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제자리에 남는다
떠나는 것들보다
머무는 일이 더 오래 아파서
누군가는 나를 지나쳐 가고
누군가는 잠시 기대었다가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다
붙잡지 않는 게
익숙해진 표정으로
비가 오는 날엔
괜히 더 밝아져서
슬픔이 잘 보이게 만든다
숨기고 싶던 얼굴들까지
전부 드러나게
아침이 오면
나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어둠을 잊은 척한다
밤새 지켜본 마음들을
말하지 않기 위해
늘 같은 자리에 서서
누군가의 끝과
누군가의 시작을
혼자서 동시에 비춘다 - 가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