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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Jul 15. 2022

8.망했다 2

어쩌면 처음에는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 줄 알았다. 그 다음에는, 내 마음같지 않게 진로를 정해버린 첫째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한번쯤, 스쳐지나갔던 ' 인생 망했다' 는 생각이, 이렇게 매일매일 드는 이유는.

나는 도서관에 가서 책들을 산더미처럼 빌려. 팔이 아프고, 어깨가 아플 정도로 에코백 가득 책을 쑤셔넣고 왔다. 사춘기때도 읽지 않았던, '사막을 건너는 방법' '인생이 겨울이라 느껴질 때'와 같이 제목부터 암울한 책들이었다. 나로서는 거의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막막한 두려움이었다. 예전에는 어차피 모르는 게 많아서 두려웠다면, 지금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잘 걸어가다가 터널로 들어온, 갑자기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 종류였다.

도서관에는 아이들 책을 빌려주러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정작 나는 등학교때 아파트도서관 다독상이 부끄럽게 트폰 탓을 돌리며 책은 거의 읽지 않은지 오래였다.


'인생은 왜 50부터 반등하는가'란 책에서는 이 두려움을 이렇게 납득시켜주었다. 인생에서 만족도를 물어 수치화했을때, 전 세계 공통적으로 40대~50대 정도에 최하를 찍는 포물선 곡선이 나타난다고 말이다. 최하를 향해 점점 낮아지다가, 50대 초반, 즉 대체로 중년이라고 일컬어지는 시기를 지나면서 곡선 서서히 위로 곡선을 그린다. 그 이후에 오히려 '내 삶에 만족한다'고 답하는 확률이 높다는거다. 이건 한 개인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공통적이었다. 이것은 결혼유무, 자녀나 부모의 여부, 직업 등이 아니라 오로지 '나이'라는 변수만이 작용했다고 한다. 오오, 인생이 최고차수가 양수인 2차함수라니. 런 와중에 양수여서 왠지 다행이다. 그리고, 이건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인간에 대해,공통이라고?

 그러니까, 내가 겪는 이 '망한 느낌', '별거 아닌게 된 것 같은 기분',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은 무력감', ... 등등인생의 당연한 단계라는 거지?

가장 무서운 상태는 애매하게 아는 상태라고 했던가, 이제 지금은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이 마음에서 나는 그 말을  동아줄처럼 붙잡았다. 썩은  동아줄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사실 예전에도 이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일지 아닐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잡았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건 썩은 것도 안썩은 것도 아닌, 하늘에서 내려오지도 않았고 그저  땅에 떨어져있는 동아줄 끝일 뿐이었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줄을 잡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니 거창하게도, 전 세계 나와 같이 터널을 걷고 있는, 특히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 포물선 아래곡선을 담당하고 있는 인류군집에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저 봄이었기만 해도 아팠던 청춘의 침대가 있었듯 지금 우리를 또다시 관통하게 내버려두어야하는 때가 온 것이라고. 지금 축제는 사라졌지만, 이젠 우리가 그 통과의례를 손수 조해야하는 무기력한 현대의 고통이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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