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마을
2022년 3월의 구례 산동마을 산수유입니다. 광양 매화마을을 구경한 후에 오후에 들리는 곳이 이곳 구례의 산동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이 보통 산의 동쪽에 있다하여 산동(山東)으로 짓는 데 비해서 여기 산동(山洞)은 산속 깊은 마을이라는 동(洞)을 사용합니다. 산동은 여느 지리산 처럼 여순사건 이후부터 6.25전쟁 기간 동안 빨치산의 입산과 이를 토벌하기 위한 군경과의 대치가 치열했고, 이념을 떠나 그 시기 이곳에 살았던 모든 이들에게 엄청난 상흔을 남긴 곳입니다. 제주의 아픈 4.3사건처럼 산을 둘러싼 이념의 갈등은 실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오전에 가면 차량의 통제를 많이 하고 주차장에서 걸어서 전체를 돌아봐야 하므로 시간이 좀 소요됩니다. 산책이라 생각하시면 걷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다소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산동마을은 게르마늄 바위가 많고 계곡을 따라서 산수유가 있습니다. 또한 지리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있어서 계곡을 걷다 보면 평지보다는 많이 춥고 손이 시린 편입니다. 따뜻한 재킷이나 장갑을 끼시고 걷는 것을 추천합니다. 차량에 항상 장갑과 따뜻한 다운재킷을 보관한다면 좋겠지요. 신발도 운동화나 트래킹화 정도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수유가 피는 계절에는 오전에는 입구부터 차량들이 막히면서 수석공원 쪽 주차장에 차를 세워야 합니다. 나이가 드신 어르신이나 유아가 있는 경우는 무리해서 산유정까지 오르지 마시고 차량을 주차하시고 산수유 사랑공원을 한번 둘러 보고 시간이 되시면 평촌마을 계곡을 따라 올라가 다시 내려오시면 됩니다.
상위교쪽에 버스 주차장이 있지만 승용차를 주차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산유정 아래 공터에 임시 주차장을 운영하지만 일찍 가시거나 오후 5시 이후에 가시면 주차가 가능하며, 주차를 하신 후에 각시계곡, 돌담길 등의 상위마을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이쪽 군락지는 나무가 오래되고 튼실하게 보이며 아래 계곡과는 다른 풍광을 연출합니다. 산유정에 오르면 이 마을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풍경이 펼쳐져서 산수화 같은 풍광을 담을 수 있습니다.
상위마을에 차를 세운 후에 오릅니다. 등산로 쪽은 오른쪽인데 계곡을 따라 오를 수 있습니다.
돌담길을 따라 올라가서 산유정으로 가는 길을 가다 보면 언덕 위로 오르는 작은 길이 보입니다. 그쪽에서 마을 아래로 내다 보입니다. 우리가 간 전날과 당일 날 기온이 내려가서 지리산 자락에는 눈이 왔습니다. 눈으로 덮힌 하얀 산과 함께 노랑색이 절묘하게 어울려서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일행들이 무리하여 산수유마을을 가지 않아도 좋다고 했는데, 내가 운전을 했기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여하튼 제가 일행분들을 모시고 산수정 아래 동네에 주차를 했습니다. 그 시간에는 이미 5시가 넘어서 통제는 안 하고 있고 이쪽으로 차량을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산수유 피는 계절에는 일방통행이면서 차량이 다소 밀리는 구간이 많이 있습니다. 해가 지는 시간이 6시가 넘어서니깐 1시간 이내에 둘러보아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윗마을은 산아래라 어둠이 빨리 오고 하위 마을로 내려가면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채 다소 밝아 보였습니다. 그때가 오후 6:20분 정도 되었으니 시간을 잘 조절하고 속보로 걸어서 다니시면 하위 마을도 구경이 가능한 거지요.
상위마을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과 이 아름다운 큰 돌담길들이 많이 있습니다. 콘크리트가 다소 방해될 수 있지만 이끼가 낀 파릇한 바위 사이로 들어오는 노오랑 산수유는 마음을 편안케 합니다.
