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나는 정말 내가 예체능 입시에 대해 알아볼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었다. 첫째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예고에 가고 싶다고 했을 때 , 하늘은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생각했다. 그냥 평범한 남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해서 무난하게 대학에 가면 안되는 걸까?남들처럼 평범하게 입사하고, 결혼하고.
철없지만 스터디카페에서 밤늦게 오는 아이 기다리면서 꾸벅꾸벅 조는 일도 해보고 싶고, 간식 차려놓고 기다리고 싶고, 문제집 사다주는 평범한 엄마가 로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는 스무스하게 대학에 입학하겠지. 아이때라 나도 대학교 어드메에 어슬렁거려보고 싶구만 왜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는거냐. 사실 진짜 위험한 건 이 유치한 이유,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 평범함이란 무엇인가.
미국 공군이 조종석을 개선할 때 모든 사람의 치수를 평균내어 조종석을 만들었더니 누구에게도 맞지 않는 불편한 조종석이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평균의 오류 또는 함정을 지적한 사례를 읽고 나는 절대 아이들에게 평범함을, 평균을 강요하지 말아야겠다는 (평범한) 결론을 냈었다.
그러나 막상 이렇게, 평균의 시험대에서 이런 문제가 던져지자 나는 도망가고 싶어졌다. 예측대로 되지 않자 불안하고 어색했다. 여기서 예측이란 사실 내가 걸어온 길이다. 예측되기 때문에 편했던 길. 나의 가치관은 신념이라고 이름붙일 거창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저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방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른다. 정작 예측이 빗나가자 나는 아이를 달래도 보았다가 협박도 해봤다가 혼자 속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대다수의 부모들이, 바란다. 내 아이의 평범한, 굴곡없는 삶을. 그러나 어떠한 굴곡들도 멀리서 보면 완만하다. 아주 멀리서 보면. 그리고 무척이나 평범해보이는 내 삶, 지금까지 내가 지켜온 평범함이란 얇은 살얼음장같은 현실 위에서 사실은 매 순간 선택하고 나아간 결과였다는 것을, 모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