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벚꽃

카이스트 벚꽃 1

by 이수철
카이스트 벚꽃구경을 위한 카이스트지도


2022년 4월 2일 자 대전 카이스트의 벚꽃이다. 카이스트 벚꽃은 2차례 걸쳐서 연재한다. 그 첫 번째는 능수벚꽃 중심이다. 두 번째는 W10의 노천극장의 아름다운 언덕길이다. 두 번 째는 만개가 아니라 만개 즈음을 찾아가려고 한다.

위의 지도를 유심히 잘 볼 필요가 있다. E1이 정문이다. 오리연못의 능수벚꽃이 피고, 순서로는 E1부터 E18까지의 길이 핀다. 벚꽃이 피는 계절 카이스트 캠퍼스는 몸살을 앓는다. 벚꽃 소식은 오리연못에서 시작된다. 오리보다는 거위이다. 거위 연못 하면 다소 뉘앙스가 오리 오리 하다. 카이스트 총장님께서 손수 기르신 오리들이 새벽에는 조오기 어은 동산 언덕에 올라 있다가 해가 뜨면 연못으로 들어가 하루를 생활한다. 한 참을 보고 있다 너무 신기했다. 4월 2일에 새벽 해가 뜨기 전에 카이스트를 들어가서 해가 뜨는 시간을 기다려 핸드폰으로 찍어 본다.

능수 벚꽃, 수양벚꽃은 수양버들처럼 늘어져 있다. 고고하게 많이 흔들리지 않는 일반 벚꽃에 비하면 능수벚꽃은 한들한들 가녀린 몸짓으로 미세한 바람에도 몸부림을 친다. 그 자태를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연못 옆에 서 있는 두 나무는 가장 볕이 좋은 곳이며 연령이 오래되어 보인다. 그 겨울들의 추위에도 여름들의 태풍에도 당당하게 살아온 세월을 연분홍 꽃으로 보여준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 나무 앞에 서서 꽃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 애쓴다. 건너편 멀리에서 찍으면 더 아름다운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얼굴에 빛이 들어가야 스폿라이트를 받아 얼굴이 살아난다. 나무 그늘진 아래로 아래로 모두 들어가서 어둡게 찍는다. 꽃들도 햇빛을 받아야 더욱 이쁘다. 그늘진 곳의 꽃나무들은 늦게 펴서 빨리 진다.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다. 셀카를 워치로 촬영을 한다. 워치에 프리뷰 화면이 보이고 타이머로 사간을 셋 하고 초점도 시계로 맞춘다. 핸드폰은 뒷면의 카메라가 성능면에서는 훨씬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역량이 센 쪽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아침 햇살을 받은 표면 부분은 더욱더 빛을 내고 햇살과 흰꽃이 연분홍색을 자아낸다. 이곳의 꽃을 흰꽃이 아니라 연분홍의 여린 꽃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아침 동이 튼 후에 햇살과 함께 빛이 만나는 지점을 찍으면 된다. 사진은 부지런한 작업이다. 가서 그냥 찍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빛과 시간 그리고 공간들이 잘 콜라보를 해서 만들어 내는 종합예술이다. 그림을 그릴 줄 알았더라면 신카이 마코토처럼 촬영이 아니라 그래픽으로 빛을 조절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들을 만들어 내었을 터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이 나를 힘들지 않게 한다.

꽃꽂이는 위로 곶곶하게 꼽으면 절개와 절도가 느껴지고 그 꽃들이 난초의 파봉처럼 번져 나갈 때는 기분이 움츠려지거나 마음이 상한 기분을 자아낸다. 사진을 살아 있는 꽃꽂이다. 그 꽃이나 나무들을 뽑아서 꽃꽂이를 할 수 없을 터 가지고 있는 화반에 적절한 오아시스로 꼽으면 된다. 왼쪽의 사진은 정면에서 찍으니 당당하다. 오른쪽은 아래에서 위로 바라본 사진이지만 가지의 위용이 워낙 당당해서 상당한 안정감을 가지고 피어나는 꽃들을 지지해주고 그 꽃들이 마음껏 피어나아갈 수 있는 길들을 만들어 내어 준다.

거위들이 햇볕이 나오자 그들의 밥그릇이 있는 곳으로 왔다. 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왜 이들이 이 시간에 헤엄치다가 나올까?'를. 누군가 주인이 이 시간에 밥을 주던 어릴 때의 기억을 품고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에겐 먹이가 없다. 주인 없는 연못가에 빈 밥그릇 하나만 덩그러니 뒹굴고 있었다. "미안 거위들... 내가 모르는 게 많단다."

