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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Nov 14. 2019

여기는 다르다

1. 말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는 두 도시지만, 이렇게 이사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나는 결정적으로 과연 이 곳과 서울이 다른 점을 '너무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나의 탈서울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 사람사는 곳인데 뭐, 그리고 여기도 '광역시' 잖아." 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 도시는 ‘다른’ 도시였다.

일단,사투리. 

사실 나는 겉으로 완벽한 내츄럴 본 서울러(?)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산에서 태어나 10년 넘게 살았고 부모님 고향이 모두 경상도여서, 경상도 사투리 리스닝 및 스피킹이 잘 되는, 이른바 바이링구얼(?)이지만, 대구의 사투리는 예상을 훌쩍뛰어넘었다. 

대구에 처음 와 동대구역에서 옆 커플이 중국어로 말하길래 대구에 관광온 중국인 커플인 줄 알았는데 다시 보니 한국인이어서 놀랬던 기억도 있고,아이들을 데리고 버스를 탔는데, 내리는 정류장을 물어보려고 버스 기사 아저씨와 몇 마디를 했더니 6살 둘째가 내리고 나서 그런다, "엄마, 영어도 알아들을 수 있어요?" 둘째 귀에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던 빠르고 억양강한 그 말, 한국말은 절대 아닌 진정 외국어인줄 알았던 것.

그리고또 놀랐던 것은, 공공의 영역에서도 사투리를 마치 표준어처럼 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 통제까지 하는 컬러풀 대구페스티벌의 현수막에 쓰인 표어는 "모디라 컬러풀! 마카다 퍼레이드!"인데, 이 말은 '마카다'는 막다, 모두다를 뜻하는 사투리이고 '모디라'는 '모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모여라 컬러풀! 모두다 퍼레이드!" 란 것이다.말했듯이 사투리 리스닝 및 스피킹, 독해가 가능한(ㅎㅎ)  는 한 눈에 알아보았지만, 남편이나 아이들은 이게 무슨 뜻인지, 그냥 무슨 러시아어려니 했을 것이다.

또 몰랐는데, 이름이 그 지방만의 사투리를 이용한 커피집이 많았다. 특히 처음엔 무슨 고상한 영어인줄 알았으나 영 해석이 안되던 ‘MASIGRAY’(마시그레이)’ 라는 커피샵의 이름이 ‘마셔라'의사투리 '마시그래이’ 란 뜻임을 알았을 때의 서울배기의충격이란. 

이렇게 놀랄수록 정말로 내가 좁은 대한민국에서도 더 좁은, ‘서울’이라는 우물에서 살고 있었구나, 나는 이른바 서울 사투리를 쓰고 있었던 거구나, 정말로 서울또한 하나의 지방일 뿐인구나를 알게 되었달까. 이 작다면 작은 나라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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