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_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웅진지식하우스

by 새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다음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이다. 1951년 1.4 후퇴 이후부터 1953년 결혼할 때까지의 이야기이다. 고 박완서 작가는 숙명여고를 졸업하고 20세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하지만 6.25 전쟁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20대의 혈기를 꾹 참고 가족의 애환을 함께 감당하려고 하는 착한 딸 노릇을 하는 것과 예쁘게 꾸미고 당면한 밥벌이의 고단함을 친구와 놀면서 풀고 싶어 하는 그녀의 양면성은 우리들의 이중성과 그리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는 하기 싫고 멋있게 살고 싶었던 20대의 작가의 마음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1951년 1.4 후퇴 이후 서울에 남아서 다리에 총을 맞은 오빠를 돌보느라 온 가족이 피난을 가지 못해 겪은 고통은 우리 민족이 20세기에 겪었을 가장 뼈저린 고통이 아닐까 한다.

인민군과 국군 사이에서 일반 국민들이 겪었을 고통과 굶주림 사이에서 이데올로기를 넘어서는 아픔이 느껴진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떠오르는 장면들이 참 많이 있다.

결국엔 총 맞은 지 8개월 만에 세상을 떠난 오빠를 하루 만에 매장하고 남은 여자 셋이 아이 둘을 건사하기 위하여 염치 불구하고 돈을 벌기 위하여 혼신을 다 하는 모습은 정말 짠하기 그지 없다. 그래도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미군부대에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 아닌 행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모두가 동경하던 PX에서 근무를 하게 된 것이 마냥 감사하지만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전쟁 직후 너나 할 것 없이 가난하고 먹고살기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20대 초반 처녀가 가장 노릇을 하기 위하여 겪었을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작가가 겪었을 어려움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많이 잊혔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실상보다 좀 더 담담하게 그려졌을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치졸하고 옹졸하고 한 마디로 내 생존을 위해서 일관성 없이 양아치처럼 사는 것에 대해서 서로 눈 감아준 시대처럼 보인다. 그러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를 서로 까발리고 비난해서는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사회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실상을 있는 그대로 논하면 겨우겨우 유지되던 균형이 깨어져버릴 것만 같다.


이 책은 작가가 남편을 만나고 결혼 준비를 하면서 글이 마무리된다. 작가는 의젓하고 마음이 여유로운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미망인이 된 엄마와 올케를 떠나서 작가만의 삶이 오롯이 시작된 것도 남편과 새 출발을 하면서부터이니 말이다. 보는 내내 격동의 1950~1960년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전쟁의 상처가 분단으로 고착화된 것이 참 마음 아팠다. 전쟁 직후 사회는 정말 어수선하고 어려운 시절이었을텐데 그 시절을 견디고 우리 사회를 성장시킨 그 시절 어른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래도 산 사람은 어떻게든 다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으려면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 부디 어떤 순간에도 전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결정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P.S. 작가가 PX에서 일할 때 초상화부에서 일하던 박수근 작가의 전시가 덕수궁 미술관에서 한다. 마침 박수근 작가의 그림을 보러 가고 싶었는데 전시가 끝나기 전에 시간을 내서 보러 가야겠다.


질문

1.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시도를 한다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2. 책 제목에 있는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는 무슨 의미일까?

3. 박완서 작가의 글은 술술 읽히고 그다음 내용이 궁금해져서 잠을 참아가면서 책을 읽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별 5개

한줄평 : 1950~1960년대 속으로 들어간다. 마치 타임슬립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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