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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time Reviewer Jun 22. 2023

다이나믹 아일랜드 리뷰

디스플레이 구멍을 대하는 자세의 차이

Apple 공식 홈페이지 - 아이폰14프로

아이폰 14 프로가 공개되고 지난 시리즈와 비교하여 바뀐 부분이 여럿 있지만 그중에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바로 ‘다이나믹 아일랜드’라고 이름 붙인 ‘펀치홀 디자인’이다.


사실 ‘펀치홀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 자체는 최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삼성의 경우 2018년 12월에 갤럭시 A9 프로 버전에 디스플레이의 미사용 공간을 전면 카메라 크기만큼 축소시킨 펀치홀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니, 이 디자인이 세상에 처음 나온 것은 자그마치 4년 전이다.


그리고 이후 4년 동안 삼성전자는 이 ‘불편한’ 구멍의 면적을 줄이고자 지속적인 연구 및 개발을 해왔다. Infinity-u라는 노치 디자인에서 시작해 Infinity-o라는 펀치홀 디자인을 거쳐 결국 New Infinity라는 UDC(Under Display Camera) 기술까지 도달했다. ‘불편’하고 ‘시각적으로 거슬리는’ 이 구멍을 없애고자 삼성은 디스플레이의 아래에 카메라를 두는 혁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애플은 2022년 9월 아이폰 14 프로에, 4년이나 뒤쳐진 ‘펀치홀 디자인’을, 그것도 심지어 삼성이 처음 펀치홀을 선보였던 카메라 면적보다 넓은 면적으로, 심지어 이름은 자기들 멋대로 ‘다이나믹 아일랜드’라고 지으면서, 공개하였다.


그러나 이 아일랜드가 생각보다 근사하다. ‘불편’하고 ‘거슬리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로 하여금 UI의 한 부분을 이루는 ‘필수적’인 부분으로 느껴지게 한다. 심지어는 어떤 인터랙션이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들기까지 한다.




이게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같은 ‘구멍’을 두고 한 회사는 이 ㅈ같은 구멍을 어떻게든 없애고자 하드웨어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결국 구멍을 막는 데 성공한 반면, 다른 회사는 4년 전꺼보다 더 큰 구멍을 ‘역동적인 섬‘이라고 자기네 ㅈ꼴리는 대로 이름을 지어놓고 감성 넘치고 이쁜 보자기를 구멍 위에 덮는 것으로 임시로 막는 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이 부분이 두 회사 정체성의 결정적 차이인 듯싶다. UDC나 폴더블 디스플레이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의 혁신을 선보이는 삼성과 하드웨어를 개선하는 대신 이쁜 UI와 카메라에서 오는 감성으로 결점을 커버하고 칩셋만 괴물같이 만드는 애플.


지난 폴드/플립 시리즈에서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라는 새로운 패러디임을 제시한 삼성이 승리했다고 생각하나, 펀치홀에 대한 대응은 모든 문제를 꼭 기술로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애플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삼성은 심지어 갤럭시 22 이후 불거진 APU 성능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만큼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중요도와 난이도 측면에서 그 어려움은 더 커 보인다.




현시점에서 가진 모든 시드머니가 삼성전자 우선주에 몰빵되어 있는, 계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담은 개미로서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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