삐진 거위들이 연못을 가로질러간다. 그들이 지난 자리에 파장이 일어나서 물에 비친 꽃들이 일그러졌다. 가만히 있는 물결에 한차례 파고를 만들고 그들은 다리 건너편 또 다른 그들의 아침 놀이터로 저어 간다.

당당하고 큰 줄기가 가녀린 줄기와 가지들을 지지해서 핀 꽃들이 더욱 아름답고 당당하다. 지지해주는 힘없는 이들은 이내 뽑혀 나가거나 제대로 제때에 피어나지 못하는 꽃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다.

마스크를 벗고 나면 우리는 마스크를 벗은 얼굴들을 기억 못 하고 다시 마스크 세상으로 가자고 할런지도 모른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나으면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나으면 마스크를 벗으면 되는 거겠지. 명품 마스크들이 속속 등장한다. 의상과 액세서리가 명품이 있듯이 당당하게 마스크도 명품 액세서리 대열이 합류한다. 어느 제조사가 그것을 디자인해서 조인해서 만들어 내는가도 또 다른 명품 시장을 차지하리라.

아침 동산에 올라 있던 거위들이 순서대로 줄을 맞춰서 순항을 한다. 구호와 열을 맞춰서 연병장 구보하듯이 그들도 물 위를 구보한다. 제일 선두가 울렁 차고 힘이 있다.

해가 뜨기 전에 여기를 찾아오신 손님이시다. 친구인 듯하시다. 사진을 찍어 드리겠다고 하고 그분들에게 인물사진 위주로 찍어 드렸다. 흡족해하셔서 다행이다. 함께 아침을 열어가는 모습이 멋지다.

이 아름다운 아침의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 살아온 당당한 이 나무야 말로 이런 이쁜 꽃들을 품을 자격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왔을까? W8쪽에 산옆 능수 벚꽃이 제법 있다. 지금 가도 아직 꽃이 피지 못하고 있다. 또한 많은 꽃봉오리를 품지 않는다. 그늘지고 추운 곳에서 자랐으며 누구의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

사진을 찍어 주셨던 분 중에 한 분이 아침에 내린 드립이라시며 커피를 주셨다. 아주 따끈따끈한 향이 진한 코스타리타 커피 맛이 난다. 어쩜 이 컵도 그분들과 어울리는 글들이 적혀있는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분들의 모습에 이 글들이 잘 어우러진다.

여기 벚꽃은 전민동에 있는 엑스포 3단지 아파트, 탑립동 돌다리 옆에서 찍은 사진이다. 능수벚꽃이 아니라 일반 길거리에 핀 꽃들이다. 얼마나 피고 싶었으면 가지가 아닌 몸통에서 피어 나올까? 그래도 당당하다. 정면에서 너를 만난다. 내가 쉬이 피할까? 네가 쉬이 피할까? 우리는 그렇게 피어 나아가다 지고야 만다.

2022년 4월 4일 오후 5시를 넘어서 다시 찾은 카이스트 교정이다. 일찍 마친 출장 관계로 여기를 올 기회가 생겨서 다행이다.

카이스트 교정에 잔디 캠퍼스에 외로이 한그루 키 작은 목련이 이제야 폈다. 그들의 아래에는 먼저 피어 떨어져 나간 그들의 가족이 보인다.

E8에 자라나는 능수벚꽃이다. 오리연못에 자랐던 인기 있는 그 수양벚꽃에 비하면 어떠한가? 햇빛을 충분히 품고 있지 않고 그 앞산의 키 높은 나무들이 볕을 막고 있다. 그늘진 땅에 찾아 주지 않는 모습의 나무들이지만 그래도 꽃이 핀다. 튼튼하고 당당한 덩치 있는 나무보다는 햇빛을 더 받아 살아남으려고 온 힘을 다해서 키를 성장시키고 싶었을 터이다. 이제는 햇빛이 보여서 꽃들도 좋아하겠지.




아침에 보았던 그 연분홍빛의 수양벚꽃이 이제는 하이얀 색의 일반 벚꽃들의 모습으로 되어 있다. 없던 차량도 빈틈없이 빽빽하게 줄지어 세워져 있다. 인기를 독차지한다. 자세히 보면 여기 나무 아래에서 차례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줄을 서 있다.

