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윤시 Jun 13. 2024

후회하지 않는 삶?

운명적 만남과 밤을 이루는 우리의 언어


2023년 1월 10일 체코_프라하 


이 이야기는 작년 겨울 친구와 떠났던 한 달의 유럽 여행 중 우리의 네 번째 여행지였던 체코에서 있었던 일이다. 



늦은 저녁, 우리는 어젯밤 재즈바에서 만난 한국인이 말해준 성 니콜라스 성당으로 향했다. 

웅장하고 화려한 성당의 모습에 압도되어 우리에겐 왠지 모를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고, 

각자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흩어져 있었다. 



난 노래를 들으며 노란 필름카메라를 더 꼭 쥐었고, 서영이는 담배 한 개비를 태우고 있었다. 

그때 혼자 서있던 내게 한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You so cute!!" 처음 보는 남자의 갑작스러운 칭찬은... 솔직히 당황스럽고 무서웠다. 

"I know.."... 아무렇지 않은 척 노력하던 나의 대답이었다. 


데이비드와의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우리의 대화는 그날밤까지 이어졌다. 



데이비드는 오하이오주에 살고 있다고 했고, 

금융 관리? 일을 하고 있으며 체코에는 잠시 미팅 왔다고 했다. 


숨 막히는 공기에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서영이가 얼른 다시 돌아와 나를 꺼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몇 분이 지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영이가 돌아왔고 



서영이와 데이비드는 1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더니...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ㅎㅎ...

잘 살펴보니 서영이가 보기에..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데이비드는 꽤 괜찮은 사람 같았고-

솔직하고 경쾌한 두 사람과 함께 우린 성당 근처에 있는 펍으로 향했다. 


서영이와 난 맥주를 주문했고, 술을 하지 않는 데이비드는 커피를 시켰다. 

술도 SNS도 하지 않는 사람을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다시 생각해도 데이비드는 참 독특한 친구였다. 


데이비드와의 대화는 남은 여행 내내 나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난 영화 <비포 선라이즈>처럼 처음 만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철학적인 얘기, 인생 얘기, 정치 얘기,,,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데이비드는 내게 자꾸 그런 질문을 던졌다. 현명함과 지혜로움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사랑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같은지,,, 같은.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기억에 남았던 질문은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은 어떤 걸까?'였다. 


죽기 전에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 

어떤 대답도 쉽사리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고, 남은 여행에서 계속 데이비드의 질문을 떠올렸다. 

당시에 내가 내렸던 결론은 '많이 도전하고 실패해서 스스로에게 어떤 아쉬움도 남겨주지 않는 삶'

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생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사실 아쉬움이라는 건 언제나 조금씩은 남는 것 같아서, 그것보다는

 '매 순간에 모두 나로 존재할 있는 삶'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누구의 나침반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나가는 삶을 사는 것. 

그게 오늘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삶의 모습이다. 


일 년 내내 온전히 제 손으로 밭을 일구고, 한 해의 끝에서 적당한 수확과 성취를 가져가는 농부처럼

나도 내가 만든 길을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그 끝에는 적당한 보상과 행복감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하는 - 그런 생각을 만들어가고 있는 요즘,


해마다 바뀌는 생각들이라 이 생각도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2024년의 난, 매 순간에 모두 '나'이길 바란다. 


그러니 올해의 당신도 매 순간 당신이길-!






이전 02화 사랑은 지독하고 끈질긴 것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