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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철 Nov 14. 2021

계족산 주말 걷기 (정상 편)

대청댐이 보이는 계족산

연리지(連理枝)

2021년 11월 14일 일요일 오전 6시 10분 장동산림욕장 입구에서 일요일 계족산 둘레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 날씨는 약간 흐림에 온도는 영상 1도입니다. 쌀쌀한 날씨를 예상해서 모두들 장갑과 두꺼운 외투를 입고 오셨습니다. 오늘 동행은 저를 포함해서 4명입니다.

연리지

지난주에 대청호의 일출을 못 본 아쉬움 때문인지 제게 다시 가자는 제의를 모두 하셨습니다. 오늘은 평소에 걸었던 방향을 달리해서 걷자고 해서 가파른 계단을 통해서 최단거리로 정상에 도착하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걱정은 다리가 불편하신 최연장자 강 교수님께서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가파란 코스의 연속이라 숨을 코로 쉬면서 오릅니다. 숨 속 쉼터를 지나고 중간 둘레길 벤치에서 잠시 쉽니다. 다시 계단으로 오르는데 전번 주보다는 낙엽들이 많이 쌓였습니다. 솔잎들이 바람과  부딪히는 소리, 낙엽송들의 부딪히는 소리들은 추억을 소환하기도 합니다. 오르는 길에 두 나무가 따로 성장했지만 점점 붙어 버렸네요. 다르게 자랐지만 성장하면서 줄기들이  다시 붙는 경우도  부부나무라고도 하고 연리지(連理枝)라고도 합니다. 서로가 의지하는 나무가 좋아 보입니다.


06:56분 출발 46분 후 계족산성 도착

평소 같으면 이 정도의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이도 쉬고 힘들다는 생각을 했을 텐데 가볍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가방이 없어서 그러할 수도 있습니다. 가방을 주문해뒀는데 가방이 이번 주에 가방이 오면 다음엔 그 가방을 메고 오르기를 시작해보아야겠습니다.

산성의 정상에 오르자 대청댐이 보이고 어젯밤에 비박을 한 듯한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비박이란 말은 비바크 Biwak(독일), 비부악 Bivouac(프랑스) 말로 그 어원은 Bi(주변) + Wache(감시)의 합성어입니다. 가을의 하늘과 보름달을 만끽하거나 아니면 대청호에서 떠오르는 운무 위의 해돋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텐트 안을 잠깐 들여다보니 따뜻한 우모와 침랑들이 보입니다.
07:08

저 멀리 안개 낀 호수가 보입니다. 일출시간입니다만 아직 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완연하게 전번 주보다는 붉은 기운이 가시고 그들의 시간을 뿌리로 양보하고 있습니다.

붉은 기운이 돌기 시작을 하지만 해는 자신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다음을 기약을 하면서 반대편 공사차량의 임시 통로 길을 따라 산성을 내려옵니다.

07:17

한 폭의 그림같이 빨강 둥근 해가 안개 너머 산 위에 오릅니다. 모두들 해가 솟는다고 합니다. 해가 없어도 어느 동쪽에나 해는 쏟는데 해가 안 뜬다고 해도 제주도에도 서울에도 해는 뜹니다. 그렇게 고집 피울 필요도 없고 부산 떨 필요도 없겠지요.

계족산성 집수지(集水池)

집수지는 말 그대로 물을 모은 연못입니다. 산성에서 생활하는 군사들이 마실 물과 화재 때 끌 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홍수 때에는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속도를 줄여서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것입니다. 여기 계족산성은 남북으로 25미터 동서로는 5.2미터의 길이이고 경사면에 있어서 수압 등의 압력을 생각하여 반원형으로 쌓았습니다. 바닥에서는 삼국시대 토기 조각과 기와 조각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계족산성을 쌓은 시기는 삼국시대로 명확하게 확인되었습니다.


07:33 출발시간 1시간 23분째

집수터에서 내려오자 산성 보수 작업하는 분들이 아침에 트럭으로 출근을 하네요. 출근하신 분들에게 4명 사진을 부탁했더니 흔쾌히 잘 찍어 주셨습니다. 그 아래는 우리가 지나치던 둘레 길입니다. 평소에는 뒤편에서 앞쪽으로 걸어왔는데 역방향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사진을 찍었던 자리라고 일행들이 알아서 포스를 취합니다.

