가는 낙상을 입을 수 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겨우내 얼었던 곳이 녹지 않거나 질퍽한 곳이 많다. 운동화나 가벼운 신발로 중턱의 홍매화를 구경하기에는 무리이다.

사진 속의 인물은 여기에서 만난 사람인데 호주인이다. 한참을 섬진강을 쳐다보고 있다. 아마도 아래의 사진의 앵글로 섬진강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보온병에 물을 찻잔에 따르고 찻잎을 붓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경치에 차를 마시고 싶어서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모양새였다. 하여 옆에 다가가서 물어보았다. 출신이 호주이고 한국에 온 지는 1년이고 자신이 연구원이고 매화 여행 중이며 여기를 버스를 타고 새벽에 왔다고 했다. 여기 다음 여정으로는 다시 삼랑진 원동마을로 이동한다고 했다. 아름다움을 보면 그것을 즐기는 방법의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찻잔을 들고 이곳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길에서 차 한잔을 할 여유가 있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고 싶더라도 실천하는 사람은 어떠한 사람들일까? 풍부한 인문적 교양이 없는 한 그러한 즐거움을 맛을 보려는 의지는 스스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전망대 3의 위에서 바라본 섬진강이다. 섬진강 건너편은 하동이다. 하동 악양의 평사리로 가는 길이 보인다.

전망대 3에서 옆으로 대숲 위를 가로질러 대숲 아래로 내려온다. 대숲으로 걸어가면 대숲이 오른편에 나오고 왼편에는 홍매의 군락지가 보인다.

대숲으로 걸어서 끝 오른편에 대숲 안으로 걸어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걸어내려 가는 계단 왼편에 산수유가 큰 나무가 보이고 대밭 사이의 길로 사람들은 걸어간다. 위아래로 쳐다볼 틈도 없이 마냥 내려간다. 위를 보면 대나무 사이로 사람들이 걸어가고 그 넘어 홍매가 보인다.

매실 장독대가 즐비해있다.

처음에 한 사람이 돌을 쌓으며 지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돌을 쌓아 올린다. 기도의 마음은 사람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다. 내려오는 길 소망으로의 길이다. 벼락바위에서 낭만로로 오는 길 왼쪽 파란 지붕 안에 오랜 매화가 피었다. 대문을 활짝 열어 두었길래 화면에 담아 보았다.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신발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빨래도 있을 터 빨랫줄에 빨래도 보이질 않고 여러 연장들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그 아래 집인데 왼편의 매화나무가 윗집의 매화나무와 수령이나 모양새가 비슷하게 생겼다.

홍매가 비를 맞고 있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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