정문에서 오리연못을 건너는 다리이다. 왼쪽에 있는 나무가 능수벚꽃이다.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라 여기 학생이 아닌 일반 젊은 분들이 많이 보인다.

아침에는 가동하지 않았는데 낮에는 이렇게 분수를 가동한다. 맞은편에서 줌을 당겨서 나무 아래로 촬영해도 이쁘게 나올 것 같은데 나는 모델이 없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능수벚꽃이 왼쪽에 있다면 이쪽은 오른쪽 편 오리 광장이다. 오리 광장에 오리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 오리 광장에서 낮에는 오리들이 노는가 보다. E4가 오른편 건물이고 오리 광장을 바라볼 수 있는 벤치가 있다. 1인 용도 되고 옆에 앉으면 2인 용도 된다.

저기 의자에 앉고 싶었는데 갈길도 멀고 마음이 허락을 하지 않는다. 목적이 사진을 찍는 데 있고 아름다움은 사진의 결과물로 보고 싶었다. 목적이 있는 삶에 굳이 집착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저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열정이 생긴다.


그런 새로움을 시도하지 않고 안주하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매일 같으면 리차드 바크(Richard Bach)의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Jonathan Livingstone Seagull)에 나오는 그 흔한 갈매기에 불과할 것이다. 무릇 조나단과 함께 했던 갈매기들이 조나단을 그렇게도 삿대질을 하고 비난해나갔다. '갈매기 주제에 자기가 독수리도 아닌 것이 높이 멀리 날으려고 한다.' '주제 파악이나 제대로 하고 살아야지' 고1 때 읽었던 그 갈매기의 꿈은 나에게 꿈을 꾸게 하였다. 그 척박한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과 같은 세상에서 시야를 확보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 내가 조나단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지만.

길이 아닌 길들을 간다는 것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은 결국 사람들이 가다 보면 만나고 그 길도 또 다른 길이었다.


롱펠로우(Henry Wadsworth Longfellow)의 인생 찬가라는 시에는 '아무리 즐거워도 미래를 믿지 말라, 너는 본래 흙이라 죽은 과거는 그대로 묻어 두어라, 활동하라 현재에 멀리 조난당한 형제들이 너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 가리라'라는 대목을 항상 외우고 또 외우고 했다. 이 대목은 창세기에도 나온다. “桃李不言 下自成蹊 (도리불언 하자성혜)"는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열매가 있으면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말로 내가 좋아하는 구절 중의 하나이다.


그게 언제 인지는 모르지만. 윤동주는 그렇게 핍박을 받으면서 자신이 처한 세상에 자신이 가진 이름들을 부끄러워했지만 그 사람이 가진 순수함과 여린 몸으로 조국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두가 알게 되었기에 그들의 친구와 지인들이 그가 남긴 시들을 엮어서 책으로 만들고 널리 알리고 사후에 그가 꿈꾸던 세상을 알려 준다.

E1 카이스트 정문을 나오면 갑천변을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갑천을 내려와서 바라본 둔치에 벚꽃들이 즐비해있다. 시간이 되면 간이 접이 의자를 한 개 가져와서 꽃들을 바라보고 귀에 좋은 음악을 틀고 좋으로 적힌 시들을 읽으면 좋겠다.

'이 아름다운 길을 걷는 이가 없다니 평일이라 그런가? 아무리 바쁘더라도 조오기 조오기 다리까지만이라도 걸어가야지!' 하면서 걸어 가본다. 만년동에서 카이스트 들어오는 다리까지.

하나둘씩 귀가를 한다. E2, E2-1 건물 앞에 자전거를 타고 귀가를 서두르고 그 옆에는 먼저 나가려는 자동차로 줄지어 있다.

E 2-1 건물 앞에 있는 주차장의 글씨가 눈에 가득 들어온다. 글씨를 칠하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오랑 글씨뿐만 아니라 회색 바탕도 칠해져 있다.

차를 주차해 둔 곳으로 걸어가다 보니 이렇게 차가 밀린다. 해가 저물기 전에 자신들이 온 곳으로 돌아간다. 그들은 오늘 돌아가서 무엇을 할까? 나처럼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일들을 집에 들고 가는 것은 아닐까?

E14에 주차를 하고 나오는 복잡하고 밀리는 E1이 아니라 N1길을 나온다. 이 길을 나오면 원자력연구원이 나오고 화폐박물관 길이 있는데 화폐 박물관에 차를 세우고 피어나는 꽃들을 연못 사이로 찍어 보는 것도 좋은 구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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