모든 잎들이 거의 다 떨어져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낙엽을 밟는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삶의 무게로 온통 머릿속에는 다른 이미지뿐입니다. 언제나 그러하듯 일요일 아침 5시가 되면 일어나면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는가의 갈등을 겪습니다. 그래도 눈을 딱 감고 나옵니다.

여전히 세분은 하실 말씀들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저는 걷기는 덤이고 아침을 이런 풍경을 맞이한다는 것이 행복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나의 넓은 정원을 내가 관리하지 않아도 내게 자연이 보여주는 너그러움에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등산화가 아닌 조깅화를 신고 둘레길을 걷고 있어서 트레킹화 정도는 한 켤레 장만을 해서 나를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조깅화가 평소에는 길에 불편이 없었는데 정상까지 산행이었고, 낙엽이 쌓인 길이 미끄럽습니다. 가벼운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무겁기 때문에 더 안정적이고 편리할 때도 있습니다. 신발도 그러할진대 삶은 어떠할까요? 카네기멜론 대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적절한 스트레스의 6가지 좋은 점을 이야기합니다.


1. 스트레스는 인생의 중요한 것을 일깨워 줍니다. 배우자가 자식으로부터 스트레스가 있다면 그만큼 나에게 소중하다는 의미입니다.

2. 과제나 업무의 마감기한에 임박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지요. 신경조직의 연결을 강화하여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입니다. 마감 스트레스가 뇌신경을 활성화하여 업무를 마무리하도록 돕습니다.
3. 스트레스를 받으면 빨리 처리하고자 합니다. 우리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일을 해야 한다는 강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4. 적절한 업무 스트레스가 특정 감정을 유발해서 일에 집중하여 업무 성과를 높입니다.
5. 운동으로 근육이 강화되고 스트레스는 우리의 정신을 강화합니다. 멘탈붕괴로 부터 강철 멘탈로 만들어 줍니다.
6. 스트레스는 옥시토신을 분비합니다. 사랑의 묘약인 이 호르몬이 사람과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합니다. 여성의 모성본능은 옥시토신 분비의 결과라 합니다.


그래도 스트레스는 좋지 않지요.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보다는 긍정적이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 본다면 덜 힘들어 좋겠습니다.  

07:45 출발 1시간 35분째

늦단풍들만 아직 그들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때는 이곳이 내리막길이고 편했던 길이었는데 그 상황이 바뀌고 나니 이제야 이 길이 언덕이고 가파른 곳이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힘들고 어렵지 않은 시절에 보이지 않았던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막상 어려움이 생기면 보이기 시작하는 이치와도 같을까요? 언제 우리는 그런 상황과 마주칠지 모르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언덕길만  있는 길은 아니니 너무 힘들어하지 않으면 합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이 돌담은 유일합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돌담은 있지만 이렇게 담처럼 쌓은 것은 필경 절을 가다 보면 돌탑을 쌓듯이 바람을 빌면서 걷는 자들이 한 개씩 올려둔 것이 담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다음에 오면 더 높아져 있을까요?

07:49 출발 1시간 39분째

"이쪽에서 찍어 주세요"라는 말을 하듯 단풍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익숙함에 대해서 말을 안 해도 사람들은 표정이나 제스처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08:01 출발 1시간 51분째

화장지 없는 화장실 정자입니다. 여기에서 간식을 먹습니다. 유클리드 박 이사께서 유기농 쿠*표 사과를 나눠주십니다. 오늘은 물을 제가 챙겨서 물을 신세를 안 졌습니다. 주스 한 봉지와 사과 한 개를 늘 신세를 집니다. 중간 정자에 화장실에 다른 사람들이 먹고 간 컵라면 외 다양한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따로 청소나 관리를 하지 않는 데 있다 해도 관리하시는 분들이 실어 나르는 것도 일입니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만든 쓰레기는 다시 들고 가야 합니다.

