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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Jan 08. 2019

3. 너무 넓은 나라,한국

같은 하늘 아래라지만

서울에선 보통 오전에 주문하면, 내 경우에는 거의 책이었는데, 그 날 오후에, 늦어도 그 다음날까지는 택배가 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구에서 주문하면 당일에 오는 일은 없다. 그 다음날 오거나, 또는 그 다음날에 온다.

처음에는 이 사실이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당일 생활권 아니었나? 우리나라는 그만큼 작은 나라가 아니었나?

어찌나 예의 메트로시티의 속도에 익숙해져있었는지, 안그래도 성격급한 나는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였다. 그리고, 서울,경기만 배송되는 품목들도 의외로 많다.  이런 것이구나. 서울 아닌 도시의 소외감. 공연이니, 전시니는 말해 무엇하리.     

   

이렇게 서울과 대구의 많은 다른 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대한민국은 너무나 넓다.

어쩌다보니 전국에 흩어진 나의 친구들과,거의 매일 아침인사를 주고 받는데, 철저히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넓은지를.

같은 하늘 아래, 라지만 , 비가 오는 베란다 통창을 내다보며 커피를 한잔하며 안부를 물으니 해가 쨍쨍이란다. 눈 구경한지 오래된 겨울하늘은 어색할만큼 투명한데, 위쪽은 눈이 펑펑 온단다. 같은 날이라도 어떤 곳은 미세먼지가 지독히 높고, 어떤 곳은 깨끗하다. 대체 얼마나 넓은 걸까? 이 나라는.

너무 좁은 틈바구니속에서 서로 비교를 하고 경쟁을 하고 살아가고 있기에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한국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우리나라라는 것은, 사실은 그저 서울일뿐이었나보다.

한입 베어문 순간 그 향에, 내가 그동안 먹은 복숭아는 무엇인가 했던 청도 복숭아나, 길가에 펼쳐져있던 포항 산딸기밭, 복숭아꽃과 다투는 봄의 매화, 배꽃, 사과꽃의 파도들, 영덕 바다 오징어를 말리던 풍경등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가 넓다는 것을 앞으로 알게 해 줄 것들이 널려있었다.  

  

때마침 첫째가 이제 십대를 목전에 둔 지금, 이 곳에서 앞으로 펼쳐질 전개가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첫 봄이 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이제 어쩌면 내 생애 처음인, 본격적인 대한민국 탐험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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