산책을 하다 보니 아쉬운 점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중에서도 농가에서 버린 비닐 등과 같은 시설물들이 흩어져 있어서 사진의 화각에 들어오지 않게 사진을 이쁘게 찍는 기술(?)도 필요합니다. 막상 찍을 때는 모르지만 찍고 나면 그러한 사진의 재료들이 풍경의 방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쁘 장면을 보면 사진을 찍잖아요. 그냥 마음에 담으셔도 좋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잖아요. 꼭 담아서 다시 보고 싶고 그리워하잖아요. 그래서 기왕지사 찍으신다면 조금 주의해서 촬영하시면 지인이나 SNS로 올리기가 좋습니다.
돌담길 위의 산수정 위에서 촬영했습니다. 해가 없는 시간이나 어두워서 감도를 조금 올리고 콘트라스트를 높게 주게 됩니다. 뒤편에 풍경을 담으면 걸어가는 사람들이 여유가 있어 보이고 그들이 고운 마음이 느껴져 옵니다.
산수정 위에 농가의 길이었는데 이 위치에 몇 년 전에 없었던 주택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들은 이야기인데 이쪽에 힐링이나 환우들이 치료를 위해 땅을 구입하여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이쪽에 지리산 오색온천이 있는 곳이면 알만하지요. 온천에 한번 담그시면 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여정은 코로나로 인하여 온천을 생략했습니다. 지리산온천(공제회)에 가면 하늘을 보고 온천을 할 수 있는 작은 노천탕도 있습니다.
돌담길을 걸어 내려간다. 왼쪽 길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인데 지리산 차가운 계곡 물이 흘러내려가는 냉기가 산수유 붉은 알을 만들어 내서 해열제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산수유가 어디에 쓰는 열매이냐고 하시길래, 고등학교 때 김종길의 시 성탄제에 나오는 그 산수유는 하얀 눈 밭을 걸어서 산수유 빠알간 열매를 아들의 열을 내리게 하기 위해 따온 그 열매입니다. 열매로서 효능은 간장과 신장을 보해주고 원기 보강에 효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이 노랑꽃이 지고 나면 여름에는 초록색 열매가 가을에 입이 지면서 붉게 물들어 갑니다.
노란 꽃을 보면 어느새 초록색 열매들이 맺히고 가을이 다가오면 붉은 열매를 맺기 시작하면서 겨우내 매달려 있습니다. 원기회복에 탁월하다고 하니 산수유 붉은 알맹이를 찾는 이가 많을 듯합니다.
돌담길을 위로 올라가면서 공터에 이렇게 바위로 쌓아 올려 둔 곳이 많습니다. 산으로 산으로 군락이 올라갑니다. 물론 산동면 초입에 들어와도 노오랑 산수유를 가로수로 모두 심겨 있습니다. 온통 노랑으로 보는 것이 처음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처음 보신다고 기뻐하네요. 바쁜 길에도 모시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산수유꽃이 노랗게 익어가는 마을 위의 지리산 줄기에 하이얀 눈들이 쌓여 내가 여기를 해마다 왔던 이래로 이렇게 하이얀 산은 처음 보았습니다. 한참을 넋을 잃고 있다가 이렇게 해가 지고 다시 그 여운을 간직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진으로 다시 보니 실로 대단한 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방의 높은 산 정상 부근이 모두 하이얀 눈으로 쌓이고 내 앞에는 모두 노오랑 색으로 축제를 벌이는 풍경을 누구와 함께 갖고 싶어 졌습니다.
샛노오란 산수유 꽃 돌담길이 있는 곳이 반곡마을입니다. 마을은 왼편에 있고 그 오른편에는 산수유가 계곡을 가득하게 채운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반곡마을의 백미는 이 물길 아래에서 보이는 그 높은 지리산과 그 가운데 가로지르는 대음교 다리는 일품입니다. 다리 위를 걷기가 싫으면 물길에 놓인 돌다리를 함께 건너가면서 그 풍경에 빠지는 것도 좋습니다.