08:15 출발 2시간 5분째

10킬로 지점인 것으로 보아서 이제 종점으로 나아가는 듯합니다. 반대로 돌 때는 일행들이 여기서 인증사진을 찍었던 모양입니다. 같이 찍어야 한다고 해서 제 핸드폰으로 찍었습니다. 물병을 지렛대로 하여 핸드폰을 세우고 애플 워치로 리모트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아래 물병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벤치가 길게 늘어져 있어서 왠지 앉고 싶어 졌습니다. 앞에 걸어가시는 세분을 세웠습니다. 여기 앉아서 사진을 같이 찍자 했습니다. 이번에도 물병을 세우고 찍었는데 물병이 다행히도 안 나왔습니다.

사진이 보이 나와 박 이사님만 장갑이 없네요. 다음에는 편의점 목장갑이라도 두 개 챙겨 와서 하나는 내가 가지고 또 하나는 박 이사님 드려야겠습니다. 여기도 사진을 찍는 장소인가 봅니다. 가만히 포즈를 취하고 계십니다.


산에 가면 산악회에서 저렇게 리본을 답니다. 리본이 이정표라면 몰라도 하산을 하면서 맨 뒤에 분들이 이 리본들을 다시 수거해서 가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에 가운데 부분의 빨강 리본도 그러합니다. 그런 안목과 여유를 가지고 걸으면 어떡할까 생각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다음에 걸을 땐 내가 저 리본을 떼어볼까요?


09:03 출발시간 2시간 57분째

풍경사진만 찍다가 동행하신 분들의 인물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찍어드립니다. 일단 개개인의 프로필 사진 정도의 사진을 단풍과 함께 넣어보았습니다. 개개인들의 사진도 따로 드렸습니다. 왼쪽에서 아침 햇살이 나옵니다. 얼굴에 빛이 터치가 되는 앵글의 텐스를 요구했습니다. 찍는 사람이 움직여도 되지만 주인공이 움직이면 찍기가 더 용이합니다.

단풍과 인물들이 잘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오랫동안 독서모임도 하면서 오랫동안 변함없이 걷기를 주말마다 해오시는 마음이 얼굴에 묻어나옵니다. 함께 동행해서 행복한 하루입니다. 강 교수님은 죽음의 고비를 몇 해 전 넘기면서 현재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내일 무슨 일이 아니 한 치도 앞도 모르면서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걱정만 하는 것과 주어진 환경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지금 죽음이 와도 하고 싶은 일들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달에는 내내 요소수가 부족하여 화물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뉴스가 나왔습니다. 뒤이어 중국발 오동나무관이 부족하다 합니다. 장사를 치르는데 관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들에게 행여 아빠가 언제 죽을지도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나를 붙잡으려고 하지 마라고 일러둡니다. 살아야 하는 사람은 또 최선을 다해 살아야 죽은 사람들도 하늘에서 그들에게 축복을 할 것입니다.

09:19 출발 3시간 9분째

둘레길을 걸을 때 중간 출발지에 도착하기 전의 마지막 언덕길입니다. 낙엽이 너무 이쁘게 쌓여 있어서 동행분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낙엽을 한 움큼 쥐고 뿌려달라 합니다. 살아오면서 이렇게 한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의외로 가족분들과 한번 해보시면 좋아하고 행복해합니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유독 이런 놀이를 좋아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면 옷에 흙도 묻고 지푸라기도 묻고 해서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해보시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합니다.

09:34 3시간 24분째

장동산림욕장 저수지 위에 있는 놀이터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과 함께 어린 시절에 맨발로 와서 걸었을 때 놀이터도 있고 뛰어놀던 곳입니다. 그때 아이들이 참 많이 보였습니다. 지금은 모래 놀이터도 풀로 가득합니다. 이 단풍나무 아래에서 저도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삶의 무게가 그동안 너무 무거웠는데 저 단풍나무가 자랐다는 생각보다는 예전 그대로의 빨강 자태이네요.

메타쉐콰이어가 큰 상처를 극복하고 우뚝 쏟아 있어서 사진을 함께 찍어 보자고 합니다. 어루만져드려 보자 합니다. "나무야 참 고생이 많았다. 잘 자라줘서 고맙다"

둘레를 걸으면서 인터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인터뷰를 시도해봅니다. 가을에 대해서 여쭤 보았고 그다음 영상은 단풍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을 드립니다. 부끄럽다 하시면서 말씀들은 참 잘하십니다. KBS RADIO 대세남에 토론 패널들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오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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