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9 고3 엄마의 일기(11)_수시 접수 준비

수시 접수 준비

by 새나

뜨거운 여름 방학이 끝났고 아이는 학교를 다니고 있다. 3학년 1학기 성적은 마감되었고 학교 생활기록부와 자소서를 작성 중이다. 수시 접수를 할 6개의 학교를 성적과 서류에 맞추어 선정 중이다.

아이는 생각보다 낮은 대학교에 수시를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그냥 정시나 수시 논술로 가면 안 되냐고 방학 내내 나를 괴롭게 했다. 하지만 아이가 나보다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수시로 내지 않으면 정시로도 승부가 나지 않아서 재수의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 주말엔 거실에 누워서 대학을 다 없애라고 대학에 안 가겠다고 공부도 하기 싫다고 땡깡을 피웠다.


아무리 달래고 얼러도 듣지 않고 마냥 거실에 누워서 발버둥을 쳤다. 불안하고 괴로운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아이의 땡깡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괴로운 나머지 자꾸 이러면 엄마는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겠다고 했다. 지금도 한참 수능 준비에 집중해야 하는데 수능 최저를 못 맞춰서 열심히 준비한 수시에도 합격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얼른 일어나서 수능 준비를 하라고 해도 아이는 듣지 않고 생떼를 부렸다.

한참을 버둥거리던 아이는 일어나서 씻고 스터디 카페에 갈 준비를 했다. 엄마에게 버둥거리면서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른 거 같다. 공부하러 간다며 무거운 가방을 멘 아이가 홀연히 사라졌다.

아이의 땡깡의 추억을 간진학 채로 나는 한숨만 푹푹 내쉬다가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를 켰다. 드라마에 몰입하다 보니 아이의 수능 스트레스를 떨쳐 보낼 수가 있었다.

답답한 마음에 파란 하늘도 한번 바라보고 스트레칭도 하고 명상 겸 기도도 했다.


선생님과 통화하여 정한 6개의 학교를 다시금 바라보면서 부디 수시 교과 중에 한 군데가 붙기를 기도했다. 수시 교과는 성적으로 가는 곳과 성적과 면접으로 가는 학교가 있다. 성적만 보는 학교는 안정인지 아닌지 판별하기가 쉬운 편이라서 가능하면 안정으로 선택했다. 최소한 1곳은 정말 안정인 곳을 정한 후에 소신(추합으로라도 붙을 만한 대학)을 두 곳 정도 정했다. 두 곳은 수시 종합으로 지원하기로 하고 상향으로 정하고 가능하면 붙을 수 있도록 서류와 면접을 준비하기로 했다. 수시 종합으로 지원하는 학교에 합격하면 입시 성공이다. 물론 더 좋은 학교에 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 편입이나 반수를 할 수도 있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하지만 우선 학교에 다니면서 생각하자고 했다.

사실 재수로 대학에 가려면 아이의 의지와 노력이 정말 중요하다. 대학교를 졸업한 어른들은 알 것이다. 막상 대학에 다니다 보면 친구도 사귀고 하기 싫은 수학도 안 해도 되고 전공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수능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만으로도 이미 행복함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원하는 과에 가지 못하더라도 복수 전공을 할 수도 있고 편입이나 반수의 기회도 있으니 우선 대학에 가서 좀 더 고민해보라고 했다. 수시 원서를 써야 하는 이 시점에 이미 재수를 결정하기보다는 학교에 합격하고 자유롭게 고민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정말 공부하고 싶은 전공이 없다면 대부분 같은 상황이다. 소신껏 지원해서 대학에 다 불합격하면 대학을 중요시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질 수가 있다.

우선 시간을 벌고 아이가 대학에 가서 좀 더 여유롭게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는 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아직 꼭 하고 싶은 일이 없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걷는 길이기도 하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19세에 저는 커서 ㅇㅇ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세상은 아이들에겐 막연한 곳이다. 진로교육을 위해서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하고 직업을 소개해주고 보여줘도 막상 내가 정말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정말 싫어한 것을 제외한 전공 중에서 아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과를 선택하게 된다.


이미 성적이 마감된 아이를 비난하고 닦달한들 부모와 아이의 마음만 상할 뿐이다. 이젠 정말 냉정하게 현실을 받아들일 때이다. 그동안 고생한 아이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와 전공을 찾기 위한 노력해야 한다. 입시 컨설턴트를 만날 수도 있고 그동안 입시 컨설턴트와 준비해왔다면 서류를 잘 준비하고 수능으로 최저를 맞출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의 점수에 만족하지 못한다면 인생에 다양한 기회가 있음을 설명하고 오늘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설명해줄 때이다.


지금은 대학 입시 결과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극히 일부일 뿐이다. 조금 아쉬울 수 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이에겐 또 다른 문이 열리기 마련이다. 부디 아이가 좌절하고 자책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나부터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아이의 성적을 보면서 마음이 답답하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학교에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속이 상하지만 아이에겐 내색하지 말자.

그 누구보다 마음이 상하는 건 아이니까 말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고 험한 세상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미 집 밖에서 비를 맞고 있는 아이에게 물을 더 끼얹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우산이 되어주진 못할망정 아이에게 물을 끼얹는 부모가 되진 말자. 부모는 아이가 힘을 얻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가 살아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어야 한다.

내 마음도 가시밭이지만 아이에게 가시를 드러내지는 말자.

아이가 목을 축이고 숨을 쉴 수 있는 오아시스가 되어주자.

그래야 아이도 내 앞에 펼쳐진 길을 올바로 찾아갈 수 있다. 부모는 아이 옆에서 함께 걷는 페이스 메이커로서 존재하면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 옆에서 묵묵히 걸어가기로 다짐한다. 아이를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 아이가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때를 위하여 할 수 있다고 격려하려고 한다. 사실 쉽지 않지만 나도 그렇게 살아왔고 우리 아이도 충분히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으리란 것을 진심으로 믿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나를 키우느라 고생하셨을 부모님의 눈물과 희생에 감사하게 된다. 정말 아이를 키워봐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게 되는 거 같다. 그땐 미처 몰랐지만 뒤늦게 부모님의 고생에 감사하게 된다.


오늘도 나는 아이의 뒤에 서서 그림자처럼 아이와 함께 한다. 부디 아이 스스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아주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그래 주었듯이 나도 아이의 손을 잡아주고 포근히 안아주려고 한다. 아이가 편안히 쉬고 힘을 내어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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