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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May 13. 2022

1.어느 날 다정했던 사람이

어느 날 그토록 다정했던 사람이 이제 나와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 툴툴대거나, 이제 우리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한다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나를 무시하거나 한다면 어떨까? 그런데 더욱 절망적인 것은 나는 그 사람과 계속 살아야한단다. 도망치거나 피할 다른 곳은 없다. 게다가 더 복장터지는 것은,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건 당연한 일이고, 필연적인 일이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다가온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한단다. 나는 한동안 그 사람이 내게 해주었던 달콤한 말과 편지들과 사랑스럽던 기억들을 곱씹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싸우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내가 이 사실을 나의 것으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이었다. 누가 이 고통을, 이 슬픔을 알까? 처음부터 없었으면 좋았을 것을. 변하는 것에 대해 남들보다 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어찌 이런 시련이 '당연하게' 온 것일까.

이것이 사춘기 아이를 맞닥뜨렸을 때의 나의, 모든 부모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영화같은 스토리는 멀리 있지않다.


나는 실패나 위기를 별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다. 실패를 두려워하고, 매우 계산적이어서 모험을 굳이 강행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모험이라 해도, 늘 내 머릿속에는 안정 범위에 있는 것만을 해와서 대학도 현역으로, 결혼도 첫사랑과, 아이가 안생겨서 고생하지도 않았다. 헤어질 것이 두려워서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던 사람, 그것이 바로 나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에게 그나마 위기란 무엇이었을까? 구남친(현남편)의 헤어지자는 통보? 승진에서 밀려난 몇안되는 사람에 해당되었던 거?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내 인생 최대의 위기라 느껴지는 것은,  7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졌을 때를 제외하면,

사춘기 아이를 맞닥뜨리는 일이었다.


아이의 사춘기가 오기전 나는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육아서를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지만,아마 아이나 어릴 때 읽은 육아서(추억의 '베이비위스퍼' '삐뽀삐뽀119' 따위) 보다 많을 것이다.

'사춘기의 부모가 된다는 것' '10살 아이가 너무 말을 잘 들으면 위험하다'는 둥..

그러나 책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에서 지적하듯 아무리 대비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해도,딱 거기까지였다.결코 몇발짝일뿐,벗어날 수 없다. 사춘기는 거기 그대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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