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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Mar 12. 2020

앞만 보자, 자전거를 탈 때처럼

지난 금요일 저녁에 온 가족이 자전거를 사러 갔다. 큰 애 자전거를 물려받아 타던 둘째와 키가 많이 커진 첫째의 자전거를 각각 바꿔주었다.

아이들 잠깐씩 자전거타고 오라고 내보내고,(그러려고 급하게 산 것) 청소를 하고, 잠깐씩 한숨을 내쉰다. 주말이면 가까운 바다에 가는 게 타지생활 유일?한 낙이라면 낙이었는데. 이동제한 운운하니 아예 갈 수 없어 벌이라도 서는 기분이다. 다른 지역도 2주멈춤이라지만 여긴 이미 몇주전(체감상)부터 시작됬으니..

몇년전 여기 이사와서 바로 한 일이 우리 가족수대로 자전거를 장만한 일이었다. 그 첫 봄,  우리 가족은 자전거 네 대를 이끌고 집에서 금호강변을 따라 수킬로미터를 네 명으로선 처음이자 당분간 마지막이 된 하이킹을 나섰었다. 나빼고는 몇번 또 갔었지만.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주말에 자전거를 타는 것말고는  정말 할 것이 아무것도 없어진 우리 넷은  또 나섰다. 그 때 그 코스 그대로 발을 굴러굴러, 바람과 햇살을 받으며 나간다. 금호강변엔 아스라한, 회색과 연두빛이 섞인 봄색깔이 깔려있었고 강물은 한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전거 운전경력 40여년인 나는 자전거타는게 무섭다. 아니,자전거는 잘도 타는데 가면서도 그만큼 돌아올 것을 벌써 걱정해서다. 너무 멀리 가는 게 무섭다. 그런 나와 달리 아이들은 발을 쭉쭉 굴려 거침없이 앞으로 나간다. 물론 돌아오는 거리가 더 짧게 느껴지는 마법은 늘 적용되서, 생각만큼 힘들진 않았다.

오늘은 원래대로라면 개학날. 아직 전국 개학연기가 발표되기전 아침 나는 아이들에게 '방학종료'를 선언하고, 시간표를 만들었다. "개학이 연기된거지, 이제 방학은 끝난거야"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

이 3주간의 학교의 문제 아닌 문제는 초딩중딩이 같이 있는 재단 아니 학교라는 것이지만.(중딩은 생각이 있어서 말을 잘 안듣고 초딩은 생각이 없어서 말을 잘 안듣는다.)

아침을 먹고는 아침 독서시간이다. 이 때 만화책은 안된다. 왠일로 중딩이 쉽게 수긍한다.얼마전 디밀은 세계사책이 낙점됐다. 초딩은 읽은 책 또 읽기를 시전한다.

그 다음엔 영어공부. 단어 외우기다.그 후 점심을 먹고 영화를 본다. 영화를 본 후에는 이제 이른 바 체육시간이라며, 마스크를 씌우고 밖으로 내보냈다. 아이들은 신기하게도 심심하다고 하지 않는다. 둘째는 코딱지만한 색종이를 사와서는 천마리 학을 접겠다고 덤비고. 끊임없이 할 무언가를 발명해낸다. 우리집에서 심심하다고 투정부리는 건 어른들ㅡㅡ

 그 후로도 이런저런 사건들을 헤친 후에야 하루가 마감되었다. 맥주를 딸 때다.

불안속에서는 짜파게티가 이미 품절되고 생수를 살 수 없고 다 쓴 화장품을 구할 수 없었지만, 실제로 아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냉이 품절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면서 일단 집어든 냉이는 냉장고안에서 시들고 있을 뿐이고. (냉이는 여전히 마트에 건재하였다.) 어쨌든, 개학 연기가 전국으로 확대된 지금. 맥주를 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엄마들은 별로 없어보인다.

내일 아마 거의,또,분명히, 뜰 해는 알려줄 것이다, 우리 삶은 왕복이 아니라 직선, 온 거리는 생각하지 말고, 갈 거리만 생각하며, 그저 자전거처럼 페달을 밟고 앞만 보며 나가야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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