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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Nov 29. 2021

5.너무도 위대한 체념

독립기념만세

아이를 다 키워낸 부모들에게 언제쯤 꽃다발을 주어야한다면, 언제가 좋을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그때 나에게 꽃다발을 주고 싶다.

백인백색 인생의 공통점은 아마도, 인생이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걸 깨닫는것일 것이다.더 나아가면,어쩌면, 그것을 깨달은 다음 진정 받아들이는것까지.

너무도 위대하게 큰 그들의 체념은 짐작하기조차 힘들 것이다.

부모세대보다 못할게 되는 유일한 세대가 우리 자식 세대라고는 하지만, 역시 아이들이 커갈수록 장밋빛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내가 현실적이 되었기 때문일까 욕심이 커져서일까. 이 욕심앞에서 정말로 자유로워지고, 체념하게 될 때는 언제일까.

아이들이 대학에 입학했을때? 취업했을때?결혼하고 독립했을때?

생각하다보니 그 시점이 당췌 언제일지 모르겠다.


마흔이 되었을때와 내가 회사를 그만둔 시점이 우연히 겹쳤는데, 아는 동생은 언니, 마흔기념파티라도 해야하는거아니에요? 뉴욕이라도 가서 새해를 맞아야 되는거아니예요? 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동안 워낙 바빠 내가 나이를 먹는 것 자체를 깊이 생각하지도 못했고 늙음같은건 자연스러운 거지 숨기고 덮는 것이 아니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마흔이 되었다고 뉴욕에 가는 것은 사치로 생각이 되었었다. 역시 마흔을 뉴욕에서 맞지 않아선지 어쩐지 나의 사십대는 이렇게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지금은? 지금은 아니다. 나는 어쩌면 지금부터 사실상 너무도 큰 체념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 보상을 받아야하겠다. 따지고 보니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내가 할만하지 않은 것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기 때문인가보다. 내려놓고 싶지 않은데, 아직도 욕심이 덕지덕지 붙었는데, 그걸 타의로 체념해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진정 득도하는 순간에는 그 곳이 뉴욕이든 로마든 지리산이든 내 방 한 구석이든 상관없겠지. 아무리 그래도 나이가 들면 뭔가를 조금은 깨닫고 조금은 내려놓게 되지 않을까. 내 욕심 비늘 한두개쯤은 다른 물고기에게 떼어줄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언제쯤 처음으로 그 욕심에서 독립만세,를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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