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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Aug 03. 2022

10.나는 실패담 수집가

나는 다른 사람의 실패담 읽는 것을 좋아한다. 남의 실패가 그렇게 재미있다. 세상은 다양한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실패로 넘쳐난다.백인백실. 화로운 결혼생활 중 갑작스런 남편의 이혼선언후 써퍼가 된 기자 이야기, 남편과 부모를 잃고 오지탐험을 나선 이야기, 하다못해 꼴등이 일등이 되어가는 이야기까지. 수난은 많아야하고, 그럼에도 엔딩은 해피엔딩이어야한다.

한 사람의 연대기 읽는 것도 좋아한다. 작가 소개를 특히 좋아한다.번역가 소개도 늘 천천히 읽는다. 이 사람은 이걸 전공했는데 이걸 하다가 이걸 하는구나. 그저 순탄하지만은 않았나보다.

나는 지금껏 큰 실패를 별로 해보지 못했다. 실패하기 전에 피해서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언제나 무난한 선택과 도전을 해왔을지도, 또는 너무도 뛰어난 방어기제의 활약으로, 사실상 실패를 했어도 합리화했을 수도 있다. 

나는 재수도 하지 않았고 성적이 오르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거나 크게 울어본 적도 없었고 모태솔로인 적도 없었고 오랜 연애에 실패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도 않았다. '이런 것도 해봤습니다.'하고 크게 내세울 삽질도 없다.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떨어지는 오디션 프로는 엄청 잘 챙겨본다.  

저한 실패들, 그렇지만 정확히는, 실패후 작은 성공들을 거두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실패담들을 읽으면서 내 지난 실패 위로받고,(이거에 비하면 나는 괜찮아) 앞으로 있을 실패에 대해 미리 보상받아놓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는 실패를 간접 경험했다고 안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행복' 처럼, 그런 것들은 미리 저장해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실패담 또는 실패를 극복한 사례들을 그렇게 읽는다해도 그건 다른 사람의 것이지 내 것은 아니다. 마치 수많은 요리법을 유튜브로만  것처럼, 세상에는 미리 저장이 가능한 것이 있는가하면 계속 충전해야하는 종류의 것이 더 많은 것이다. 

내가 매일 맞이하는 하루는 언제나 새로운 하루이기에. 우리는 이미, 많이 겪어본 일에 대해서만 실패를 피할 가능성이 많고 또 그 겪은 일이라는 것도 주변의 상황이 늘 바뀌기 때문에 똑같은 것이기가 어렵다.  어른이 되는 것은, 계속되는 실패의 반복속에 조금이나마 실패에 익숙해지는 것 그 이상이 아니라면, 나는 왜 계속 아직도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을 키우는 나는 아이들이 실패할까봐, 라고 하면서 사실은 나의 실패를 미루어 걱정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도전을 말하면서 나는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동안 내가 실패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것이 나의 문제이기때문이었고, 나만의 문제가 아닌 다른 문제들이 떠오르고 있는 지금 나는 자주 두렵다. 워터파크에서 선글라스와 모자까지 사라지게 했던 그토록 센 인공파도의 기억이 불과 몇년전인데 나는 한참이나 멀어져왔다. 이제 한 시대가 닫힌 것이다. 이제 인공파도가 아닌 진짜 파도이다.

가 실패담을 계속 읽는 이유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위안감보다, 우월감보다, 그 안에서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 무언가, 그 증거를 간절히 배우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전환이라면 어떨까. 우리는 그저 브라운 운동처럼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즘 나는 그 증거들을 간절히 원하고, 매미소리는 어느 때보다도 크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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