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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망버드 Aug 05. 2020

자유학년제와 시험을 대하는 마음의 자세

지금 중학생들은 입학을 해도 1년동안 '자유학년제'라고 해서 통지표에 성적이 나오는 시험을 보지 않는다. 그 자유학년제를 보내고, 중2가 되어서야 시험을 처음 보고 성적표를 처음 받는 날 대체로 뒷목을 잡는 부모가 많다고 누누히 들었다. 그래서 요즘 중2때 이사를 가는 경우가 심심치않다는 얘기도.

그래서 우리 첫째는 시험을 잘 봤냐고? 뒷목잡기의 행렬에서 나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지인이 의미심장하게 '언니 이거 한번 읽어나봐요.' 라며 빌려준 '잠실동 사람들' 이라는 책에서, 학원을 들어가기 위해서도 테스트를 봐야하는 세상이라는 것을 읽어 알고는 있었지만 아이 손을 자의반타의반으로 잡고 막상 그런 학원에 가서 앉아있자니 마음은 요동쳤다. 친구들에게 톡을 보내서 한국 교육 실태에 관한 마르지 않은 샘과 같은 하소연 토론들을 또 한바탕 하고.. 어떤 책 제목 비슷하게, 하마터면 거의 '생애최초학원등록표류기'를 쓸 뻔했다고만 해두자.

나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기를 바랬고, 그것이 가장 의미와 효과가 있다고 믿었고, 맹목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불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것은, 어떤 아이에게는- 이상에 가까웠다. 인정한다, 내가 이상주의자임을. 나는 내가 만든 안전한 원더랜드에서 살고 있었나보다. 어차피 처음부터 모험도, 실패도 없는. 아무래도 빨강머리앤과 소공녀 새라와 키다리아저씨의 줄리가 나에게 미친 영향이 너무 큰 것일까?

그러나 빨강머리앤은 꿈을 꾸는 것만 가르쳐주었지, 나중에 꿈이 일그러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저 내일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은 하루라서 늘 기쁘다던 이상주의자 앤의 로망은 어떻게든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헉헉대며 빨리 가기보다는 길가에 주저앉아서 행복의 조각들을 하나씩 주워 모을 거라던 '키다리아저씨'의 줄리도 느리게 가다보니 결국 해피엔딩이지 않았나말이다. 

물론, 앤과 소공녀와, 줄리의 현실은 너무도 냉혹했고, 로망이 이루어져도 결국 플러스 마이너스는 0이 되는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리하여 아무리 완벽하게 만든 이상향이라해도 어차피 내 틀안에서 내가 만든 것이고, 그 이상향이 일그러진다해도 그 삶도 내 삶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할 때가 왔다.입자의 브라운 운동처럼, 비틀비틀, 늘 방향을 수정하거나 수정될 가능성을 당연히 받아들여야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삶은 받아들이는 자세이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성공을 받아들이는 자세라 하지 않았는가. 생애 처음으로 아들 수학 학원을 보내는 서론치고는 너무도 거창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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