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부쳤다. 서울 사는 조카(10살)가 깜찍하게도 제 사촌언니(우리 둘째)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다. "언니, 나 생일이야."
코로나 시대에도 사랑은 하고, 연애는 하고, 생일은 온다. 언니동생이라지만 생일은 3개월차이밖에 안나고, 워킹맘 시절 각자의 할머니이자 외할머니집에서 같이 각자의 엄마를 기다리던, 각별한(?) 사이다. 둘째가 제 용돈으로 선물을 사서 (무려) 부쳐주고 싶다기에 그럼 집에 다 읽은 전집들이랑 책도 같이 보내주자 싶어 같이 포장해서 애들이랑 카트끌고 나오는 길.
봄날 아침이다.
벌써 낮기온이 훅해져서 벚꽃마저 다 피어버렸다.
엊그제는 아이들 두고 남편이랑만 매화 많이 피기로 유명한 곳에 잠깐 갔었는데 허무하게도 매화가 다 져 있었다.우리는 아쉬운 대로 설유화 가득 핀 강둑에서 사진을 찍었다.
푸드트럭에 딸기청을 넣은 생딸기우유가 6,000원이라길래 빈정상해 안먹고 거기가 딸기 산지여서 딸기만 잔뜩 사왔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청소하고, 밥하고, 공부 챙기고의 연속이다.
먼지를 살살 쓸어담는데 열어놓은 창문으로 솔솔 바람이 들어왔다. 창밖으로는 바람에 하얀 꽃잎들이 날린다.
다행이다, 봄이라도 와서.
계획대로 되지 않고 계획조차 알 수 없는 이 때, 자연이라도 계획대로 해줘서, 봄이라도 제 때 와줘서 정말 다행이다,한다.
'이 또한 지나가는' 것이 슬픔이나 고통 뿐만 아니라 무탈과 안이에도 해당되는 걸 잊고 그저 흘려보낸 시간에 자책하게 되지만, 이젠 어떤 새삼스런 의욕들과 계획들도 뿌옇기만 하지만,
아침과 봄은 어김없이 오고 있으니까.아침의 커피는 맛있고 벚꽃과 목련이, 살구꽃과 배꽃이 더없이 황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