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3 마음일기

기관지염

by 새나

한 달째 기침이 안 멈춘다.

지지난주에 병원에 갔을 때 기관지염이 심하다고 약을 처방받아서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기침이 더 심해졌다.

목이 너무너무 아프고 기침을 시작하면 멈추질 않아서 정말 고통스럽다. 그래서 내일 오전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갈 생각이다.

자가검사를 해보았지만 역시나 음성이다. 천천히 아주 깊이 검사기를 넣었는데 음성으로 나왔다. 집에서 검사하면 양성이 잘 안 나오더라. 내일 병원 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내 마음이 어떠냐고 누군가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한다면 전쟁터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그림이 떠오른다. 내 마음은 많이 황폐하지만 남편과 아이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충실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샌가 회사에서 길을 잃었다. 얼마 전까지는 어린이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며 즐겁고 보람이 있었는데, 이젠 흥미와 의미를 모두 잃었다. 목표를 정해놓고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달려갔는데 요즘은 어떤 직장인으로 살아가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회사에서 부여받는 업무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했는데 내가 볼 땐 동의가 안 되는 일을 맡으면서 더 방황 중인 거 같다.


스즈메의 문단속


얼마 전에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엄마를 찾아 혼자 헤매는 스즈메를 보며 눈물이 흘렀다. 재해로 황폐해진 마을들을 보며 내 마음이 그 마을들처럼 황폐해져 있음을 느꼈다. 엄마가 편찮으시면서 내 마음속 마을이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음을 느낀다.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주고 큰 영향력을 미쳤던 요석과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바깥세상에서 몰아닥치는 수많은 재난을 막아주던 요석과 같은 존재였던 엄마가 없이 재난이 닥친 마을에 혼자 서 있는 스즈메가 나처럼 느껴졌던 거 같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엄마는 내 인생에서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미쳐왔다. 그랬던 엄마의 존재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엄마는 누군가의 돌봄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엄마가 살아계시지만 안 계신 것만 같은 상황이다. 물론 아직은 볼 수 있지만 많이 편찮으셔서 찾아가 뵈어야 만날 수 있고 만나도 소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뵐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감사하다. 아빠가 많이 애쓰고 계신다. 그것도 감사하다.



과민하게 신경 쓰고 마음이 아파서 그런지 엄마가 편찮으시고 딸이 재수하면서 늘 마음이 무겁다.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엄살이든 말든 이 또한 지나갈 걸 알지만 힘들고 버겁다. 우리 남편은 아이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데리고 오곤 하는데 참 되다고 말했다. 낯설게 느껴지지만 되다는 힘들다는 표현 중의 하나이고 표준어이다. 남편도 아이도 나도 된 재수 기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긴 인생에서 이 기간은 금방이겠지만 지금은 되다.


회사는 회사대로 힘들다. 오고 가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종종 납득 안 되는 일을 해야 해서 힘들다. 일의 목적과 목표를 이해하기 힘들고 동의가 안 되는 일도 해 보라고 할 때 무척 마음이 어렵다. 안팎으로 참 되다.


이 와중에 나에게 힘을 주는 일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애쓰는 모습을 볼 때이고 밥을 맛있게 먹는 걸 볼 때이다. 아이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참 다행이다.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 가끔은 이 아이들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했고 맡은 일을 잘 완수했다.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고민하며 노력해 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회사에서 내려오는 목표에 동의가 되지 않으면 하기가 싫다. 하기가 싫어서 다행히 조직을 옮겼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생겼다.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무리 메뚜기를 뛰어도 어쩔 수 없는 거 같다. 그냥 받아들이고 하고는 있으나 잘되질 않는다. 집중도 안 되고 속도도 더디다. 늘 목표가 명확하고 일정이 정해져 있는 일을 하다 보니 불명확한 과제를 두고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내가 우리 팀이 이 과제를 왜 해야 하는지

과제의 효용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유용한 일이 될지 무용한 일로 끝날지도 알 수 없다. 해 봐야 아는 거라고 생각하고 더디지만 해 보는 중이다.


요즘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예요?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책 읽고 글 쓰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재미있는 책도 참 많고 나도 그 책을 쓴 작가들처럼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되는 책을 쓰고 싶다. 내가 쓴 문장 한 줄이 살아갈 힘을 주고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면 참 행복할 거 같다.

이 된 세상에서 한줄기 희망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요즘 즐거운 일은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그림 그리기이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화실에 가서 색연필화를 배우고 있다. 보고 그리고 색칠도 한다. 색연필은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여행을 다니며 그림 그리기가 편할 거 같다. 색연필의 색감도 좋아해서 색연필화를 배우기로 했다. 이제 색연필화에 입문했지만 매주 한 번씩은 화실에 다니면서 꾸준하게 그림을 배우고 싶다. 색연필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고 색연필로 어떻게 채색하면 되는지 배우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무런 잡념 없이 집중하게 되어서 참 좋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고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게 되는 거 같아서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자전거를 타고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그 시간이 참 좋다.


사실 진짜 꿈이 하나 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동화책 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 되는 동화책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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