이번 여정은 광양 매화마을을 지나서 특별하게 간 곳이 윤동주의 시집을 자신의 집 마루 아래에서 숨겨서 우리가 보는 서시 등을 비롯한 시를 지금과 같이 빛을 보게 한 인물인 정병욱이가 살았던 광양 망덕포구를 다녀왔습니다. 여느 때라면 매화마을 맞은편에 있는 토지 문학관과 악양면 평사리 들판이 보이는 촬영지를 둘러보고 왔을 텐데 악양면의 매암 차밭을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다시 차밭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차밭은 조용한 차를 마시던 그 풍경이 사라지고 인스타그램의 성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악양마을의 높은 언덕에 눈이 쌓인 장면은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간간이 구름사이로 나온 푸른 하늘 사이 아래에 싸락처럼 쌓인 눈덮인 산허리가 눈부시게 아름다와 보였습니다.
전남 구례의 산수유는 우리나라 산수유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합니다. 산수유마을의 이야기에 의하면 천 년 전에 중국 산둥지방의 처녀가 구례에 시집오면서 가져온 산수유가 퍼져나가면서 산수유 마을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산동면의 산동마을과 산둥지방의 산둥은 어딘가에도 닮은 감이 오는 이유겠지요. 최근에 반곡마을 대음교의 위쪽과 아래쪽에 나무 데크를 만들어 오고 가는 사람들이 편하게 산수유길을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고 유아나 노약자에게도 걷기가 좋습니다.
산수유의 노오랑 꽃이 참 오래갑니다. 초기의 노오랑색의 깊이가 진한 것이 시간이 가면서 점점 희미한 연노랑으로 변해갑니다. 그래도 노랑은 노랑이지요. 샛노랑을 빨리 보고 싶다면 광양 매화가 50% 피는 날을 잡아서 이 동네로 넘어오면 됩니다.
사진 속의 사진가처럼 이곳은 사진사 동호회의 핫스팟입니다. 낮에는 삼각대가 여러 대 고정되어 있습니다. 계곡의 흐르는 물줄기를 슬로우로 촬영하여 부드러운 물줄기를 담아내려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징검다리로 건너기 전에 돌담길 앞에 마당 넓은 집에 수선화가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주인으로 보이는 작업복을 입고 용달차에서 뭔가를 분주하게 내리는 분에게 '이 꽃을 좀 찍어도 되는 가요?'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시골 인심처럼 반색 없이 그러시라고 하는 넉넉함이 좋았습니다. 꽃이 주인을 닮는 모양입니다. 주인 분은 어떤 심정으로 텃밭 앞마당 넓은 곳에 이 알뿌리 봄 화초를 심었을까요? 한송이라면 이해가 오는데 마당 넓은 텃밭에 뿌리가 뿌리 알맹이 화초를요...
대음교에서 계곡 앞을 바라보면 찍은 풍경입니다. 대음교를 지나서 하위 마을, 상위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걸어왔으면 위로 오르는데 힘이 들 수 있습니다. 상위마을에 차를 대고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시 대음교 맞은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대평리의 반곡마을 서시천을 한 바퀴 둘러보시면 됩니다.
산수유의 붉은 열매를 본뜬 막걸리입니다. 색이 독특합니다. 그 내용물의 색은 어떠할까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일행분 중 한 분이 얼렁 가게에 뛰어가서 검은 봉다리 가득 이 막걸리를 구입해서 당당하게 걸어오셔습니다. 각자 두병씩 주셨습니다. 집에 와서 마셨는데 이 책이 핑크 와인색이었습니다. 그 색보다는 막걸리의 주원료인 물이 지리산 줄기에서 내려오는 게르마늄 바위틈으로 흘러 내려온 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생각에는 한라산의 암반수 보다 더 맛난 물로 담근 막걸리가 한라산 막걸리보다는 몇 수 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곡마을의 돌담도 오랜 세월을 보여주듯 이끼들이 끼여 있습니다. 20여 년 전에 여기를 왔을 때는 포장도 안되어 있고 자연 그대로의 돌담들이 많았는데 이 개울가를 따라 많은 펜션 같은 집들이 생겨나서 예스러운 모습들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현재에 여기를 찾아오는 사람은 이 시점부터 자신의 뇌리에 자신들이 처음 봤던 모습이 각인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험과 자신이 본 것에 대해서는 평생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습니다.
함께 했던 분들의 마음에도 그런 따뜻한 마음이 새겨졌다고 하니 저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빠른 도시의 걸음 대신에 천천히 걸어가는 샛노랑 꽃길을 봄에 걸어 보는 것은 한 해를 살아가는 에너지라 생각합니다. 동행해주셨던 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