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냐 정시냐
수시는 고3-1학기까지 성적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전형이다. 학교생활기록부와 내신 그리고 논술이 당락을 좌우한다. 2년 반의 시간 동안 성적을 일관성 있게 잘 유지하는 걸은 쉽지 않다. 고등학교 기간 동안 슬럼프에 한 번도 안 빠지는 아이가 있을까? 목표가 명확하고 하고 싶은 공부가 확실한 몇 안 되는 아이들은 강인한 정신력과 지구력 그리고 의지를 가지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을 견뎌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 아이처럼 평범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생각보다 어렵고 양이 많은 고등학교 공부에 놀라서 열심히 공부하다가 고2가 되면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그동안 꿈꿔오던 대학교에 가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에 좌절을 맛보면서 동시에 현실 외면과 회피가 시작된다. 너무나 높은 대학입시의 벽에 좌절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 줄 잘 알지만 잠을 더 자거나 운동이나 게임에 빠져들 수가 있다. 아무리 부모가 조금만 더 힘내라고 2년만 버텨보자고 해도 부모 말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
정신 차려보면 어느새 고3이고 이미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가기가 어려워진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부모도 아이에게 말하다가 지쳐서 “그래, 난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이제 네가 알아서 하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의 좌절을 함께 맛보게 된다.
그런데 사실 수시와 정시는 하나의 맥락을 가진다. 기본적인 개념과 맥락 그리고 각 과목의 핵심을 이해하는 아이는 수능을 위한 훈련을 2학기부터 하게 되면 충분히 수능으로 대학에 갈 수 있지만, 마인드 컨트롤이 되지 않아서 멘붕에 빠져서 내신도 수능도 놓게 되면 수시나 정시 양쪽에서 좌절을 맛보게 된다.
수시로 갈지 정시로 갈지를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개념과 핵심 내용을 이해하기 위하여 고3-1학기까지 최선을 다해서 내신에 집중해야 한다. 교과별 핵심을 이해한 아이는 여름방학부터 수능 준비에 집중하면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런데 정시로 가야 되는 거 아니야 라는 고민을 하면서 내신을 소홀히 한 아이는 정작 수능 준비를 하게 되어도 기본이 없기 때문에 정시로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가 없다.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만 집중하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다. 정시에는 재수생과 n수생들의 포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내신이나 학종과 무관하게 수능 준비에만 집중한 n수생들을 재학생들이 이겨낼 재간이 없다. 사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이 논의와 무관하다. 이 논의는 중상위권부터 중위권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3학년이 되면 수능만 집중해서 준비하면 수시로 갈 수 있는 학교보다 좀 더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신기루에 시달린다. 사막에서 아무리 오아시스를 찾아도 오아시스는 보이지 않고 신기루만 아이들을 괴롭힌다.
우리 아이도 ‘왕년에 전교 5등이었는데 난 지금 어디쯤이지?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지? 정말 힘들다.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가긴 글렀어. 그래도 수능으론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머물러서 정시 환영에 시달리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내신 대신 아직 기회가 남은 정시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것이다. 아이들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만 수시와 정시는 같은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소한 고3-1학기까지는 수시와 정시를 가지고 고민할 때가 아니다. 공부에 집중할 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아이에게 설명해도 내신과 수능을 둘 다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기가 어렵다.
그럴 때일수록 부모가 중심을 잡고 아이를 토닥이고 달래 가며 자신감을 북돋워주며 좀 더 집중해서 공부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다.
사실 대학이 다가 아니고 대학은 긴 인생의 일부분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아이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주말마다 수능까지는 아이 옆에 함께 해 주려고 한다. 불안해하는 아이 곁에서 시원한 물과 비타민과 간식을 챙겨주며 응원하려고 한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며 옆에 있어주려고 한다.
#우리연우힘내요 #사랑해요 #어른들이미안하다 #대학은인생의극히일부란다 #지금은전부처럼보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