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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Apr 05. 2020

코로나 변화 리스트

예전에 회사 다닐 때 몇몇 절친 동기들과 매년 송년회를 할 때면, 조용한 이태리 식당에 앉아 서로 돌아가면서 '올 한해 나의 세가지 키워드 말하기' 같은 걸 했었다.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렇게 뭔가 꼽아보는 걸 참 좋아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 사태(집안생활 사태)로 바뀐 것들을 꼽아보자면,

뭐니뭐니해노 집밥력과 청소력이 상승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첫번째일듯. 

요리를 원래 못하는게 아니라 안해서 못하는거였다는 고백들 속에,아이들마저 심심해서 요리를 해주고 달고나커피를 만드는 와중에(진정한 집순이는 달고나커피도 귀찮아서 안만든다는 것에 한표.) 어째 매번 낯설게만 느껴지던 밥 짓는 행위의 진입장벽은 조금씩 낮아졌다.

된장찌개,김치찌개,김치볶음밥, 오무라이스,떡국,만두국,카레, 불고기,미역국,소고기국,북어국,오뎅국의 그 순환고리속에(참 마파두부 빼먹으면 섭하다.),냉이무침과 비후까스를 처음 해보기도 했다.그리고 눈대중 베이킹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방용 저울을 샀다.

재활용쓰레기장에는 책들,전집들이 거의 매일 나오는데,둘째가 조금만 어렸다면 그전처럼 집어왔을 책들이다. 어른책도 종종 있어서 혹시나 들춰보는데, 세상에 진짜 오래된 것들이었다. 그러니까 최소 30년, 몆번의 이사와 봄대청소에서도 살아남았던(?) 좀벌레 아니 책들이 이놈의 코로나집콕사태만은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집에서 잠자던 책들과 물건들이 쏟아져나오기시작했다.하다하다 청소를 하고 공부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다들 집안에서,주변에서 보물찾기.

도서관이 문을 닫으니 중고책을 많이 알아보게 되었으며, 집에 있는 (나는 절대 사지 않았을, 남편이 사놓았는데 남편도 다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모를) 무려 철학책,역사책-사피엔스(코로나 끝나기전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들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변화는,필요할 때마다 

집앞 수퍼에 나가서 조금씩 산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집앞 수퍼는 좀 비싸다는 이유로 이마트몰같은 온라인몰을 이용하면서 무료배송 금액을 맞추기위해 늘 더 과하게 주문하는게 습관아닌 습관이었다. 냉장고는 늘 꽉 차있고,몇가지는 유물이 되고. 온라인몰 주문량이 많아져 가장 가까운 배달일이 내일,모레로 넘어가면서  온라인 주문은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코로나 초기에 쟁여놓던 거와는 달리(짜파게티도, 냉이(?)도, 계란도 영원히는 품절되지 않았다.다행히) 지금은 그날 그날의 메뉴를 정해 매일 장을 조금씩 본다.그래서 지금은 냉장고 공간이 어느 때보다도 여유롭고 그게 마음이 편하다. 왜 그렇게 채워두려고만 했는지.가벼운 냉장고. 몇년동안 생각에만 그치던 게 코로나사태로 가능해졌다.

집주변의 어떤 한산했던 작은 가게들은 오히려 더 잘 되는 것 같아 다행이고, 사람 찾기 힘던 우리집앞길에 산책하는 사람들도  늘었다.배드민턴치는 사람도. 정말 작은 것부터 열심이고 뭔가 건전해지는 느낌이다.우리집 창으로 보이는,트루먼쇼처럼 건전한 쇼같다. 그렇게 집안에서, 내안에서 보물찾기가 늘어간다. 간혹 외면의, 또는 내면의 민낯을 맞닥뜨리고 헉  하면서.

뭐니뭐니해도 나무늘보가 형님하자할 첫째(참고로 중2)가 (집에서 지루함에 몸부림치다치다) 오늘 무려 미니 진공청소기라는 도구를 스스로 이용(할 생각을)해서 커다란 빈 어항의 먼지를 청소하고 스스로 몸을 움직여 물을 받았다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놀라운 변화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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